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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석 Aug 02. 2022

지키고 싶은 치아의 개수

치아와 몸 건강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개미를 관찰하면서 개미의 20%만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인간에게 적용시켜 2080법칙을 만들었습니다. ‘파레토 법칙(Pareto's law)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었습니다. 상위 20%의 소비자가 전체 매상의 80%를 차지한다고 해서 한 때, VIP 마케팅이 치열했고, 더 나아가 VVIP 마케팅이 생겼습니다. 

19세기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영국과 유럽의 소득 통계를 조사하다가 당시 영국 인구의 약 20%가 전체 부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치과에서는 '2080 운동'이란 것이 있습니다. 의미는 ‘80세까지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가지자.’라는 것입니다. 파레토 법칙과는 상관없지만 ‘20개의 치아가 80세를 보장한다.’로 바꿔 이해하면 관련지을 수도 있겠네요. 이것과 연관된 치약 제품도 있지요. 사람들은 처음에 이 숫자를 보고 ‘20대 나이의 치아를 80세까지 유지하자.’라고 오해했습니다. 그래서 ‘2880’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지요. 왜냐하면 사람의 치아는 사랑니를 제외하더라도 20개가 아닌 28개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20%의 치아만으로 80세까지 버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파레토의 법칙처럼 소수의 치아가 80% 이상의 기능을 하기에는, 우리가 먹어야 할 것과 씹고 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2080’일까요? 한국구강보건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평균 40세의 국민이 가진 평균 잔존 치아 수가 22개라고 합니다. 이것이 평균 70세 정도가 되면, 17개밖에 남지 않는다고 합니다. 치아우식증(충치)과 치주질환(풍치) 때문에 건강한 20개의 치아를 80세까지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즉 ‘2080’은 80세까지 적어도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자는 아주 현실적인 목표치를 설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젖니의 개수도 20개입니다. 이것은 음식을 씹고 생활하는데 큰 지장이 없고 얼굴 형태도 제대로 유지되는 최소의 개수라고 봐도 됩니다. 치과보철학에서는 ‘Shortened dental arch’라고 해서 필요한 최소의 치아 개수로 봅니다. 따라서 임플란트 등을 계획할 때 비용을 최소로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의 치아 개수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치과의사로 일하다 보니 젊은 나이에도 치아 개수가 20개가 되지 않는 분도 자주 봅니다. 치아를 뽑아 본 경험이 없는 분들은 치아의 소중함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극성스러울 정도로 자녀의 치아상태를 점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 대부분은, 자신이 치아 때문에 너무 고생하고 관리를 잘 못한 것이 후회되어 자식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치과질환은, 정말 어쩔 수 없이 치과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통증이 있을 때가 되어 내원하면, 이미 손상이 심해서 뽑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치아를 살리고 싶지만 시기를 놓쳐 치료할 기회도 가져보지 못하는 치과의사 입장도 안타깝긴 마찬가지입니다. 


치과에서는 자연치아 살리기 운동이 꾸준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치료가 곤란하여 뽑기 일쑤였던 치아들도 이제는 전문적인 잇몸치료, 근관치료(신경치료)와 보철치료를 통해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치과의사들 사이에서의 이러한 운동은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에 씁쓸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모든 치과의사가 자연치아 살리기 운동에 동참한다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여러분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치과의사들이 이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시기에 제발 내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치아를 살릴 수 없는 시점임에도 치과의사가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서, 억지로 살려보겠다고 매달리는 것은 자칫 염증을 퍼뜨려 추가적인 골소실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시행하게 될 임플란트나 다른 보철 술식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치아를 열심히 살리고자 하는 노력은 하되, 치과의사의 정확한 감별진단이 필요한 것입니다. 


저 또한 경험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살릴 치아와 뽑을 치아를 감별하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못 살릴 치아를 억지로 살려보겠다고 하다가 환자를 오랜 시간 고생시키거나 환자와 신뢰가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이부터 먼저 뽑아 곤욕을 치른 일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치아를 뽑는데 아주 신중하답니다. 즉 뽑아야 한다고 진단된 치아라면, 미련을 버리시고 치과의사의 진단을 믿어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과의사 또한 자연 치아를 살리려는 최선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모든 노력이 있어야 모두 건강한 20개 이상의 치아를 80세까지 유지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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