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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 원 상품권이 월급보다 행복해요

예상 못한 선물의 기쁨, 직장인 행복 비법, 베버-페히너 법칙

by 퉁퉁코딩

예상 밖의 몇만 원 vs 익숙한 몇백만 원

얼마 전, 회사에서 열린 작은 행사에서 추첨을 통해 7만 원짜리 상품권을 받았습니다. 행사 자체도 즐거웠고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까지 받게 되자 그날 하루는 유난히 행복했습니다. 사소한 우연이 저의 하루 분위기를 바꿔놓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왜 이런 감정을 주지 않을까요? 상품권보다 훨씬 큰 금액이고, 일상을 살아가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자원인데도 말이죠. 월급날의 저는 그저 평소처럼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바로 창을 닫을 뿐입니다. 어쩔 때는 월급날을 까먹을 때도 있죠. 이상하게 월급은 더 이상 설렘을 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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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성과급처럼 훨씬 더 큰 금액이 입금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시적으로 "오! 들어왔네" 하고 맙니다. 그날이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기쁨이 오래가지는 않습니다. 왜일까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힌트는 심리학자 베버와 페히너의 연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감정은 절댓값보다 '변화량'에 반응한다

19세기 두 심리학자가 제시한 베버-페히너 법칙에 따르면, 인간의 감각은 절대적인 크기보다 변화량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여기서 변화량은 나의 기대와 현실의 편차로 볼 수 있습니다.


월급은 큽니다. 하지만 매달 같은 날, 같은 액수로 들어오는 예정된 결과일 뿐입니다. 우리 뇌는 익숙한 자극에 대해 점점 무뎌지는 경향이 있어, 월급은 더 이상 감정의 파동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죠.


반면, 상품권처럼 예고 없이 주어지는 보상은 완전히 다릅니다. 기대치가 낮았던 만큼 감정의 편차는 더 크게 확장되고, 뇌는 그것을 기쁨이라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순간, 우리는 그 차이에 감동하는 것입니다.


즉, 저의 뇌는 7만 원이라는 액수보다 그것이 예상 밖에 주어졌다는 사실에 더 큰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날은 배달 음식에 서비스로 따라온 계란 프라이 하나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하철에 탔는데 운 좋게 자리가 났다면 왠지 하루가 가벼워집니다. 1년 만에 꺼낸 바지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이 나온다면 이보다 짜릿할 수 없죠.


크고 거창한 보상보다 작지만 의외의 선물들이 감정을 더 크게 흔듭니다.


직장에서 이 효과를 경험할 때

저는 이 법칙이 직장 생활에서도 자주 체감된다고 느낍니다.


바쁜 와중에 진행한 회의에서 제안한 아이디어가 갑작스럽게 채택되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별 기대 없이 의견을 냈는데, 임원급 리더가 아주 참신하다며 즉시 진행을 결정했습니다. 저는 예상외의 자신감을 얻게 되었죠.


회식 다음 날 쓰린 속으로 출근했는데 회사 아침 메뉴가 속 시원한 콩나물 해장국일 때, 아직 먹지도 않았지만 숙취가 가시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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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년 전, 오후 늦게 잡혀 있던 회의가 갑작스럽게 취소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쁨도 아직 기억납니다. 동료들과 바로 퇴근해 테라스에서 치맥을 즐겼죠. 아직도 가끔 이야기 나오는 추억입니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기쁨들이 우리의 업무 일과 속에서 특별한 감정선을 만들어낼 때가 많습니다.


기쁨은 설계할 수 있다

우연의 기쁨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예상할 수 없기에 조금 더 나은 하루를 스스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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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기분 좋았던 순간의 사진 몇 장을 골라 나에게 예약 이메일로 보내 두는 것입니다. 몇 주후 평범한 어느 날, 잊고 있던 과거의 내가 보낸 사진과 메시지가 도착하는 거죠. 좋았던 그날의 추억이 다시 떠오르고 행복도 따라옵니다. 스스로에게 보내는 선물은 때로 어떤 응원보다 강력합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요즘 같이 날씨가 좋을 때, 내일 충동적으로 연차를 내보는 겁니다. 계획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그냥 동네 근처의 공원이나 익숙한 카페를 찾아가 보세요.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동네의 오후가 이렇게 평화로웠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에게 평일의 한낮은 아주 낯선 경험이기에, 그 차이 자체가 감정을 환기시킵니다.


그리고 때때로는, 스스로를 스포트라이트에 올리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직장에서 포상 후보를 추천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자신을 추천해 보세요. 제가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대표이사상을 비롯해 몇 차례 스스로 추천서를 작성해 상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타인의 평가를 기다리는 대신 나의 성과를 내가 먼저 인정해 주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자부심과 작지 않은 상금은 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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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기쁨을 선물하자

예상하지 못한 기쁨을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깝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작게라도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보세요.


저는 브런치에서 처음 응원을 받았을 때 사무실 동료들에게 커피를 돌렸습니다. 제게 온 기쁨의 감정이 동료들의 미소로 번져 나가는 걸 보는 순간, 이 일이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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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은 남은 부서 회의비를 모아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그런 날이니까요. 제 돈도 아니었고 큰 준비도 아니었지만, 동료들의 책상 위에 초콜릿을 올려두던 설렘과 그걸 발견한 동료들의 웃음은 오히려 저에게 더 큰 기쁨으로 돌아왔습니다.


기쁨은 나에게 온 감정을 가볍게 공유할 줄 아는 마음에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순간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서로의 하루에 조금 더 따뜻한 결을 더해줄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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