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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석 Aug 04. 2022

씹는 재미

건강한 치아 관리

세상을 살면서 씹는 재미처럼 살맛 나게 하는 것도 드뭅니다. 맥주를 마실 때 오징어를 질근질근 씹어야 맥주도 제 맛이고 무료할 때는 껌이라도 질겅질겅 씹어야 무료함을 달랠 수 있지요. 성이 안차면 심지어는 미워하는 누군가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씹는(?) 재미라도 있어야 살맛 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씹는 재미를 누구나 다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와 잇몸 모두 건강해야 마음껏 씹을 수 있는 법! 어떻게 하면 입심 좋게 씹는 재미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나이가 들면 당연히 치아가 망가지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몇 가지 간단한 점만 명심하고 잘 따른다면 평생 건강하게 씹는 재미를 누릴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치아를 상실하게 되는 대부분의 이유는 흔히 풍치라고 불리는 치주질환이 원인입니다. 이 질환이 무서운 이유는, 어느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치아 전체에 퍼져서 빠르게 진행되다가 방심하는 사이에 많은 이를 뽑게 되는 상태까지 가기 때문입니다. 치과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다, 참다’가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풍치도 마찬가지여서 이가 흔들리거나 잇몸이 너무 아파야 내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대부분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라서, 거의 이를 뽑게 됩니다. ‘치료는 안 해주고 이를 뽑아서 보철만 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치과의사가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치료 시기를 놓치고 처음 내원하게 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럼, 이 무서운 풍치를 예방하는 방법이 과연 없을까요?


풍치를 예방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인 세균막을 제거하는 것이지요. 이 세균막은 프라그(치태)라고 알려져 있고, 제때 제거해주지 않을 경우 단단한 치석이 되어 치아와 잇몸 사이에 쌓이게 됩니다. 이 치석은 특히 거울로 잘 보이지 않는 안쪽 부위부터 서서히 치아를 무너뜨리는 나쁜 돌덩어리입니다. 이 돌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이 스케일링이라고 불리는 치과 술식입니다. 그런데 이 스케일링에 대한 몇 가지 잘못된 상식 때문에 병을 키우는 분들이 많습니다. 

스케일링은 치주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첫째, 스케일링은 미용목적이 아닙니다. 치주질환의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합니다. 통상 1년에 1번이 추천되지만 이것은 관리를 정말 잘하는 분들 기준이고, 대부분 1년에 2번 정도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스케일링을 평생 몇 번, 심지어 결혼 전에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용 목적으로만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스케일링은 치아를 하얗고 예쁘게 하는 미백과는 다른 것입니다. 치석을 제거하면 제거된 만큼 하얗게 되지만 미용 목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둘째, 스케일링을 하면 치아가 망가지고 아프다고 오해하는 것입니다. 치석을 제거하면 제거된 부위가 일시적으로 노출되어 시릴 수 있고, 치석이 제거된 부위의 염증이 가라앉으면서 잇몸이 내려앉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셋째, 칫솔질만 열심히 하면 치주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임에는 분명하지요. 하지만 입 안 구석구석 매일 치태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특히, 치아 사이와 치주낭이라고 하는 이와 잇몸 사이의 고랑 부위는 칫솔이 거의 닿지 않습니다. 치실이나 치간 칫솔이 어느 정도 역할은 해주지만 이 역시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강남에 사는 옛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기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입 냄새가 너무 심해서 동물병원에 갔더니 전신마취를 하고 이도 몇 개 뽑고 스케일링까지 했다더군요. 비용이 100만 원 가까이 나왔는데 사람 치료도 그 정도 하냐고 저한테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는 의료보험이 안 되니까 비싼 거고 사람은 싸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이러니지요? 


고3 때, 의대나 치대를 가려고 하던 친구들을 붙들고 선생님께서 상담하던 내용이 기억납니다. 수의대를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동물을 치료하는 것이 더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개를 비롯한 동물들이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으면 안 된다는 말은 물론 아닙니다. 반려동물(伴侶動物)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친구, 가족과도 같이 여기고 있으니까요.  저도 고양이와 개를 모두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호화 동물병원을 가 보니 경제적인 이유로 의료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생각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단한 충치치료 조차도 부담이 돼서 치과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은 그렇다 치고, 우리나라 사람은 19세부터 1년에 한 번 스케일링 보험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본인 부담금은 2만 원에도 한참 못 미칩니다. 당장 아무런 증상이 없는 데다가 가기도 싫은 치과에 가서 지불하게 되는 이 비용이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임플란트라고 하는 인공치아를 심기 위해서 하나당 백만 원 상당의 비용을 내기 위해 평생 부은 적금까지 깨는 것을 종종 봅니다. 그것보다는 평생 씹는 재미를 누리기 위해 일 년에 몇만 원의 투자가 더 효율적인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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