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새 나라를 위하여 (이태원)

by 신윤수

오래 서울에 살고 있지만 이태원에는 자주 가지 않다가, 이번에 하늘의 별이 된 젊음들이 안타까워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지금 이태원은 한없이 슬픈 곳이 되어 있다.


이태원의 역사를 찾아 보다


이태원이란 명칭이 낯설어 찾아 보았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로서 주한 미군을 비롯한 외국인, 외국 상품, 외국 문화의 집결지’이며 한자로는 배梨 클泰 담院을 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태원(梨泰院)


그저 ‘배나무가 많았구나’ 정도로 생각했지만, 찾아 보니 원래 원(院)이란 성밖에 있는 여행자들의 공무 숙소이고, 우리 역사 속에서 이태원의 한자(漢字)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오얏나무李를 쓰는 李泰院, 임진왜란 이후에는 異胎院(다를異 아이밸胎 숙소院), 효종 이후부터는 지금처럼 배나무梨를 쓰는 梨泰院이 된다.


여기에는 우리의 슬픈 역사가 있었다. 이것은 조선시대 가장 엉터리 왕이었던 선조와 인조 때였다.


임진왜란(선조 25, 1592) 때 가등청정이 몰고온 부대가 이태원에 주둔하면서, 왜병들이 이곳 황학골 ‘운정사’ 비구니들을 겁탈하여 애를 낳았고, 나중에 왜병의 피가 섞였다며 이곳 지명을 다른 민족의 태(胎)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병자호란(인조 14, 1636) 때는 북으로 끌려갔다 돌아온 여인(환향녀, 還鄕女)들도 여기에 살게 했다고 한다. 그후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돌아와 북벌을 준비하던 효종이 이곳 지명을 현재 이름 梨泰院으로 바꾸라 했다.


그후에도 임오군란(고종 19, 1882) 때 진주한 청나라 군대(1882~1884), 한일합방 후에는 일본군 사령부(1910~1945), 광복 이후에는 미군이 주둔하게 되면서 외국인들이 주로 출입하는 곳이 되었다. 바로 이곳이 우리와 외국 군대가 접촉해 오던 역사의 현장이라는 것도 가슴아프다.


참사 현장을 보존해야


이번에 다른 역사가 생기는 모양이다. 바로 핼로윈 참사 현장이다. 원래 핼로윈(Halloween)은 10월의 마지막 날 어린 꼬마들이 우스꽝스런 분장이나 무서운 복장을 하고 호박을 파서 만든 등불을 들고서 이웃집을 떼지어 다니며 ‘Trick or treat’ 이라 외치며 사탕이나 과자를 달라는 귀여운 놀이다.


내가 독일에 살때 독일 초등학교에 다니던 두 딸이 참가한 핼로윈 놀이 모습을 직접 지켜본 적이 있다. 이게 1998-9년이니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이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어린이가 아니라 성인들의 놀이로 바뀌고, 괴상한 복장과 코스프레, 음주와 고성방가, 집단 댄스 등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어 있었다는 걸 이번에 알고 놀랐다.


우리는 이번 참사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이곳은 안타깝게 하늘의 별이 된 젊은 영혼들이 마지막으로 있던 곳이고, 이 사건 이후 이 나라가 안전하게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게 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2001년 9월 11일 뉴욕 110층 세계무역센터(WTC) 테러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라고 하며 메모리얼 박물관도 있다고 한다. 미국처럼 하는 것은 큰 재해나 재난, 안전관리에 있어 과거 경험과 반성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것이다.



하늘의 별이 된 이들에게 / 한돌


이번에 하늘의 별이 된 그대들이

평화롭고 안전한 아름다운 곳에서

늘 평안하게 지내길 바랍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즐겁게

여럿이 함께 사이좋게

나중에 우리에게 이야기해 줄 것도 만들고

우리가 혹시 깜빡할 때마다

동산에 달 오르듯 지난 일을 일러주세요

안전하고 살기좋은 새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안전한 새 나라」를 만들려면 법과 제도, 시설과 시스템, 의식과 관행을 철저히 점검하고 바꾸어야 한다 (한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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