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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는 다이어트는 가능해질까?

서평: <매직필>

by 무순 Mar 19. 2025

이 글은 아래 책에 대한 서평이다.

: 요한 하리. (2025). 매직필: 기적의 비만 치료제와 살찌지 않는 인간의 탄생. 이지연 옮김. 어크로스.      

     


1.     


매직필은 요한 하리(Johann Hari)의 책 <Magic Pill: The Extraordinary Benefits and Disturbing Risks of the New Weight-Loss Drugs>(2024, Crown Publishing Group)의 번역서이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하리는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가디언>에 글을 기고해 온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국내에 번역된 작가의 다른 책으로는 <도둑맞은 집중력>(2023, 어크로스), <벌거벗은 정신력>(2024, 썸앤파커스) 등이 있다.          



2.      


작가는 자기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갈 때쯤 참석한 파티에서 살 빠지는 기적의 약 오젬픽을 알게 된 사건, 심장마비로 사망한 친구 해나, 오젬픽 복용의 결심, 그리고 오젬픽에 대해서 더 알아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 등. 


 신종 비만 치료제인 오젬픽은 췌장에서 나오는 GLP-1이란 유전자 코드를 이용한 약이다. GLP-1은 인슐린 생성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이용한 당뇨병 치료제가 바로 오젬픽이다.1) 놀라운 사실은 오젬픽으로 당뇨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엄청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오젬픽을 맞은 환자들이 큰 식욕감퇴 효과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 예상치 못한 효과를 이용해 개발한 비만 치료제가 바로 ‘위고비’이다. (요컨대, 오젬픽과 위고비는 세마글루타이드로 만든 동일한 약이다. 작가는 오젬픽과 위고비는 자주 번갈아 사용한다). 그러나 작가는 오젬픽을 사용하는 동안 그 효과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 불안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단순한 부작용일까?


 작가는 오젬픽의 효능과 부작용을 곧바로 따져보기보다, 우리(현대인)가 어떻게 이토록 살이 찌게 되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먼저 시작한다. 작가는 수많은 정크 푸드에 둘러싸인 식품 문화를 지적한다. 가공식품으로 대표되는 이 정크 푸드들은 우리를 유혹하고 중독시킨다. 가공식품의 맛을 본 현대인들은 더욱더 그것을 갈구하게 된다. 


 이 문제는 곧 ‘포만감’으로 이어진다. 요컨대, 가공식품은 ‘포만감’을 훼손한다. 바로 여기에서 작가는 가공식품과 신종 비만 치료제의 연결 고리를 발견한다. 가공식품은 ‘포만감’을 훼손하는 반면 신종 비만 치료제는 포만감을 높이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이 분석이 맞다면, 우리는 잘못된 곳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하지만 비만은 눈앞에 있는 문제일 뿐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시급한 문제이다. 반면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너무나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작가는 판단을 조금 더 유보하고, 비만의 위험성과 신종 비만 치료제의 잠재적 위험을 비교 평가하기로 한다.


 작가는 비만의 의학적 위험에 쉽게 동의한다. 과학자들은 비만의 위험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고 작가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위고비는 분명히 이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위고비의 위험 요소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위고비의 잠재적 위험이 열두 가지나 있다고 언급한다. 요컨대, 비만도 위험하지만, 위고비 그 자체에도 분명히 위험 요소가 있다. 비만과 부작용, 우리에게는 두 선택지밖에 없는 걸까? 작가는 세 번째 선택지를 질문한다.


 작가는 살을 빼기 위한 다른 선택지를 탐색한다. 즉, 적게 먹고 운동하기이다. 개인적으로는 동의가 되지 않지만, 작가는 ‘식단’도 ‘운동’도 적절한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보면, 두 경우에서 모두 요요현상으로 빠진 살이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방법을 다 쓴다면 어떨까? 우리가 끊임없이 음식을 섭취해야 하듯이, 식단과 운동도 장기적으로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작가는 운동의 건강상 이점을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확신한다. 단지 살을 빼는 데는 효과가 없다고 믿을 뿐이다. 


 이제 살을 빼는 데는 정말 위고비밖에 남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작가는 자기가 느끼는 불안감과 다소 무기력함을 돌이켜 보며, 우리 몸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궁금해한다. 작가는 여러 과학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사실 위고비가 우리 장뿐만 아니라 뇌를 바꾸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제기한다. 


 그렇지만 과학은 다소 불확실하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자기 삶으로 더 깊게 들어간다. 작가는 오젬픽 덕분에 과식 습관이 사라진 후에야 그동안 본인이 결코 식도락을 즐긴 적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은 그저 강박적으로 음식을 먹었을 뿐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약을 통해 식욕을 잃은 후에야 음식의 맛을 즐길 가능성을 얻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초점 중 하나는 과식(정확하게는 불어난 체중)이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적 완충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그렇다면 다이어트는 또 다른 문제, 즉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심리적 완충제가 사라졌다는 그 이유로 인해서 말이다.


 그러나 다른 문제도 있다. 오젬픽은 과연 반영구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오젬픽을 끊으면 다시 살이 찌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오젬픽을 계속 먹는다면, 이 문제를 안 겪을 수 있을까? 다시 말해서, 오젬픽에 ‘내성’은 없을까? 작가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던진다. 어쩌면 오젬픽은 단지 살을 뺄 ‘기회의 창’을 열어줄 뿐이다. 우리는 언젠가는 닫혀버릴 그 시간 동안 우리를 살찌게 만든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의 몸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살이 쪄도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작가는 또 다른 역효과도 고려한다. 예를 들어, 거식증 환자가 이 약을 알게 되면, 쉽게 약을 오남용하지 않을까? 마른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어린 소녀들은 어떨까? 또 아동들에게 이 약은 어떤 효과를 미칠까? 임산부에게는?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살 빼는 ‘기적의 약’이 아니라 살이 찌지 않는 ‘시스템’일 것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던 친구 해나를 다시 떠올리며 글을 마친다. 그녀의 죽음을, 그리고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3.     


작가 요한 하리는 저널리스트이지 과학자는 아니다. 따라서 작가가 많은 과학자의 인터뷰를 글에 싣고 있지만, 작가의 종합을 과학적 종합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적의 약’이 정말로 ‘과학의 성취’인지 궁금한 독자라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 내용보다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 오히려 독자에게 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을 제공한다.


 물론 모든 부분에서 작가와 동조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운동이나 식단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글쎄...”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렇지만 작가가 말하는 대로 ‘체중’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과 환경의 문제라는 사실에는 다분히 공감이 간다. 


 또 약이 만병통치의 수단이 아니라 단지 생활 습관을 바꿀 기회의 창을 여는 수단이라는 점에 대해서 동의할 수 있다. 사실 우리의 목적은 ‘체중’이 아닌 ‘건강한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작가가 고민하는 ‘몸에 대한 사랑’과 ‘다이어트’가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늘 그렇듯이, 사회 시스템을 문제 원인으로 지적하는 순간 ‘그럼 그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데?’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리고 많은 책은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할지라도, 그 대안까지 예리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매직필도 이런 경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는 듯 보인다. 시스템을 표적으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결책은 역시 개인에게 더 초점이 모이는 듯하다. 물론 작가 스스로 이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이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은 전반적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당신이 살과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면, 무엇보다 당신이 다이어트를 고민하면서도 한편으로 사회적 강박에 굴복하는 게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4. 

후기: 뒤늦게 떠오른 단상들


2025.03.23. 몇 가지 비판점이 더 생각난다. ①작가에 따르면, 살이 찐 상태로 몇 달이 지나면 우리 몸의 설정값이 바뀌어서 다시 살을 빼기가 어렵다(즉, 체중 항상성이 유지되는 값이 변한다). 그런데 이 논리라면 우리가 다시 살을 빼서 몇 달이 지난 후에도 설정값이 변해야 한다. 하지만 작가는 살이 빠졌을 때 설정값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②작가는 식단, 운동, 낙인이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식단과 운동을 동시에 진행할 때의 효과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또한, 식단과 운동도 일종의 '기회의 창'이다. 살을 빼고나서 이전처럼 먹고 마시고 운동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살이 쪄야할테니 말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요소들에 대해서는 '기회의 창'을 말하지 않는다. ③비판은 아니지만, 요한 하리는 원래 저널리스트였고, 표절, 소스 조작 등으로 저널리스트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 하리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 신뢰 문제를 자주 제기한다. 무조건적인 의심은 피해야겠지만, 엄격한 사실 확인도 중요할 듯하다.



1) 정확하게는 GLP-1의 판박이 물질을 이용하는 데, 이 물질은 힐러몬스터라는 도마뱀의 독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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