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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Dec 20. 2023

기본소득과 「행복한 나라」

1. 들어가는 글


이번에는 모두가 바라는 「행복한 나라」를 생각해 보려 한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치며 행복추구권을 가진다고 쓰여 있고, 국가에다가 개인의 기본권 등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부여했다. 그런데 우리는 별로 행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핀란드는 어떻게 하길래 매년  UN이 발표하는 행복지수 1위를 계속 유지하는지 궁금해서다.

* 강충경 지음, 맥스media, 2018     


이 책에서 인상 깊은 내용 몇 개만 써 본다.     


수도나 대도시의 인구 집중은 있지만, 전국 어디에서도 생활수준이 비슷하다. 지방분권과 자치제도가 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대학까지 모든 교육이 무상이다. 석박사도 무료로 공부할 수 있다. 전국 대학에 서열이 없고, 사교육은 전혀 없다.


‘태아에서 무덤까지’의 복지. 만 17세까지 아동지원금을 받는다. 65세부터 노인연금을 받는다. 자신이 쌓아놓은 개인연금과 연동된다. 개인연금이 많으면 국민연금이 줄어든다. 연금자는 주택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세금을 무척 많이 낸다(한국 25.3%, 핀란드 44%). 소득이 많아지면 세율이 올라간다(누진세율). 이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알바 수입에까지도 세금을 뗀다. 그런데 모든 행정이 투명하다. 이게 행복한 나라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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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행복한 나라로 가려면
 

우리나라에도 각종 사회복지제도가 도입되었고, 관련 예산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행복하지 못한가? 정부와 제도의 실패가 있다고 본다.     


2023년에 발표된 세계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35위다.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그리스, 투르키에, 콜롬비아뿐이다. 지수가 발표된 137개국 중 우리가 57위다. 세계 10위권(올해는 13위로 떨어져 있지만)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라고 하지만 ‘삶의 질’이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다.     


자살률이 세계 1위(1년에 1만 3천명이 자살한다)이고, 최근 발표된 OECD연금 2023 보고서도 76세 이상 2명 중 1명은 가난하다고 한다. 2009년부터 줄곧 노인빈곤율에서 OECD 1위를 유지했다던가.     


합계출산율(0.70)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청년들이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으려 하고,  평생을 벌어도 집을 살 수 없다. 이로서 나라가 소멸할 지경이 되었다, 북한 남침이 우려된다는 기사도 있다. 어떻게 고쳐야 하나.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 필요하고  ‘시민기본소득’이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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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예산안     


내년 예산안 656.9조원에서 복지(보건복지고용) 예산이 242.9조원이다(37.0%). 이것을 국민 5,155만명에게 고루 나누면 1인당 471만원이 돌아간다(매월 39만원이다).      


2021년에 내가 책을 쓸 당시 2020년 사회복지보건분야 예산(본예산 기준)은 약 185조원으로 전체 약 531조원의 34.9%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인 2016년에는 약 124조원으로 전쳬 약 396조원의 31.1%였으니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은 분명하다.      


현재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이 하위 70%에 지급하고, 아동수당은 전에는 전체 아동 중 90%만 지급하다가 제도를 바꾸어 전체에 지급한다. 이처럼 노인의 30%, 아동의 10%를 걸러내는 행정부담이 얼마나 번잡할지 모르겠다.     


이제는 이런 제도를 제대로 손봐야 할 시기가 되었다. 모두 일률적으로 지급하고, 세금도 모두에게 걷으면 된다. 모든 이의 실질적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시민기본소득의 도입이 필요하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공무원이 13만 명 증가하였다던가. 박근혜 정부 대비 12.6%가 늘었고, 규제량이 14.7% 늘었다는데. (조선일보 2023.9.12.자 보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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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회복지제도의 문제     


우리 사회복지제도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동안 다양한 복지수요에 각 부처가 개별 대응하면서, 제도가 사회보험, 사회수당, 사회부조, 사회서비스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솔직히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     


이걸 다층보장체계라고 부른다던가. 먼저 기초생활보장과 기초연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보장하는 한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노후소득보장을 한다.      


최근 65세 이상 인구의 90%가 국민연금을 받는데, 64.4%가 월평균 50만원 미만의 연금을 수령한다고 한다. 2021년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1.2%로 OECD 평균 42.2%에 많이 못미친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규직 아닌 비전형근로나 플랫폼 노동, 긱(Gig)노동이 증가하고 있어, ‘노동 없는 미래’ 또는 ‘정규직 아닌 시대’가 도래하므로, 더 이상 기존의 사회보장시스템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제도가 복잡하고 비효율적이어서 복지의 사각지대가 생긴다. 가끔 앞서 소개된 비참한 사건이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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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혁신의 기본조건     


우리가 복지제도를 혁신하는데 고려해야 할 점을 살펴보자.     

1. 헌법과 현행 제도의 큰 틀이 유지되어야 한다.

2. 모두 알기 쉽고, 사회안전망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말아야 한다.

3. 현재의 사회보장수준이 유지되어야 한다.

4.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에 사회의 정당한 가치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5. 행정부담이 줄어야 한다.

6. 근로의욕에 영향이 적어야 한다.

7. 소득재분배효과가 있어야 한다.

8. 각종 사회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9. 사회보장 수혜자라는 낙인효과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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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의 보상문제     


사전에서 가사노동이란 ‘가정을 유지하고 살림을 꾸려 나가기 위해 하는 노동’으로, 돌봄노동이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는 환자나 노인, 어린이와 같은 사람을 돌보는 모든 활동을 이르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이런 노동을 가족구성원이 아닌 제3자가 할 때에는 보수를 지급하므로 사회 내 경제활동으로 인식되지만,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면 아무런 흔적도 없고 부가가치가 생산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된다.     


그런데 가사, 돌봄이 없으면 가정이 유지되지 못하고, 국가와 사회도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므로 국가와 사회가 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기본소득에 가사, 돌봄에 대해 제대로 보상하는 제도를 강구해 보았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므로 가사, 돌봄을 담당하는 가정주부도 포함될 수 있지만, 만일 마이너스소득세로 지급하려면, 직장이 전제되어야 하며, 실직자나 플랫폼노동자 등 정규직이 아닌 근로자가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회적 취약계층인 가사, 돌봄노동자의 사회안전망으로 포섭하는 차원에서 마이너스소득세는 부적절하고, 소득과 재산 보고와 정확성 판별 등 행정부담이 너무 커서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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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본소득에 대한 이론들     


내가 2021년 7월 『푸른 정치와 시민기본소득』을 썼는데, 그 후 주의 깊게 읽은 책이 두 권 있다. 하나는 『기본소득, 공상 또는 환상』이고(김공희 지음, 오월의봄, 2022년 7월), 또 하나는 『노동 없는 미래, 새로운 복지가 필요해』이다(김상희 등 지음/대안사회교사모임 기획, 곰곰, 2023.7월).     


내 책과 두 책이 1년씩 시간차를 가지고 출간되었으니, 나중 책이 앞에 발간된 의견을 자기의 주장에 반영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작년 7월 출간된 『기본소득, 공상 또는 환상』은 기본소득은 구태의연하고 허술한 이론이고, 적절한 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기본소득론자가 복지국가를 반대한다고까지 하였다. 아마 저자는 기본소득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적 배분방식이라는 선입관에 싸인 것으로 보인다.     


올 7월에 출간된 『노동 없는 미래, 새로운 복지가 필요해』를 보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저자들은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복지제도의 필요성과 기본소득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 책에는「AI시대, 정의로운 분배를 위한 상상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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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에 대하여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가장 최근의 책인『노동 없는 미래, 새로운 복지가 필요해』를 인용한다.       


기본소득이란     


벨기에의 정치철학자 판 파레이스(Van Parijs)는 기본소득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본소득은 자산 조사나 근로 요구 없이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되는 주기적 현금 급여다.” (108쪽)     


기본소득의 특징 (110~112)     


첫째, 보편성. 기본소득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복지대상자를 선발하는 선별적 복지 제도와 달리 모두에게 지급된다.      


둘째, 무조건성. 돈을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없다.     


셋째, 개별성. 가구 단위로 지급하지 않고 개인에게 지급한다.     


넷째, 정기성. 매달 또는 매 분기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소득이다.     


다섯째, 현금성. 기본소득은 현금으로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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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과 다른 제도 비교     


기본소득과 비교되는 여러 제도가 있다. 그 특징을 살펴보자.      


1. 기본소득 : 모든 국민에게 매월 무조건 일정액을 지급(행정관서)     


2. 마이너스소득세 : 근로소득자에게 일정 기준금액에서 금액, 또는 부족한 소득까지의 일정률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전(세무관서로 일원화)     


3. 기본자산(기본재산) : 일정 연령자(예: 성년 도달 시)에 모두에게 일정액을 일시에 지급     


4. 근로소득 세액공제 : 저소득자의 근로소득에 대해 세금을 면제      


5. 임금보조금 : 저임 근로자에게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     


6. 고용보장(공공일자리) : 공공부문에 임시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을 확대     


7. 노동시간 단축 : 개인의 노동시간(근무일수)를 줄여 더 많은 사람을 고용     


내가 제안한 ‘시민기본소득’은 이런 모양이다.     


8. 시민기본소득 : 기본의무를 다하는 국민과 외국인에게 일정액을 지급     


이 중에서 기본소득과 마이너스소득세가 주로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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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본소득과 마이너스소득세(의 소득세) 비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생각     


노벨경제학상을 탄 세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1976년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만(Milton Freedman)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2019년 수상자인 아비지트 배너지(Adhijit V. Banerjee)와 에스테르 뒤폴로(Either Duflo)이다.      


1976년 수상자로서 대표적 우파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제안했다. 일정한 소득을 기준으로 그 금액 이상을 벌면 세금을 매기지만, 그보다 덜 벌면 부족분을 국가가 지급한다는 개념이다.     


한편, 2019년 수상자로서 개발경제학자인 아비지트 배너지(Adhijit V. Banerjee)와 에스테르 뒤폴로(Either Duflo)는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을 제안하였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펀 글     


미국에서 현금을 지원하면 나태에 빠질 것인지 알아보는 실험이 있었다고 한다.     


1960년대에 역(逆)소득세(Negative Income Tax)의 효과를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뉴저지 소득 보장 실험(New Jersey income-maintenance experiment)’이 고안되었다. 역소득세는 모든 사람이 최소 일정액 이상의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게 설계한 소득세 시스템이다.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마이너스 세금’이 적용된다. 즉 기준선과의 차액만큼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는다. 소득이 올라갈수록 받는 돈이 점점 줄고 기준선에 도달하면 그때부터는 세금을 내야 한다.     


이것은 보편기본소득과 다르다. 기준선에 있는 사람, 즉 소득이 정부에서 돈을 받는 것과 정부에 세금을 내야하는 것 사이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을 하지 않고자 할 유인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정책결정자들이 우려하는 ‘소득효과’(생계를 위한 돈이 확보되었으니 소득을 올리기 위해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일을 안 하게 되는 것)에 더해 대체효과(소득을 올릴수록 내가 일을 해서 버는 추가 소득이 정부에서 받는 돈이 줄어드는 것으로 상쇄되므로 일하는 것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까지 생기게 되는 것이다.(495~6쪽)     

미국에서 여러 가지 실험이 있었지만, 실험이 단기로 소규모인 탓에 장기적으로 그 대상이 더 커질 경우를 추론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종합적으로 이 실험들은 역소득세가 노동공급을 약간 줄이지만 그 정도는 우려되는 만큼보다는 훨씬 작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전체적으로 소득 보장 프로그램이 사람들의 노동 성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특히 가정의 주 소득자에게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 이 연구의 공식적인 결론이었다.(49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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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본소득은 창조적 혁신

     

나는 기본소득과 마이너스소득세 중에서 기본소득이 더 낫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우리 노동시장은 경직되어 있고,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하다. 이에 따라 젊은이들이 고용 안정성을 누리기 위하여 공무원이 되거나 공기업 취업에 목매달고 있다.      


그런데 만약 국가가 실직자부터 재벌까지 월 50만원(1년에 600만원) 정도 기본소득을 주게 되면 생활의 최저한이 보장되므로 직장과 근로기회 선택에서 신중을 기하게 된다. 매월 관청에 취업하려고 노력했는지 여부를 보고할 필요도 없고, 관청이 여러 가지를 따지는 행정비용이 없어진다.      


현재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앞으로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도록 하자. 누구나 일정액 이상의 소득(관리비용을 고려해서 정해야겠다)이 생기면 스스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게 하여 행정부담을 줄이고, 세원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본과세(Basic Tax)로서 헌법이 정한 국민개세원칙에도 부합한다. 소득이 있으면 공동체에 세금을 납부하고, 공동체는 시민에게 기본소득(Basic Income)을 주는 나라, 이게 핀란드와 같은 행복한 나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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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27일 ‘9편 실질적 자유·평등과 기본소득’으로 계속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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