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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도 처음 Aug 07. 2023

부안 세계 잼버리대회 실패가 남긴 것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친구들이 예쁜 유니폼을 입고 왔던 그들이 속해있는 단체가 세계스카우트연맹이며 그들의 야영, 캠핑 행사가 잼버리대회입니다.


4년마다 개최되며 우리나라는 1991년 강원도 고성에 이어 2023년 8.1~8.12까지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여성가족부의 주최로 개최되었습니다.


최근 20년간 5번의 세계대회 모두 7월말, 8월초에 개최되었지만 의무는 아니며 남반구나 적도 등 더위 이슈가 있는 나라에서는 12월에 열기도 합니다.


폭염에 왜 하느냐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는 탓이지 한국 정부도 세계연맹에 개최월을 옮기자는 주장을 하기에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번 전북 부안 잼버리에는 14~17세 스카우트 대원 170개국 4만3천명의 참가자들이 왔습니다. 총예산은 1,082억원인데 행사 준비 부실과 폭염으로 행안부에서 30억 추가, 그다음 날 69억을 추가 편성하여 총 1,181억이 들었습니다. 일단은 그렇습니다.


실패의 기운이 느껴진다

2012년 전북 도지사를 주축으로 응모를 했고 2017년 폴란드를 꺾고 대한민국 유치 확정,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됩니다.


2022년 3월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구성된 한국 잼버리 조직위는 세계스카우트연맹에 코로나를 이유로 대회 1년 연기를 요청했는데 허가되지 않았으며 2022년 8월 Pre-잼버리조차 취소되었습니다.


참고로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행사들은 개최 1년 전에 Pre 행사라고 해서 테스트를 한 후 미비한 점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Pre 잼버리가 열렸어야 할 2022년 8월은 공정률이 고작 37%밖에 되지 않아 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부안 잼버리대회의 문제점

어떤 문제점이 있었을까요?  행사장에 배수 시설이 없었습니다. 지난 5월 기록적 폭우에 행사장 인근에 발목까지 물이 찼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배수시설 공사가 필요했지만 대회 이후 부지를 반납해야 했기 때문에 공사비가 너무 아까웠던 것입니다.


애초에 이런 곳에서 장마철에 행사를 하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행사장은 뻘밭으로 변하고 조직위는 파렛트 10만개를 나눠주었습니다.


플라스틱 위에서 잠을 자는 참가자들은 딱딱함은 참을 수 있었지만 구멍으로 나오는 습기, 벌레들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1인당 국내 100만원, 해외 700만원을 내고 온 참가자들, 600명이 화장실 8개와 샤워실 12개를 함께 사용합니다. 화장실은 자주 막히는 재래식 간이 화장실이고 샤워실은 천막으로 되어있으며 저녁에 불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480억을 들여 짓고 있는 대회 메인센터 건물은 내년에나 완성됩니다. 공무원들은 인허가 절차가 늦어져 어쩔 수 없다고 말을 합니다.


개회식에서만 100여명의 온열환자들이 쓰러졌고 환자들을 치료할 의료진, 의료시설이 모자랐습니다. 코로나19를 재연한 것 같았다고 합니다.


조직위는 무얼 했나

전북도 지자체 공무원 700명이 화장실 청소에 동원되었고 소방서, 경찰, 군인들까지 도와주고는 있지만 4만3천명을 12일 동안 뻘밭에서 캠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는 없었습니다.


이 와중에 여성가족부 장관의 현장 집무실은 에어컨으로 시원했으며 조직위 관계자들도 인근 펜션에서 쾌적하게 지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 와중에 바가지 상술

잼버리 협찬사 GS25는 행사장 내 독점 편의점을 운영했는데 200미터 줄을 선 참가자에게 두루마리 휴지 두 개 4,000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특히 일반 매장에서 500원짜리 물을 1,000원에 팔고 4,000원짜리 얼음을 7,000원에 팔다가 전 국민적 욕을 먹은 후 지금은 가격을 원상 복귀했습니다.


미국은 잼버리 철수 선언후 참가자들을 미군 기지로 대피시켰고 가장 많은 참가자인 4,500명의 영국은 참가 철회 후 서울 호텔로 옮겼지만 휴가철이라 방이 없어 연회장에서 수십 명씩 지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업, 시민들의 도움 손길

국제행사가 엉망이 되자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평택, 화성, 수원의 반도체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즉각 가동하여 하루 550명을 커버하였고 신입사원 150명 투입, 간이화장실, 살수차, 발전기를 지원합니다.


현대자동차도 전주 수소자동차 공장 견학과 함께 생수 5만개, 간이화장실 24동, 청소인력 100명을 지원합니다.


LG는 생수 20만병,  그늘막 텐트 300동, 비누/샴푸 등 LG생활건강용품 5만점 등을 지원하며 아모레퍼시픽은 썬크림을, 이외에도 SK, 롯데, 포스코, 신세계, 한진, 쿠팡, 아모레퍼시픽, 국민은행 등 국내 대기업들의 도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잼버리 세계 청소년들에게 서울 5대궁을 무료 개방했으며 국가보훈처는 서울 호텔로 피신해있는 영국 청소년들에게 전쟁기념관 및 현충원 방문 프로그램을 가동해 1,200명의 무료 체험을 지원합니다.


사고는 조직위가 치고 수습은 기업이 하는 참으로 신기한 예산으로 치러지는 행사입니다.



겨우 살린 대한민국의 체면

대한민국은 세계 GDP 13위의 경제 대국으로 월드컵, 여수엑스포, 동계올림픽은 물론 1991년 2만명의 세계잼버리대회도 무난히 치러낸 나라입니다.


폭염은 막을 수 없는 것이므로 이해한다 해도 1,000억 예산의 사용처, 준비 미숙, 운영 매뉴얼 부족 등은 피해 갈 수 없는 책임입니다.


조직위에게 태풍온다는 이유로 장소를 서울, 경기권으로 옮겼습니다. 아이들은 지옥 같은 부안을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서울, 경기로 겨우 도망나온 170개국 청소년들, K-POP콘서트와 시민들의 묻지마 친절 행위로 조금은 위안이 되었는지 대체로 만족한다는 글로벌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다행히 큰 인적사고 없이 종료된 부안 세계잼버리대회, 이제 남은건 99차례의 해외 출장을 다니며 미숙한 행사를 준비한 조직위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우리는 잊지 않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사진출처 : SBS, 노컷뉴스, 현대자동차, 연합뉴스, 잼버리 조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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