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와 몸 건강
딸과 함께 치과에 오신 나이 지긋한 여성을 진료한 적이 있습니다. 의외로 충치가 많아서 치료할 것이 많았습니다. 딸은 예상이라도 한 듯, “엄마, 그렇게 사탕을 먹으니까 이가 성한 게 없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사탕을 드셨는지 여쭤보니 1년 전부터 입 안이 바짝바짝 말라서 그때부터 사탕을 즐겨먹었다고 했습니다. 입 안이 자주 마르는 입 마름증(구강건조증)은 그 자체로도 충치가 잘 생기는데 사탕까지 드셨으니 더 심해진 것이 당연했습니다.
중년 이후의 여성들이 흔히 겪게 되는 갱년기 증상 중에는 분비물의 감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게 되는데 입 마름증이더라도 식사를 하는 도중에는 침 분비가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크게 불편감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음식을 먹지 않는 경우에는 입 안이 마르는 것을 느껴서 껌이나 사탕 등을 자주 찾게 됩니다. 입 마름증은 충치와 잇몸질환을 더 심하게 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할 병이 아닙니다. 간혹 스트레스가 심한 고3이나 직장인들에게도 나타납니다. 그리고 심혈관 관계 약물을 복용하거나 항우울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간혹 침이 분비되는 관이 돌로 막히는 타석증 때문에 침의 분비가 원활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자가면역성 질환인 쇼그렌 증후군(Sjögren's syndrome)은 타액선, 눈물샘 등에 림프구가 침입해 만성염증이 생겨 분비 장애를 일으켜 입이 마르고 눈이 건조해지는 증상을 보입니다.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도 입 마름증이 생깁니다.
입 마름증이 생겼을 경우에는 원인에 따라서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습니다. 약물에 의한 경우에는 같은 약효를 가진 다른 약으로 바꾸는 것이 좋고, 침 분비를 도와주는 약물이나 인공타액을 치과에서 처방받을 수도 있습니다. 보조적으로 비타민을 복용하면 침 분비에 도움이 됩니다. 사탕이나 껌을 씹어서 효과가 있으신 분들은 그 직후에 칫솔질을 꼭 해주셔서 충치를 막으셔야 하며 여의치 않다면 물을 자주 마셔야 합니다. 간혹 구강청결제를 자주 사용하시는 분이 있는데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는 것을 자주 사용할 경우 구강점막의 보호 기능까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대부분은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입 마름증입니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요. 그 노력 자체가 스트레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