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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릉밈씨 Dec 12. 2023

기억한다는 것

 내 조부모님은 참전용사이자 직업군인이셨기 때문에 돌아가신 후 대전 현충원에 모셔져 있다. 자랑스럽다. 정말 자랑스러운데.. 서울에서 멀리 계시다는 점만 빼고.

 가끔 아빠와 제사 문제로 다투게 된다. 아빠의 의사에 따라 설, 한식, 조부모님 두 분의 기일, 추석 때마다 가급적 대전에 방문하여 제사를 지내야 하는 것이, 일단은 너무 횟수가 많고, 아무리 서울에서 대전이라지만 연고가 없는 도시이기에 어쨌든 왕복 5시간 이상의 거리를 당일치기로 다녀와야 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


 점점 제사에 불참하는 횟수가 잦아지자 나는 집안에서 아주 '효년'이 되어갔다. 그렇다고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리워하지 않느냐? 절대 아니다.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을 적에는 할머니 곁에서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하여 할머니와 함께 방을 썼었고, 부모님께서 분가하시고 나서는 바쁜 부모님의 생활로 인해 중학생 때까지 조부모님 댁에서 방과 후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정이 깊었기에 두 분을 떠나 보내는 일은 분명히 내게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올해는 6월에 여기저기 (휴전인지 정전인지 불분명하지만) 정전 70주년이라며 호국보훈의 달임을 알리는 포스터들이 보였었다. 현재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음의 밑바탕에 여러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다시금 생각한다. 그렇게 참전용사분들을 기리며 자연스레 나의 조부모님을 연상한다. 지금의 내가 있음에 나의 조부모님의 덕이 있음을 잊지 않는다. 돌아가셨지만 나의 마음 속에서는 항상 살아 계신다.


 "나는 항상 할아버지, 할머니를 마음속으로 기리고 있는데? 내가 추모하는 방식은 항상 마음속에 두 분을 기억하고 있는거야. 아빠의 추모 방식과 다를 수 있다는 걸 존중해 줬으면 좋겠어."


 아빠에게 내 마음을 말로 잘 설명드리고 내 방식을 존중받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항상 마음속으로 내 조부모님을 생각하고, 가끔 많이 생각날 때 대전에 찾아가 성묘를 한다. (왜인지 명절 성묘 횟수보다 더 많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올 2023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눌삼재였음에도 몇 년 만에 큰 사건사고 하나 없는 한 해를 보내게 되었다. 오랜만에 맞은 평범한 일상이라는 행복함에 감사한 기분이다.

 이런 2023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내가 영원히 사랑할 사람들과 함께 좋았던 기억만을 더해 다시 되새기며 2024년을 기다린다. 또 다른 좋았던 기억을 더할 베이스가 되길 바라며.



신화 - 너 사랑 안에 (In Your Love) ▶ https://youtu.be/MXzps-Kv8fU?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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