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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석 Aug 02. 2022

치아의 가격

치아와 몸 건강

치과에는 치아가 부러지거나 빠져서 치료를 받으러 오는 분이 많습니다. 그중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서 어떤 금전적인 보상이 필요한지에 대한 말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치료비 추정서는 문제가 된 치아의 치료비에 대한 추정서입니다. 사실 치료비 추정과 치아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치아 하나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는 가격이 150만 원 정도라고 해서 치아 하나의 가치를 그 가격으로 매길 수 있을까요? 치아가 28개니까 계산하면 4000만 원이 넘습니다. 당장 생활고에 시달려 자신의 모든 치아를 이 가격에 팔 수 있다면 혹 팔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곧 후회하게 될 것은 뻔합니다. 어떤 치료도 원래 조물주의 작품인 자연치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재료비와 시술비로 계산하기에는 자연치가 가지는 유형, 무형의 가치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존 레넌의 썩은 치아는 무려 3,500만 원에 경매로 낙찰되었다.

2011년 영국의 한 경매 회사가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넌의 어금니를 경매에 올렸습니다. 당시 90세가 된 가정부가 보관하던 것이었는데 존 레넌이 1960년대 후반에 치과에서 이를 뽑은 후, 가정부에게 기념으로 줬다고 합니다. 자신의 치아를 기념 선물로 준 것도 엽기적인데 그것을 소중하게 ‘간직’까지 했다니 놀랍습니다. 그래도 보관한 보람이 있었나 봅니다. 자그마치 한화로 3500만 원에 낙찰이 되었으니까요. 이전에는 나폴레옹의 송곳니가 2000만 원에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 저도 혹시 유명인의 치아를 뽑게 되면 따로 잘 보관해 둬야겠습니다.


사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치아가 가지는 가치는 다양합니다. 우선 자연치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갖게 해 줍니다. 이것은 본인의 자신감과도 관련됩니다. 자신감 있게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을 때 그 가치는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씹는 기쁨은 인간에게서 양보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원활한 저작은 소화기능을 유지시켜주고 각종 내과적 질환을 예방합니다. 그리고 저작력은 치매예방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연구보고되고 있습니다. 자연치가 가지는 이것 외의 수많은 장점을 고려해 볼 때 자연치의 가치는 개당 2000~3000만 원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28개의 치아의 총가치는 7억 원 내외입니다. 얼핏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인의 썩어서 뽑은 치아와 가격이 비슷한 것이니 가치를 따지자면 살아있는 치아의 가격은 더 높지 않을까요? 이미 자연치아가 없어져 옛날의 치아를 그리워하는 분들 중 임플란트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자연치가 새로 다 생긴다면 이 금액을 아까워하지 않을 분이 많으실 겁니다. 그만큼 자연치와 임플란트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한들 임플란트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저조차도 신이 창조한 자연치를 조금이라고 닮기 위해 그 반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자연치의 가치는 임플란트와는 비교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자연치에 더 가까운 임플란트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저를 포함한 치과의사들의 몫이라고 늘 생각합니다.


임플란트 시장은 이제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이 되었습니다. 서로 낮은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환자고객의 입장에서는 일단 가격이 떨어지면 반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그 무엇은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치과의사 스스로 치아의 가치, 치아의 가격을 낮게 평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자연치와 최대한 가깝게 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이 낮게 책정한 가격의 가치가 고객에게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낮은 가격에 최고의 치료를 받게 해 준다는 그럴싸한 문구도 사실 들여다 모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손해를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어디선가 원가 절감을 위해 질(퀄리티)을 포기할 수밖에 없으며 심지어 과잉 진료를 서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치과에서의 과잉 진료는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치료를 하거나 비용이 저렴한 재료를 써도 예후가 좋은 곳에 마진율이 높은 고가의 재료를 사용하는 치료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말감이나 레진을 이용해도 무방한 곳에 세라믹이나 골드 인레이를 하게 되면 비용이 3~4배, 심지어는 10배 이상의 진료비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주 싸다고 하는 치과에서 100만 원 정도의 견적을 받은 분이 저희 치과에 오셔서 30만 원의 견적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재료에 대한 선호도의 차이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과잉 진료의 단적인 예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측정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자연치아를 보존하고 잘 유지하는 것입니다. 예방치료와 정기적인 치과검진은 7억 원 이상을 지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가격으로 매길 수 있는 당신이라면 이 금액을 손해 볼 일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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