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순간이동으로 다시 충전.

-아지트 같은 음식.

by FA작가

장마도 끝났는데 아침부터 비가 "웅~~ 또독, 타닥" 내리고 있다.

빗소리에 복잡했던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아들이 한 번도 입지 않는 교복 카디건을 걸치고 현관으로 나와 장화를 신고 길 건너 커피숍으로 향했다.

기다리는 동안 어닝을 타고 내려오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니

어릴 적 시골집 툇마루에 누워 보았던 처마 끝 빗방울이 생각났다.

서울집에서는 사방이 막혀있어 내 키높이에 있는 창문을 열어야 비를 볼 수 있었는데

할아버지댁에서는 방문을 활짝 열고 나와 툇마루에 앉으면 맘껏 떨어지는 비를 볼 수 있었다.

세찬 빗방울에 땅이 페이는 모습도 어린 나의 눈에는 꽤나 흥미로웠었는데....

지금은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살아계시지 않아 오고 가는 이 가 거의 없다.

가끔 벌초를 할 때 식구들과 밥을 차려먹는데 가마솥을 쓰지 않아 덜 재밌어지고 말았다.

아궁이에 불을 때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즐거웠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것이 불멍이었나 보다. 살살 타들어가는 나무와 빠르게 타들어가는 솔잎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는 거... 차가웠던 근심도 따뜻한 온기로 녹아내리는 것~ 불멍이었나 보다.




시험, 연애 무엇하나 쉽지 않은 도시 생활 마치 겨울 같았던 그 시간 그 계절 미성리에 다시 돌아온 혜원!

난로에 온기를 불어넣으니 살 것 같은가 보다~

혜원은 손수 음식을 만들어 먹으니 뻥 뚫려 있던 가슴의 허기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혜원아! 나도 뭔가 일에 진전이 없으면 맛집을 검색해서 나간다~가는 도중 먹을 생각에 이미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하지. 그러면서 다시 복잡했던 일을 정리해"

고향을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친구 은숙, 다시 고향에 내려와 과수원을 꾸려나가는 재하.

각자 다르게 살고 있고 있지만 함께 엄마가 만들어주었던 음식을 먹을 때는 어린 시절을 함께 기억하는 교집합을 가지고 있는 사이게 된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음식!

힘들 때면 생각나는 추억이 있는 음식들~

그 음식을 먹으며 우리는 행복했던 그 시간, 그 공간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심지어 그 느낌까지 다시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힘든 시간으로 지친 우리는 다시 행복했던 시간으로 이동해 충전하고 돌아온다.

엄마가 갑자기 떠나버린 혜원이는 그 시간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그래도 다행이다.

엄마의 요리를 기억하고 있어서...

너의 쉼이 되어줄 아늑한 아지트가 있어서!



오늘따라 겨울이면 가을 내내 말려두셨던 곶감을 내밀며 웃으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더 보고 싶어 싶어진다.

나도 기회가 되면 아들과 태어날 손주들을 위해 곶감을 만들어야겠다.


F.A 작가의 여행소감: 바쁘고 복잡했던 생각의 장소에서 벗어나 과거 평화로웠던 시간으로 거슬러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평안이 오는 것 같았다.


사진: 네이버

keyword
이전 16화16. 공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