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목공일기
뒤늦게 올리는 #송승환 선생님 특강.
단순한 목공 공방이 아닌 사랑방과 같은 문화 공간을 추구하는 #매리앤우드 공방에서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뜻밖의 대리만족, 성취 대리체험의 시간’
선생님께서는 강연에서 ‘난타’의 세계 시장 도전기와 평창 동계올림픽의 총감독, 연출 책임자로서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얘기해 주셨는데,
먼저 #난타 에서는 왜 ‘세계’를 상대로 도전을 해야만 했었는지, 그 콘텐츠가 왜 하필 뮤지컬 ‘난타’여야 했는지에 대한 고민들과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그 과정들과 유산에 대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뮤지컬 난타보다 제주도 난타 호텔이 조금 더 먼저 떠오르는 세대임에도(난타가 세계진출을 하던 시기가 이미 90년대 중반이었다는 사실… K-콘텐츠의 시조새 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굉장히 흥미로웠고, 경영학적으로도 통찰력이 있는 내용들이었다.
중간중간 곁들이시는 고급지고 젠틀한 유머에 새삼 오랜 연기자, 방송인으로서의 능숙함도 느낄 수 있어서 굉장히 편안하고 따뜻했다. 처음에 생각보다 연로해지신 선생님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가, 예전 이야기들을 할 때 과거 TV에서 늘 보던 그 지적이고 생기 넘치는 얼굴로 변하며 눈이 빛나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마지막 #평창올림픽 연출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뭐랄까 엄청나게 생생했던 ‘4D’ 관람이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몇 명이나 인생에서 올림픽과 같은 인간계 최대 메가 이벤트를 연출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나 같은 일반인들은 감히 경험할 수 없는 엄청난 경험과 성취에 대한 대리체험, 대리만족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개회식 컨셉을 고민하며 그것에만 몇 달이 걸린 일화들, 그 과정에서 만났던 수많은 예술, 역사, 문화 전문가들과의 대화들, 한/중/일의 문화적 차이와 그중 한국의 문화가 가진 특징을 어떻게 세계인들에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들… 한국 문화의 ‘어울림’, ‘조화’의 키워드가 어떻게 실제로 개회식에 구현이 되었는지, 드론으로 오륜을 형상화한 것 등등… 실제 책임자의 입으로 듣는 순도 100% 경험담에 정말 그곳에 함께 있었던 것 같은 몰입감을 느꼈다.
강연이 끝나고 불이 켜지니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묘한 아쉬움.
언제부턴가 소위 ‘성공담’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데, 나에게는 이번 송승환 선생님의 강연은 그런 류의 성공담과는 다른 아주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영감’으로 충만해진 시간이었다.
여담으로 누군가의 성공담을 믿지 않게 된 이유는,
인생이라는 것이 어렸을 때 읽던 위인전의 이야기들처럼 그저 ‘도전-실패-재도전-성공’ 공식처럼 1차원적이거나 선형적이지 않다는 걸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 다르기도 하고, 누군가가 경험한 성공의 방법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
또, 점점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환경이 되어감에도 성공과 실패를 그저 개인의 것으로만 치환해 버리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성인이 되고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의 허와 실을 보면서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에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함을 발견하고, 그것에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런 의미에서 송승환 선생님의 이야기는 소박했지만 고급스러웠고, 희소하지만 누구나 편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계속해서 창조/창작하는 일들을 계속해나가시길 감히 기원해 본다.
값진 시간 마련해 주신 매리앤우드 공방에도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