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이가 엄마와 바론이 앞에서 동시 한 수를 읽는다.
▲쇠똥구리-잘도 굴러요
구리구리 똥구리 쇠똥구리는
동글동글 쇠똥을 잘도 굴려요.
다리도 안 아픈지 쇠통구슬을
동글동글 신나게 잘도 굴려요.
구리구리 똥구리 쇠똥구리는
동글동글 쇠똥이 양식이래요.
굴리고 굴려 만든 쇠똥구슬을
동글동글 신나게 밀고들 가요.
라온이는 그제에 이어 어제 <말놀이 동시> 40편을 2회독 했다. 약속대로 2회독 때는 아빠가 먼저 1연을 읽고 라온이가 이어 2연을 읽었다. 읽기 전에 아빠가 제안했다. “라온아, 어제는 읽기만 했잖아. 오늘은 다 읽고 라온이가 제일 마음에 드는 걸 한 편 골라보자.” “응.”
라온이는 ‘쇠똥구리-잘도 굴러요’ 편을 수작으로 뽑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똥구리 똥구리 쇠똥구리가 웃겨”라고 말했다. 라온이 낭독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문학박사인 고모에게 보내줬다. 고모가 감상평을 보내왔다.
-라온이는 동시를 좋아해요. 라온이가 제일 좋아하는 동시는 <구리 구리 쇠똥구리>예요. 아빠가 라온이에게 질문을 해요. “라온이는 왜 구리 구리 쇠똥구리를 좋아하나요?” 라온이가 대답해요. “똥구리 똥구리 쇠똥구리가 웃겨.” 라온이가 “구리 구리 똥구리”를 읽으며 웃어요. 엄마도 아빠도 바론이도 웃어요. 웃음꽃이 피는 라온이네 집. 24년 6월 20일 <라온이 동시 낭독을 본 고모 감상평>
라온이네 집 깊은 밤이 또르르 또르르 쇠똥처럼 빙그르르 빙그레레 굴러갔다.
▲두루미-하얀 두루미
파란 논에 두루미
하얀 두루미
다리 걷고 서 있네
하얀 두루미.
파란 모 잘 자라나
둘러보시는
아빠처럼 서 있네
하얀 두루미.
만약 라온이가 “아빠는 어떤 게 제일 좋아?”라고 물었다면, 아빠는 엄마와 라온이 바론이 앞에서 “두루미-하얀 두루미” 편을 낭랑하게 낭독해 주었을 것이다. 라온이 바론이 오늘도 잘 자라나 살펴보는 아빠 마음을 은유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싶어서다.
할머니는 오늘 아침 통화에서 말씀하셨다. “라온이는 시를 어쩜 그리 잘 읽냐.” ‘어쩜 그리 잘 읽냐’는 건 말맛을 어쩜 그리 잘 살려 읽느냐는 것이고, 말맛을 잘 살려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의도를 꿰뚫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라온이 피아노 과외선생이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머니, 라온이는 섬세하고 차분해서 공부를 잘할 것 같아요.” 문득 라온이 재간이 보통은 넘겠구나 싶다. 라온이와 더 열심히 놀아야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 시간과 시간 사이 이 삼간(三間)에 잘 놀아야 건강하게 자라는 게 인간 기본 속성이다. 놀이가 곧 공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