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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왜 그렇게까지 하세요?

나랏돈 쓰는 사람이 글 쓰는 이유



나는 나랏돈 쓰는 사람이다. 남들은 돈을 버는 일을 하지만 나는 돈을 쓰는 일을 한다. 10년 넘게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올해 우리나라 예산의 42% 정도 되는 267조 원을 썼다.



왜 그렇게까지 하세요?


내가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적당히 해도 될 것을, 모든 일에 정성과 에너지를 쏟아야만 마음이 놓인다. 글을 쓰는 일도 그렇다. 주 52시간을 꽉 채워 일하는 와중에도 점심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쪼개고, 주말을 온전히 쏟아 글을 쓴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나는 못내 아쉬웠다. 세상의 일 절반은 공적인 부분에서 이뤄지는데 직업인의 세계에서는 사기업 사람들의 일만 다뤄지는 것이. 마케터, 브랜드기획자, 디자이너처럼 ‘뭔가 있어 보이고 핫한’ 직업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도무지 설 곳이 없다. 공공기관 이야기는 “공공기관에 취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공공기관은 어떻게 혁신해야 할까?”처럼 납작하게 다뤄질 뿐이다. 세상은 이야기로 가득한데 왜 공공영역 사람들의 이야기는 없는 걸까?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과가 있어야만, 깜짝 놀랄 만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아야만 귀담아들을 이야기가 되는 걸까?


나는 안다. 우리 사회가 잘 굴러가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작지만 위대한 무대 뒤의 영웅(Unsung hero)들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공공영역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결과와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안정적이라는 말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계속 성장하기를 원한다. 이력서를 화려하게 채우는 경력은 아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 수치로 증명되지 않아도 과정 그 자체에 몰입하며 일한다. 그리고 일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사람들이 가진 고유한 일의 역사와 이야기를 세상에 보여주고, 들려주겠다고. 세상이 이들에게 주목하지 않는다면, 내가 이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겠다고.


그러므로 지금부터 나는 아주 공적이면서도 또 대단히 사적인 이야기를 ‘그렇게까지’ 해 볼 작정이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알게 될 공공기관 이야기, 이제부터 시작이다!




공공기관 사람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사진 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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