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먼프릭 Sep 16. 2022

[소설] 타다사나(Tadasana)

“타다사나(Tadasana)”

요가를 시작하거나 마무리 지을 때 주로 하는 동작이다. 똑바로 선 상태에서 어깨가 말리지 않게 뒤로 한번 돌려 척추를 바로 세운다. 손바닥과 시선은 자연스럽게 앞을 보도록 한다. 턱은 살짝 당겨준다. 배와 허벅지에 힘을 줘 중심을 잡고 발바닥 전체가 땅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춘다. ‘Tada’’는 산스크리트어로 ‘산’을 뜻하고  ‘Asana’는 ‘자세’를 뜻한다.


 지유는 타다사나 자세에서 ‘가만히 서있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 생각했다. 때로는 열심히 움직이기보다 산처럼 가만히 버티고 있는 게 더 힘들 때가 있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 2년간 재수생활을  했을 때가 그랬다. 한 때 초등학생 사이에서 미술학원 보내는 게 유행이었다. 친구들이 다 가니까 갔던 학원에 끝까지 남은 건 지유 하나였다.  “지유야 너 그림 잘 그리는데? 화가 해도 되겠다~”라는 말을 누구에게나 하는 칭찬쯤으로 넘겼으면 삶이 달라졌을까? 선생님이 말한 “화가”라는 단어가 마음에 콕 박혀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부모님께 미대에 지원한다고 말했을 때 처음 몇 번은 말리셨지만 의지가 확고 하자 대놓고 반대 하진 않으셨다. 원하는 학교에 떨어져서 재수를 선택했다.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 오전엔 편의점 알바를, 오후엔 입시학원을 다녔다. 그렇게 2년간 이어진 수험생활은 다시 돌아가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듯한 정체감이 온 마음을 휘감았다. 성장기는 성장하는 것이 기본값이라 가만히 있어도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퇴화하는 게 기본값이라 부단히 노력해야 겨우 한 발자국 디딜 수 있었다. 나아가는 건 힘든데 뒷걸음질 치기는 너무 쉽다. 친구들이 즐겁게 대학생활을 보낼 때 지유는 홀로 고시원과 학원을 왔다 갔다 하며 산처럼 버텼다. 나만 뒤떨어진 듯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애써 지우며 견뎠다.


 “나마스테”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한 동작 두 동작하다 보니 어느새 마칠 시간이다. 땀에 젖은 옷을  내던지고 시원한 물아래서 샤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요가원을 나섰다. 뒤에서 어눌한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쥬~! 쥐유~”


 요가원에서 나를 제외한 유일한 남자 에이든이다.


“응? 무슨 일이야?”  


“같이 가~쥐유


“쥐유가 아니라 지유야.”


“아 미안~ 지유!”  


익숙하게 발음을 교정해주며 같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에이든을 처음 만난 건 약 한 달 전 커뮤니티 센터에서 요가 클래스를 듣기 시작할 때였다. 처음이라 어리바리하던 나에게 어떻게 요가매트를 사용하는지, 화장실이 어딘지 등 소소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더운데 같이 수영하러 가지 않을래?”


“나 수영 못하는데…”


“걱정 마 내가 옆에서 봐줄게 그냥 힘만 빼고 있어도 물에 뜰 수 있어!”


딱히 할 일도, 친구도 없던 터라 얼떨결에 가겠다고 말해버렸다. 알겠다고 말하니 원하던 초콜릿을 손에 얻은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병동에 입원한 치매 할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