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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석 Aug 02. 2022

치과의 문턱

건강한 치아 관리

사람들이 치과에 오기 힘들어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아플 것 같은 두려움이 대부분의 이유인 것 같지만 사실은 숨겨진 다른 이유가 더 클 때가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고가의 비용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치과가 비싸다는 인식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나가서 살아보신 분들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 치과가 그곳과 비교하면 훨씬 싸거든요. 그곳에서 신경 치료하고 이를 하나 금니로 씌우는데 300~500만 원이 드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보다 80~90% 저렴한 우리나라가 당연히 싼 것이 맞지요. 하지만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실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부분이 비급여에 해당하는 치과의 진료가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저 임금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치과의 보철, 교정 등의 비급여 수가는 쉽게 치료를 결정하기 어렵게 합니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 급여에 포함되는 항목이 많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절실한 것들이 빠져있어서 치과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우리나라의 치과치료 비용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전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방법의 시작은 예방에 있습니다. 병에 걸려 치료를 하는 비용에 비해서 예방에 드는 비용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단 이야기죠. 하지만 훨씬 돈이 덜 들 것 같고 쉬울 것만 같은 이런 예방책이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시행되지도 않는 것이 많습니다.


담배는 백해무익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담배의 유해성, 중독성은 마치 마약과도 같다고 하면서도 우리나라 흡연율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담배 하나만 생각해도 의료정책에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금연운동을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는 애연가가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흡연이 담배산업의 발달과 세수의 증가로 인한 사회의 재투자 및 교육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발표한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 편익 연구’에 의하면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그 이익보다 최소 5배에서 최고 15배나 많이 드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즉 담배산업으로 5천억 정도의 편익이 생겼다면 흡연으로 부담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5조 원을 넘길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백해무익한 이런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담배 판매를 계속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이런 얘기를 했더니 한 친구가 저에게 “모르는 소리 마, 흡연으로 생긴 관련 질병 때문에 의료비가 많아져서 국가 지출이 많아질 것 같지만 사실은 흡연자들이 일찍 죽기 때문에 노년층을 위한 의료, 연금, 주거 부분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어서 실제로는 국가 지출은 더 줄어들어. 그래서 국가마다 담배를 계속 파는 거야. 연구 논문도 있어”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에서는 체코에서의 사업 성공을 위해 이런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다름 아닌 세금 인상을 막기 위해 흡연이 국가이익에 긍정적이라는 연구논문을 쓴 것이지요. 이 때문에 필립모리스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고 최고경영자가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해프닝까지 있었습니다. <보건> 필립모리스, "흡연자 조기사망은 경제적 이익" (naver.com)

치과에서 충치예방을 위해 오랫동안 수돗물 불소농도 조절사업(수불사업)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전면적인 시행이 제대로 안 되는 것도 치과의사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불소농도를 조정한 수돗물로 충치를 예방하는 사업은 현재 세계 59개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수십 년간의 연구, 시행으로 충치예방효과와 경제적 효과 및 안정성이 입증된 사업입니다. 우리나라에도 1981년 시범사업으로 처음 시행되었지만 현재 전국의 30개 정도의 정수장에서만 시행하고 있습니다. 


충치를 예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치아홈메우기(실런트 ; 치아의 홈을 메워 충치를 예방하는 술식), 불소양치, 불소배합치약 등 그 종류와 방법은 많지만 수불사업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균등하게 시행할 수 있는 사업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시행되지 못하도록 주장하는 이유도 가지각색입니다. 농도를 잘 조절하지 못하면 어떡하느냐, 과량의 불소를 복용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데 그걸 꼭 수돗물에 넣어야 하느냐, 불소가 들어가 있지 않은 수돗물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등. 

불소의 효과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수돗물 불소화 사업에는 찬반이 엇갈린다.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불신이 제대로 된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일 겁니다. 하지만 소수의 선택권을 희생해서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시행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전염병을 막기 위한 수돗물의 염소 소독, 그린벨트, 의약분업, 건강보험, 연금제도 등 수많은 보건정책들이 소수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에 비해 수불사업은 지나치게 소수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 잘 닦지 못해서 충치로 고생하는 장애인 아이들을 종종 치료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수불사업만 제대로 되었어도 이 정도로 심한 상태는 되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좀 더 현실적인 의료정책이 아쉽습니다. 


아이들이 치과에 오면 저는 구강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아이와 부모에게 강조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치아를 잘 관리하는 습관을 가져 많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하게 치아를 잘 유지한다면 개인적으로 치과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국가에서는 의료 예산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방치의학은 치과대학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과목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말 많은 불소 이야기 - 치과 진료실 엿보기


불소는 세계적으로 이런저런 말이 많습니다. 특히 먹는 물의 불소화에 대한 것은 논쟁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산업폐기물로 나오는 불소를 오히려 돈을 받고 수돗물에 넣어준다는 음모론이 떠돈 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용량을 지킬 경우 구강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과용으로 인한 치아의 불소 침착증에서 치명적인 골격 불소증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임상적으로 불소 침착증은 치아에 얼룩이 남거나, 심각한 경우에는 법랑질 전체가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골격 불소증은 수년간 불소가 뼈에 축적되어 관절 부위가 뻣뻣해지고 통증이 유발되는 질환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수돗물 불소 첨가가 ADHD(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의 환경적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연구 보고도 나왔습니다. 이런 불소에 대한 다양한 논쟁 때문인지 수돗물 불소화를 줄곧 시행했던 이스라엘도 불소화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핀란드, 독일, 일본, 네덜란드, 스웨덴 등도 먹는 물의 불소화는 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불소화 시행 나라는 미국입니다. 영국과 호주도 불소화 나라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구강 건강에는 효과적인 불소가 전신 건강 및 어린이의 발달장애 간의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가 계속 발표되고 있어서 그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돗물의 불소화가 가지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란 중이다. 잘 조절된 양의 불소는 약이지만 잘못 조절된 양의 불소는 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먹는 물에 대한 논란이 있다면 안심하고 불소의 뛰어난 성질을 이용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1. 전문가 불소 도포법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가 치과에서 시행하는 불소도포 술식입니다. 점성이 있는 젤 형태가 주로 사용되는데 개인별로 준비된 트레이를 이용하면 트레이 안에 젤을 담고 위, 아래를 동시에 도포할 수 있습니다. 트레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면봉이나 면구에 젤을 묻혀 치아에 발라줄 수도 있습니다.

법랑질은 치아가 맹출 하는 시기에는 단단하지 않은 상태로 구강으로 나온 후 약 2년이 지나야 비로소 단단해집니다. 따라서 영구치가 맹출하고 2년 이내에 불소를 도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따라서 영구치가 다 올라오는 12세를 기준으로 하면 14~15세까지는 지속적인 불소도포가 필요합니다. 전문가 불소 도포법은 3~6개월마다 반복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불소액 양치


학교 등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양치하는 경우에는 수돗물 불소화와 같은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불소액은 0.05% 불화나트륨에 자일리톨을 가미한 것입니다. 약 10ml의 용액을 입 안에 머금고 30초 정도 가글 한 후 뱉어냅니다. 양치한 액을 삼켜서는 안 됩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자의 감독이 필요합니다.


3. 불소 함유 치약


대부분의 치약에는 불소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치약은 가장 흔한 불소 제재입니다. 일시적으로 불소 농도를 높여주는 전문가 불소도포와는 달리 매일 사용하는 불소 함유 치약은 불소농도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삼키는 것이 조절되는 일정 나이가 되면 불소가 함유된 치약을 사용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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