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수집가

시골힙스터 작업실 하나

by 강화유니버스





강화에는 머무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어떤 이는 오래 해 오던 일을 이어갑니다.


강화유니버스와 함께한 이웃을 소개하는 인터뷰 프로젝트, <잠시 더 강화>.

강화에 잠시 더 머물며 갖게 된 100개의 업,

그들이 만들어가는 강화의 100가지 모습을 담습니다.


여섯 번째로 초대한 이웃은 ‘순간 수집가’ 시골힙스터 작업실의 하나입니다.





Intro


장사를 시작하면 인류애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줄곧 들어온 시골힙스터 하나는
오히려 인류애를 채우기 위해

오늘도 스튜디오 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


시골 일상의 찰나를 담아내며, 따뜻한 말 한마디로
한 사람의 하루 동안의 기분을 바꿔주고 있는

순간 수집가 하나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일단 월세를 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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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하나의 업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순간 수집가라고 할까요? 시골이라는 공간 안에서 사진도 하고 그림도 그리니 말이에요. 사진은 기억이라고 하기에 너무 찰나예요. 찰나를 담아내는 거고, 긴 시간 중 한 일부분만 떼내는 일이잖아요. 신기한 게 그림도 마찬가지거든요. 표현하는 방식, 매체가 다르다 뿐이지 두 가지 모두 어떤 한순간을 담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어떻게 ‘시골힙스터 작업실’을 열게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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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힙스터라는 이름으로 시골 일상을 담아보자, 하고 강화유니버스와도 콜라보하고 강화의 가게와 브랜드들과도 연결이 있었어요. 그 외에도 친환경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나 그림책, 앨범 재킷 촬영, 룩북 등 외부에서 가져오는 일들도 다양하게 했어요. 그런 일들을 간간이 해 오다가 제 일을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작업실을 구하게 됐어요.


아마 강화가 아니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월세만 벌자. 그 목표로 시작했어요. 그래도 뭐 월세는 잘 벌고 있습니다! 월세는 법니다(웃음). 물론 엄청 풍족하게 큰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강화에서 뭔가를 하고 있고 그 일로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순간 수집가로 가는 과정에는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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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을 열기 전엔 서로가 긴가민가했던 것 같아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몰랐던 것 같은 느낌이 컸어요. 하는 일들은 많고, 하고 싶은 일들은 많은데 하나로 줄여야 하나… 브랜딩 관련한 고민도 컸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 성격은 다 하고 싶으니까 줄이는 일은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이름을 정할 때도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그냥 스튜디오가 아닌 작업실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그렇고, 시골힙스터라는 것도 버릴 수 없었죠. 어르신들이 물어봐요. 힙스터가 뭐예요? 그러면 설명해 드리죠. “자신이 선택한 것을 하고 그것에 대해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다.”라고. 그럼 딱 나오는 대답이 “결혼 안 했죠”예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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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자가 시골에 와서 뭔가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한다는 일이 아마도 결혼을 안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옛날엔 그런 말 듣기 싫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해요(웃음). 왜냐하면 그분들에게 젊었을 적 결혼이 가장 큰 거사였을 테니까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요.



장사를 했더니 오히려 인류애가 생겼어요



하나가 순간 수집가로서 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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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증명사진을 찍는 일을 가볍게 생각했어요. 정해진 규격에 맞춰 찍어주면 되니 사진 전공을 한 제게 그리 어렵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증명사진은 찍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처음 작업실을 오픈하고 손님 한 분이 딱 오셨는데, 너무 떨리는 거예요 진짜(웃음). 증명사진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걸 알게 됐죠.


첫 손님이 할머니셨는데, 주민등록증에 넣을 사진을 찍으러 오셨던 것 같아요. 기억에 핑크색이 되게 잘 어울리시는 분이셨어요. 사진을 딱 찍어드리려는데 너무 떨리고, 이런 내가 왜 떨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도 완성된 사진을 드리고 보내드리니 생각보다 정말 뿌듯했어요. 큰일은 아니어도 누군가가 필요로 해서 돈을 지불하고 제가 그 일을 완수한 거잖아요. 그래서 일의 크기가 뿌듯함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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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하면 인류애가 사라진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하면서 인류애가 생겼어요. 많은 경쟁 업체 중에 제 작업실을 선택해 와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고, 찍어 가신 분들도 자기가 원하는 서비스를 받고 가시면서 감사하다고 해주시거든요. 그러니까 서로 감사한 일이잖아요. 그게 되게 좋았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항상 맞이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일하면서 알게 된 건데 제가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걸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심지어 처음 보는 분들이랑. 사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잘 없잖아요. 손님분들과 만나 얘기하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돼요. 왜냐하면 처음 보는 사람이라 부담감이 오히려 덜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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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건 재밌는 일인데. 손님분들이 처음에 오시면 표정이 대체로 어두우세요. 그런데 사진 찍어드리면서 칭찬 한 마디를 건네면 다들 웃고 가세요. 진짜 별거 아닌 말로 그 한 사람의 기분을 하루 동안 바꿀 수 있는 거예요.


사진을 찍으면 단점을 찾기보다 그분의 장점을 최대한 빨리 발견해야 해요. 그럼 그분의 장점을 살려서 웃는 게 예쁜 분이시면 “살짝 더 미소를 지어볼까요?” 하고 말해보고요. 그런데 오시는 분들은 다 단점만 보세요. 주름이 많네. 광대가 너무 나왔네. 그럼 저는 다 반박을 하는 거예요. 이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아시냐. 그럼 다들 좋아하세요.


저의 말로 나중에 자기 사진을 보거나 할 때 그게 단점처럼 보이지 않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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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기록자로서 꿈꾸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진업을 하면서 많은 분들의 순간을 담고 싶은 게 가장 커요. 사진을 찍는 순간이 되게 의도적인 순간이기는 해요. 촬영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와 예쁘게 웃는 거잖아요. 다 의도된 순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웃는 모습을 담아내는 일이 살며 잘 없어요. 연출된 사진이더라도 그걸 보며 ‘우리 이때 이거 찍었는데’하며 그 순간을 돌이켜 보게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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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골에 관한 다양한 것들을 담아내고 싶어요. 텃밭의 일상이라든지, 시골에서만 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이 있잖아요. 도시에서도 살아보고 했는데 확실히 달라요. 계절이 느껴지는 것도 다르고요. 소스가 정말 많아요.


저의 업은 삶이랑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라 표현하는 데에 부담이 없어졌어요. 물론 어떻게 재밌게 할 수 있고, 어떤 것으로 표현하면 좋을지에 관한 고민은 하지만 ‘뭘 해야 되지’라는 고민은 많이 사라졌어요. 그저 내가 여기서 계속 살아간다고 하면 나의 업과 정체성은 삶을 따라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해요. 그래서 오히려 과정을 즐기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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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면 행복하다는 하나의 말에

자꾸 감사하다는 주문을 걸다

정말 평온해진 나의 일이 떠올랐다.


하나와 이야기를 나눈 뒤엔 언제나

일단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든다.


그 결과가 어떻든

과정의 순간들을 스스로 잘 수집하며

그저 삶과 함께 걸어가 보면 되지 않을까


나만의 좋은 고집으로,

힘차게!



Editor 무히
Interviewee 시골힙스터 작업실 하나 @sigol.hipster @countryside.hipster

Photographer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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