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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뽀뽀 금지

아이의 치아 관리

by 김동석

자일리톨로 유명한 핀란드는 선진 의료 국가로 유명합니다. 치과 분야도 마찬가지로 특히 예방치의학을 선도하는 나라입니다. 그 나라에는 특이한 홍보 포스터가 있습니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뽀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예뻐서 거의 혀로 핥다시피(?) 하는 우리네 정서로 볼 때에는 이해가 안 되지요?


충치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균인 뮤탄스균(S.mutans)은 입 안에서 입 안으로 옮겨갑니다. 충치는 감염성 질환인데 그 원인이 되는 뮤탄스균을 제공하는 것이 가족 간 접촉을 통해서라고 합니다. 이가 처음 나서 자리를 잡는 1.5~2.5세 사이에 뽀뽀로 옮겨간다는 것이지요.


핀란드의 투르크 대학 에바 소더링 교수는 지난 2010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4회 한핀 충치예방 국제심포지엄에서 “핀란드에서 진행된 충치 관련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2세 이전에 뮤탄스에 조기 감염되면 열 살 때는 충치 발생 비율이 감염되지 않은 아이보다 2배 이상 높았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뮤탄스 균은 식품 등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뮤탄스 균의 유일한 감염경로는 가족 간의 감염이다.”라고 했습니다.


직접적인 뽀뽀뿐 아니라 간접 뽀뽀에 해당하는 젓가락, 숟가락을 같이 쓰는 것과 음식을 본인 입으로 잘라서 먹이는 것 등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음식을 식히려고 불어서 먹여도 감염된다고 하니 여간 조심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아이가 그토록 울며불며하는 치과를 데려갈 수밖에 없는 원인이 바로 가족인 엄마, 아빠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커 가는 동안 내내 뽀뽀도 못하고 살라는 것은 아닙니다. 젖니가 거의 다 맹출 되는 3세 전후로 구강 안의 미생물 생태계는 거의 확립되어서 다른 균주가 쉽게 자리를 잡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만 3세 이전 특히 1.5~2.5세의 기간이 충치균 감염에 가장 민감한 시기라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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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충치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볼까요? 충치가 생기는 요소는 네 가지 즉 숙주 요소(host), 세균 요소(bacteria), 식이 요소(diet), 시간(time)입니다. 이 네 가지 중 하나만 충족시키지 못해도 충치는 생기지 않습니다. 충치를 예방하는 방법은 바로 이 네 가지 중 하나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설탕 섭취를 줄이는 것은 식이 요소를, 불소양치나 불소도포로 우식 저항력을 높여주는 것은 숙주 요소를, 칫솔, 치실 등을 이용하여 치태를 제거하는 것은 식이 요소와 세균 요소를 함께 조절해주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설탕이 들어 있는 음식 섭취 시간을 제한하고 식후 단 것이 치아에 오래 머물지 않게 빨리 양치를 하는 것은 시간 요소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자일리톨이 충치를 예방해 주는 원리도 바로 이런 요소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뮤탄스균이 좋아하는 설탕의 당 성분과는 다른 당 성분이 들어있는 자일리톨은 결국 뮤탄스균을 굶겨 죽인다는 원리입니다. 자일리톨로 균을 아사시키는 것이지요. 좀 잔인하지만 이 균만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니 굶겨서라도 없애야지요.


* 1.5~2.5세 아이에게 뮤탄스균을 옮기지 않기 위한 실천사항


1. 입에다 뽀뽀하지 않기

2. 젓가락, 숟가락, 포크 등은 따로 쓰기

3. 음식을 씹거나 잘라서 아이에게 먹이지 않기

4. 음식을 입으로 불어서 식혀 먹이지 않기

5. 아이를 돌보는 모든 가족은 구강 위생에 신경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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