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와 지역이 만나는 게스트하우스
2024년에 진행한 잠시섬 연대기를 공유합니다. 이야기는 2013년 협동조합 청풍의 시작에서 출발해, 2024년까지 이어집니다. 이 기록은 2015년부터 꾸준히 잠시섬을 찾아온 강화유니버스의 친구, 새보미야와 함께 써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2018년, 협동조합 청풍의 사업에도 다소 변화가 생겼습니다. 저녁 시간 펍으로만 운영됐던 스트롱파이어는 리모델링을 하고 점심 식사도 팔기 시작했어요. 인력이 늘어나 가능해진 다각화이기도 했지만, 공간의 개방 시간을 늘리려는 시도이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협동조합 청풍과 강화의 이야기를 정돈해 외부로 발신하는 작업도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은 공지사항이 있거나 기분이 내킬 때 불규칙적으로 SNS를 업로드했다면, 이 즈음부터는 잡지 ‘월간쎈불’을 발행하고 SNS를 전담하는 팀원이 생겼죠. 2018년 4월에는 협동조합 청풍 법인도 설립되었어요.
무엇보다, 협동조합 청풍은 강화의 이웃들과 활발히 관계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읍내에 거점 공간이 생기고 강화 출신인 멤버가 둘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6월부터 11월까지 반년 동안 ‘로컬릴레이 강화’라는 지역 콘텐츠 사업을 진행하며 다양한 이웃들과 협업을 했죠.
이밖에도 캔들 공방과 만든 강화 로컬 굿즈 ‘향초와 성냥’ 패키지, 강화의 전통공예 소창에 대해 담아낸 사진집 「무녕」, 강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청해 듣는 ‘강화 사람책 라디오’ 등의 프로젝트도 있었고요.
이 과정에서 스트롱파이어의 커뮤니티 기능도 강화되었습니다. 실내에서는 강연이나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마당에서는 공연과 놀이가 펼쳐졌어요. 휴일이면 이웃들에게 무료로 대관을 제공하기도 했죠. 이 시기 쌓아 올린 관계는 이후 로컬 굿즈 상점 ‘진달래섬’과 잠시섬 ‘강화유니버스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자산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2019년에도 로컬 프로젝트는 더 깊어진 고민과 함께 지속되었습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민을 나누는 ‘지역생존컨퍼런스’, ‘로컬의 생업’ 등이 대표적이었어요. 이웃 자영업자들과 협업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시골가게 콜라보’도 진행됐고, 5월에는 마침내 스트롱파이어에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로컬 굿즈 상점 ‘진달래섬’이 문을 열었습니다. 산마을고등학교 졸업 후 지역에 남기로 결정한 청소년과 협업한 결과였죠.
같은 시기, 아삭아삭순무민박은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숙박업이 협동조합 청풍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성장하며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여러 개선도 이루어졌죠. 도미토리 침대를 업그레이드하고, 출입문에 도어록을 설치하고, 조식 제공을 시도하기도 했어요. 잠시섬도 계속되어, 2018년과 2019년 모두 가을 무렵에 진행되었고요.
초창기 아삭아삭순무민박의 주요 방문객은 협동조합 청풍과 이미 친분이 있는 활동가 혹은 도미토리에 익숙한 1인 여행자들이었어요. 후자의 경우는 추가적인 관계가 누적되지 않는 양상이었죠. 그런데 입소문이 퍼지고 재방문이 늘어나며, 또 잠시섬이 진행되며, 차츰 강화와 관계를 맺는 여행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유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삭아삭순무민박에 애정을 느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협동조합 청풍과 그 이웃들에게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였죠.
잠시섬은 로컬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그냥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거였죠. 로컬이라는 게 억지로 주입한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란 믿음은 있었던 것 같아요. - 유마담
때마침 이 무렵은 강화 출신 멤버들의 토박이 친구들이 하나둘 귀향해 카페, 식당, 술집을 오픈한 시기이기도 했어요. 이제 게스트들에게 강화풍물시장의 식당이나 강화경찰서 옆의 카페는 여행지의 낯선 가게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친구가 된, 우리 호스트의 친구들이 운영하는 곳이었죠.
밥을 먹고 ‘조커피랩’에 가서 말차라떼를 먹었다. 사장님께서 혹시 잠시섬으로 왔냐고 먼저 말을 걸어주셔서 아주 즐겁게 대화를 했다. 여행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들러야겠다.” - 이두나, 2019년 10월 네이버 카페 ‘잠시 섬’ 게시글 中
잠시섬을 통한 경험, 자각, 공유의 순간
앎이란 애정으로 이어지곤 하잖아요. 협동조합 청풍의 지역 경험 역시 자연스럽게 아삭아삭순무민박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었어요. 2019년부터는 강화 소창 천으로 제작한 수건이 어메니티로, 강화 특산 순무차가 웰컴티로 제공되기 시작했습니다. 공용 거실에는 ‘나만의 여행일기’ 코너를 마련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고, 잠시섬 일기를 업로드할 수 있는 네이버 카페가 개설되기도 했어요.
특히 잠시섬에는 최소 2박을 머물고, 일기를 써야 한다는 기존의 규칙에 한 가지가 더해졌습니다. 바로 ‘회고’였죠.
회고는 예전 동인천에서 활용했던 시스템으로, 활동을 할 때 어떤 맺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한 거였어요. 비슷하게, 잠시섬에서도 스스로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분이 ‘다른 참가자의 하루를 들으면서 그 사람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그 사람의 내일이 오늘보다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 유마담
처음으로 회고 시간에 협동조합 청풍의 친구들이 초대되기도 했습니다. ‘소문난감자탕’, ‘루아흐’의 사장님이 찾아와 참가자들에게 강화살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사람들과의 연결고리 같은 것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웃을 초대한 거였어요. 어쨌든 우리가 강화의 출입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찾아온 분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또 어떤 시선으로 이곳을 보고 있는지가 궁금하기도 했고요. 사실 살아가는 입장에선 일상으로서의 강화가 지루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오히려 이웃 분들이 에너지를 얻기도 했죠. - 유마담
잠시섬 참가자들은 이제 매일 밤 아삭아삭순무민박 거실에 모여 그날의 점수를 매기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지역을 경험하고, 자신의 상태를 살펴보고, 그것들을 공유하는, 잠시섬 회고의 기본적인 틀이 완성된 순간이었죠.
회고의 시간과 순무차. 둥글게 모여앉아 오늘의 기분과 무엇을 했는지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다 어색해서 어쩌면 더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주어지는 게스트하우스만의 매력을 다시금 느꼈다. 그래서 오늘의 기분은 10점 만점에 8점! - 진의일기, 2019년 10월 네이버 카페 ‘잠시 섬’ 게시글 中
회고 시간 마셨던 따땃한 차, 늦은 시간 먹던 조식, 자연스럽게 같이 걷는 동네 강아지. 모두 딱 하루만 더 있었으면 싶게 만드는 것들. 이번 여행은 딱 오늘의 날씨같았다. 따뜻한 햇살을 닮은 강화. 다음에 또 보자! - 허순무, 2019년 10월 네이버 카페 ‘잠시 섬’ 게시글 中
Editor 새보미야 (2015년부터 꾸준히 잠시섬을 찾는, 강화유니버스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