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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Dec 06. 2023

중요한 건 '극복'의 힘

암을 통해 배우게 된 것 8.

수술은 해봤던, 안 해봤던 무섭다.


수술을 앞두면 수술 후 얼마나 아플지, 잘 회복할 수 있을지,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등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다. 수술 경험이 있던 없던 간에 그냥 걱정이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9년 전에 한 수술은 10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대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더라도 덤덤해질 수는 없다. 이미 9년이나 지났기에 그때의 기억은 흐릿하고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내가 나이를 먹었기에 체력적으로 다를 거라는 우려도 되었다.

그러나 수술 후에 엄청 아플 거라는 거, 내가 울면서라도 재활하고 열심히 먹고 일상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면 잘 회복할 수 있다는 것, 문제가 생겨도 우리나라의 최강 의료 기술이 있으니 해결은 가능하다는 것...그것들을 먼저 인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미래 지향적인 생각을 하게 했다. 이미 벌어진 일, 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거니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믿고 하는 수 밖에!


수술 전날


매월 말일이면 찾아오는 생리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내 인생에 마지막 생리였다. 생리 여부는 수술과 상관없는 부분이라 그냥 진짜 피날레를 장식하는구나 싶었다. 내일 병원에 함께 갈 엄마와 동생이 저녁에 집결했다. 서울 아산 병원은 보호자 1인만 입출입 가능하기에, 보호자인 동생은 나와 함께 당일 입원 센터로 함께 가고 남편과 엄마는 내일 하루 종일 병원 근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내일을 위해 일부러 죽과 삶은 감자만 먹었다.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카레도 만들었다. 나 없는 동안 카레만 주구장창 먹으라고 아주 한바가지를 만들었다. 밤 12시부터는 완전 금식인데, 나는 원래 10시 이후로는 뭘 잘 먹지 않고 아침도 먹지 않아서 힘들지는 않았다. 목 마른 것만 잘 참으면 끝!


수술 당일


아침부터 빠르게 움직였다. 체혈을 진행한 뒤, 당일 입원 센터로 이동했다.

유방암 수술을 하면서 왼쪽의 림프도 떼어낸지라 왼쪽 팔은 아무것도 하면 안되기에, 알고 계신 부분이어도 다시 한번 말씀 드렸고, 내 배꼽 또한 유방암 복원술을 하면서 만든 가짜 배꼽이고 원래 배꼽은 없는 상태라는 것도 다시 한번 말씀 드렸다. 

보통의 복강경은 배꼽으로 먼저 뚫고 들어가서 나머지를 2군데 정도 더 뚫는다고 하는데 나는 어떻게 하실지는 모르겠고 그저 의료적으로 옳은 판단에 필요한 부분을 뚫으셔도 되니, 부디 개복 없이 복강경으로 잘 끝나기만을 바랬다. 

12시 30분 정도에 수술에 들어갔는데 예상 시간의 2배 이상이 걸려, 총 5시간 30분의 수술을 했다. 다행히 개복은 없이 복강경으로 끝났지만, 자궁내막증이 심해서 담쟁이 넝쿨처럼 여러 장기에 유착되어 그걸 처리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어쨌든 오랜 시간 꼼꼼하게 수술해주신 교수님께 감사했다.


수술 다음날


새벽 내내 통증이 심해서, 무통주사 마저도 소용없을 정도로 아파서 고생을 했다. 병간호를 해준 동생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결국 새벽에 비명을 지를 정도로 아파서 간호사 선생님이 급히 추가로 진통제를 투여해줬다. 수술이니 당연히 아픈게 맞지만 유독 많이 아픈 느낌이었는데, 오전에 수술해주신 교수님이 회진을 도실 때 상황 설명을 해주시면서, 남들과 같은 수술을 받았어도 아마 많이 아팠을 거라고 하셨다. 출혈도 많았다고 하셨는데, 그래선지 저혈압이 계속되어 철분제까지 투여 받았다. 손발이 계속 차서 동생이 잠도 못자고 내내 손발을 주물러줬다. 혹시 몰라 챙겨간 수면 양말이 한 몫 했다.

아침을 처음 먹었는데, 3분의 1 정도를 먹고 겨우 약을 먹었는데 다 토했다. 토하니까 배에 힘이 들어가서 통증이 심해져서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일어나서 걷기 운동을 했다. 1시간 단위로 병원에서 안내 받은 숨쉬기 운동과 걷기 운동을 반복하면서 회복하려고 노력했고 점심부터는 좀 더 제대로 먹고 토하지 않게 되었다. 가스도 많이 빠지고 방귀에도 성공하면서 가스통도 사라졌다.


수술 3일째 & 퇴원일


새벽에 열이 올랐다. 열을 낮추기 위해 동생과 간호사 선생이 모두 고생했다. ㅠ_ㅠ 열이 있으면 퇴원을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하루 정도는 더 입원해야 맞지 않나 싶어서 '열이 안 떨어지면 어쩔 수 없지 뭐~'라고 생각했는데, 동생과 간호사 선생님의 노력으로 3시간 만에 열이 잡혀서 멀쩡해졌다. 무통을 쓰지 않고 먹는 약으로도 적당히 버틸 정도가 되었는데, 문제는 퇴원할 때 주는 약이 겨우 3일치였다.

아파죽겠는데 왜 약이 3일치지 했지만, 이후에는 정 아프면 시판 진통제를 먹으면 된다고, 그 정도로 아픈 건 사라진다고 해서 일단 병원을 믿고 퇴원을 했다. 오전 11시에 칼 같이 퇴원...하드코어 아산병원...


퇴원 후


진짜로 퇴원약 다 먹고 나서는 진통제 한 2번 정도 먹고 약 먹을 일이 없었다. 첫 주는 혼자 못 일어났고, 다음주부터는 혼자 일어나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매일 2시간씩 운동 및 숨쉬기 운동을 매 시간 계속 했다. 밥도 열심히 챙겨 먹었다. 

퇴원 후 일주일 뒤에는 다른 병원에 가서 스테이플러로 찝어둔 것도 떼어내고 그 이후부터는 샤워도 자유롭게 했다. 외식도 도전해보고 카페 가기도 도전해 보면서 서서히 평소처럼 지내게 되었다. 수술 후 3주 정도가 지나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일을 하는 것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져선지 어디 딱히 크게 나간 일도 없는데 코로나에 걸렸다. 다행히 증상이 심하지는 않지만 여튼 수술 후 한달 만에 코로나에 걸린거라 조심 중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자궁내막증과 자궁근종, 난소혹 등의 이야기로 별도의 글로 정리해서 검사부터 수술과 퇴원 등에 대해 공유할 것이다. 


여튼 중요한 건 나는 이번에도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극복이 좀 더 쉬웠던 것은 가족들, 내 사람들, 의료 기술 등이 있었겠지만 나 자신이 9년전 유방암 수술의 경험 덕분에 가진 극복의 힘이기도 하다. 당연히 아프겠지만 내가 잘 이겨내면 결국 괜찮아진다는 것과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2024년 2월 15일, 유방암 판정을 받은지 10년이 되는 때가 곧 찾아온다. 완전히 헤어지는 것은 타목시펜을 처음 먹기 시작한 9월이 되겠지만...이제 진짜 헤어질 준비를 제대로 해야겠다.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지켜내는 것으로부터, 철저한 안전이별을 준비해야겠다.


★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_ _)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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