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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약만 드신다고요?

건강한 치아 관리

by 김동석

동의보감에 따르면 잇몸을 ‘아상(牙床)’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아’는 치아를 의미하고 ‘상’은 병상, 침상 등에 쓰는 한자로 영어로 한다면 'bed' 정도가 되겠습니다. 즉 ‘이가 편하게 쉬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편하게 이가 쉬어야 하는 곳인 잇몸이 아프거나 피가 난다면 정말 곤란한 일이지요.


일에 치여서 사는 분들 중에 술을 많이 마시고 그냥 자는 분, 치아 관리를 소홀하게 한 임신부, 밤샘을 자주 하는 수험생, 손놀림이 힘들어서 이 관리를 잘 못하는 어르신 등 많은 분들이 치아가 흔들리는 것 같거나 피가 나면, 치과를 찾는 대신 약국을 먼저 찾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성인, 특히 의료 체계가 미흡했던 시절을 보내신 분들은, 가장 친근했던 약국이 치아가 아플 때도 쉽게 가게 되는 곳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TV나 신문 등에서 광고로 보았던 잇몸약을 치과의사의 특별한 처방 없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인사동 골목에서 파는 돌을 연상시키는 'OO돌‘이라는 약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올법한 ’OO탄‘이 대표적인 약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잇몸약은 먹기만 하면 다 좋은 걸까요?


OO돌 - 옥수수 불검화 정량추출물로서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약이었지만 약으로서의 그 효과가 입증되지 못해서 프랑스에서는 약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OO돌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프랑스의 연구보고


OO탄 - 효소 소염제인 염화리소짐이 주성분이고 일본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효과를 입증받지 못해서 판매중지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염, 진통효과가 인정되었지만 장기 복용은 하지 말라는 권고가 있습니다.


잇몸약은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약으로의 명확한 효과보다는 건강보조식품이라고 보시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오히려 치과의사와의 상담 없이 약만 드시는 경우에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잇몸약만 드시면 자칫 병을 만성으로 만들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잇몸이 아픈 것은 결국 세균에 의해 염증이 생긴 까닭입니다. 그래서 약을 먹고 그 염증만 가라앉히면 될 것 같지만 염증이 생기게 된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그 약은 증상만 약간 가라앉게 할 뿐, 속에서는 계속 통증 없는 고름이 퍼지게 됩니다. 염증의 원인은 잇몸과 치아의 경계선 안쪽에 구강 내 박테리아와 음식물 찌꺼기 등이 뭉쳐진 프라그(치태), 치석입니다. 이것을 제거하지 않고 약만 먹는다면 자칫 치과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약을 장기간 복용하셔서 하나도 아프지 않다가 갑자기 치아가 흔들려서 오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 대부분이 치료 시기를 놓쳐 이를 뽑게 됩니다.


잇몸약은 치과에서 스케일링이나 잇몸치료를 받은 후에 증세를 빨리 호전시키기 위해서 치과의사의 처방에 의해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치아 관리를 받는 과정에서 드시는 것은 잇몸을 더욱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잇몸약은 치과 치료와 병행했을 경우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잇몸병은 당뇨병, 심장병,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조산위험을 증가시키는 등 잇몸 자체의 문제가 아닌 전신질환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잇몸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가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다른 신체 조직에 염증을 일으켜 치명적인 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잇몸에 염증이 생긴 것 같은 증상(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잇몸이 붓거나, 치아가 시리거나, 이가 흔들리는 경우 등)이 있다면 그냥 무시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신호를 무시하는 사이 잇몸과 치아뿐 아니라 심장병 등 전신질환의 위험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세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치과 진료실 엿보기


잇몸 질환은 잇몸이나 잇몸 뼈 등의 치아 주위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풍치(風齒)’라고도 합니다. 치아에 바람이 든 것처럼 시리고 흔들리게 되는 잇몸병입니다. 한방(韓方)에서는 ‘바람이 불듯이 수시로 찾아올 수 있는 병’이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성인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의 과반수가 다양한 잇몸 질환 초기 상태에 있으며, 35세가 지나면 4명 중 3명은 잇몸 질환에 걸린다고 합니다. 40세 이상의 장노년층에 이르면 80-90%가 잇몸 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다고 하니 국민병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따라서 중년 이후에 이를 빼는 경우는 대부분 잇몸 질환 때문입니다. 잇몸 질환은 심한 통증 없이 진행되므로 대개 본인이 통증을 느낄 때에는 이미 이를 빼야 할 정도로 염증이 심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잇몸 질환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입 안에 문제가 있는 경우

잇몸 염증의 가장 큰 원인은 플라그(plaque)입니다. 이것은 개울가 돌에 낀 이끼 같은 것으로 미끄러운 필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최근에는 이것을 통틀어 bacterial biofilm, 치면세균막이라고 합니다). 칫솔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플라그가 생기는데, 플라그나 치석에 들어있는 세균들이 만들어 내는 독소가 잇몸 속으로 침투하여 염증을 일으켜 잇몸 질환이 생깁니다. 치열이 고르지 않거나 보철물이 잘 맞지 않는 경우, 항상 입으로 숨을 쉬는 경우,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경우에도 플라그와 치석이 생기기 쉬우므로 잇몸에 염증이 생깁니다.


전신 건강이 나쁜 경우

질병에 걸리거나 영양 상태가 나쁠 때도 잇몸 질환이 생깁니다. 건강이 나빠지면 세균에 대한 저항력과 조직 재생 능력이 떨어지므로 입 안의 세균이 더욱 활발하게 움직여 염증이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뇨병은 직접적으로 잇몸 질환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건강한 사람에 비해 잇몸 질환에 걸릴 확률이 3배나 높으며, 일단 잇몸 질환에 걸리면 쉽게 낫지 않고 염증이 심하게 진행되며, 치료 후에도 계속 재발하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그밖에도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사춘기에 분비되는 호르몬에 이상이 생긴 경우, 임신을 했거나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여성 등에게 잇몸 질환이 자주 발생합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전신적인 피로가 원인일 때도 있습니다. 특히 잇몸 질환은 유전,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흡연자의 경우 4배 이상 잇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보시면 맞습니다.










* 잇몸 질환 자가 진단법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잇몸질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가 진단 후에 가까운 치과로 빨리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셔야 합니다.


1. 칫솔질을 할 때나 사과를 베어 물 때 잇몸에서 피가 난다.

2. 잇몸이 연분홍색에서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3. 이와 잇몸 사이에 갈색, 혹은 검은색의 작은 돌 같은 물질이 붙어 있다.

4.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5. 잇몸이 들떠서 이가 약간씩 흔들린다.

6. 잇몸에서 고름이 난 적이 있다.

7. 이 사이가 벌어지거나 이가 옆으로 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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