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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가 아니라고요?

건강한 치아 관리

by 김동석

벌레 먹은 치아, 즉 충치(蟲齒)라는 말은 예전부터 우리 선조의 뛰어난 관찰력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영어로 단순히 ‘cavity(와동)’라고 하는 것은 구멍이 난 현상에 이름을 붙인 것이지만, 벌레 먹은 치아란 것은 치아를 그렇게 만드는 벌레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니까요. 충치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균은 ‘S.mutans’라는 균입니다. 벌레라고도 볼 수 있지요.

충치를 일으키는 균인 Streptococcus mutans


실제로 심하게 썩은 치아는 치아 내부의 신경과 혈관 조직이 드러날 정도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신경이 노출된 치아를 파보면 끊어진 노란 신경 가닥이 마치 구더기처럼 보입니다. 심하게 썩은 치아는 누가 봐도 충치가 확실합니다. 하지만 까맣게 보인다고 모든 부위가 다 썩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 점에 대해서는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객관적으로 충치검사를 할 수 있는 방사선 사진, 착색제나 전자 탐침 및 가장 최근의 진보된 기구인 큐레이(Q-ray) 등의 기구들이 있지만, 이 또한 아주 정확하게 단순 착색과 충치를 구별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방사선 사진이나 치과 탐침, 큐레이를 이용하여 명확하게 감지되는 충치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반면 이런 방법으로 감지가 되지는 않지만 육안으로 보이는 검은 착색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치아의 홈이나 도랑이 착색된 것 말입니다.

저는 제 어금니에 생긴 착색을 치료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치료하지 않은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치료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지요. 하지만 저의 경우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착색이라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가, 오히려 환자가 치아를 방치하게 되는 바람에 환자의 치아가 완전히 썩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착색된 치아에 대한 치료는 치과의사마다 치료의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디서는 착색이니 문제가 없다고 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썩고 있으니 빨리 치료하라고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나름의 치료 원칙이 있습니다.

착색된 치아에 대한 치료 개념입니다.


1. 치과 정기 검진(6개월 주기)을 잘하는 분들은 치료가 필요 없다.

2. 치과를 정기적으로 오지 않거나 해외에 장기 유학이나 이민을 간다면 치료한다.

3. 검은 착색 자체가 보기 싫다면 치료한다.

4. 착색 부위가 썩을까 봐 신경이 너무 많이 쓰인다고 하면 치료한다.


물론 이 개념이 예외 없이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임상에선 착색에 대해서도 이런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는 것이 달라서 치과의사 자체를 못 믿겠다고 하는 분도 보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치과 과잉 진료란 것이 이런 착색의 치료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착색에 대한 치료를 고민하는 치과의사들은 양심적입니다. 실례로 제가 위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정기 검진만 잘 받으시면 치료가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분이 다른 곳에서 자그마치 160여만 원이라는 비용 상담을 받고 저를 찾아온 분도 있습니다.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치료를 꼭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찾아오셨지요. 이런저런 치료의 기준을 말씀드리고 정기 검진을 철저하게 하는 조건으로 검진비 몇 천 원에 마무리했습니다. 몇 년이 지났지만 검진 시에도 별문제가 아직 없습니다. 이렇게 치과진료는 정기 검진이 아주 중요합니다.


빨대를 사용하는 이유 - 치과 진료실 엿보기


물이 아닌 음료수를 마신 후에는 남아 있는 당을 제거하기 위해 양치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식후에 바로 이를 닦듯이 바로 닦아도 될까요? 답은 음료수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답니다. 음료의 종류에 따라서 양치하는 법이 달라야 하는 이유를 알아볼까요?


탄산음료

자극적인 탄산음료. 치아에도 자극적일 수 있다.

탄산음료를 마신 후에 바로 양치를 하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탄산음료는 그 자체가 치아를 녹아내리게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치아의 표면에 닿을 경우 강한 탄산이 치아 표면을 보호하는 법랑질의 무기질을 일부 녹이게 됩니다. 무기질이 빠져나간 법랑질은 일시적으로 약해져 강한 칫솔질을 할 경우 표면이 벗겨지게 됩니다. 특히 맹출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구치나 유치의 경우는 무기질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합니다. 녹아내린 무기질은 침 속의 무기질 성분의 도움으로 다시 회복됩니다. 하지만 회복되는데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따라서 탄산음료를 마시고 나서 바로 칫솔질을 하지 말고 30분 정도 기다렸다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아 있는 탄산이 지속적인 자극을 주기 때문에 탄산음료를 마시고 나서는 물로 헹궈주는 것이 좋고 치아에 가급적 닿지 않도록 빨대를 사용해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 차


달콤한 시럽이나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블랙커피의 경우는 치아에 크게 해를 주지 않습니다. 시럽이나 설탕을 넣지 않은 블랙커피, 홍차, 녹차는 식후 바로 양치질을 못할 경우 마시면 오히려 입 안의 산도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시럽이나 설탕을 넣은 커피의 경우에는 바로 양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나 차에 포함된 타닌 성분은 치아에 착색을 시키기 때문에 착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빨대를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스


신맛이 강한 오렌지주스 같은 과즙음료나 최근 건강음료로 알려진 식초음료 등도 치아에는 매우 자극적입니다. 이런 음료는 산도는 물론 당도도 높기 때문에 마신 후에 즉시 물로 입 안을 헹궈주고 30분이 지난 후 양치질을 해야 합니다.


유산균 음료


현재 시판 중인 유산균 음료 대부분은 산성일 뿐 아니라 강한 당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산도는 탄산음료보다 떨어져도 치아에 달라붙는 점착성은 더 높기 때문에 유산균 음료는 가능한 빨대를 사용해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온음료


산성이 치아에 좋지 않기 때문에 알칼리 음료는 좋을까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온음료 대부분이 높은 당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시는 순간 이 당이 분해되면서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과 같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물만 마시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죠? 본인이 자주 마시는 음료의 종류에 따라서 조금만 신경을 쓰신다면 더욱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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