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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Dec 13. 2023

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

1. 들어가는 글     


일자리가 없어지고, 직장 없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노동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사람은 왜 일을 하나? 이솝우화의 개미와 베짱이 중에서 베짱이가 좋아 보이는데 말이다. 그런데 겨울이 다가오는데---     


일을 해야 소득이 생기고, 그걸로 의식주를 해결하니까 일을 하는 게 아닌가. 한편 일이 삶 자체이고 일을 해야 행복하다는 주장이 있다. 일이 없다면 무료해서 살기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나는 30년 공직생활 후 일찍 명예퇴직을 하고는 돈 생기지 않는 글쓰기 등에 바쁜데, 이게 일이 없는 건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나저나 노동의 미래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로 갈린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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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     


이 글의 제목과 같은 『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라는 책이 있다.

- 부제: 21세기 빈곤 없는 사회를 위하여

- 앤디 스턴, 리 크래비츠 지음, 갈마바람, 2019     


이 책 뒤표지의 글을 옮긴다. 내 질문과 답변에 갈음하여---     


(질문)     

- 급변하는 노동환경,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 기술의 발전으로 직업이 사라지고 일자리가 줄어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계를 해결하고, 시간을 보내고 삶의 목적을 찾을 수 있을까? 일부 직업이 사라지겠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결국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가 생겨날 거라고 그저 낙관해도 될까?     


(답변)     

- 노동이 사라진 미래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우리는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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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토피아 또는 디스토피아     


미래는 어떤 모양일까? 지금껏 인류 역사에서는 노동이 없어지면, 늘 새로운 유형의 노동이 등장하였다. 지금까지 있은 4차례 산업혁명이 이걸 증명한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렇게 될까?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등장할까? 불행히도 대부분의 학자들은 새로운 노동의 등장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어찌 되나? 노동 없이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나 걱정이다.      


노동이 무언지 정의가 필요해 보인다. 보통 노동은 이런 일을 수행한다. 

- 경제시스템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역할

- 노동자에게 수입을 제공

- 삶에 의미와 목적의식을 부여     


그리고 직업으로의 노동은 인간에게 행복, 의미, 정체성, 성취감, 창의성, 자율성 등을 제공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없어진다면? 노동이 없는 미래는 혼란하고 고통스러워질 것 같다. 사회 내 구조적 실업, 노동력 과잉, 빈부격차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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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보장과 새로운 복지 중에서 어느 쪽이 좋은가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어떤 형태로든 일자리를 만들어주거나 기초연금(노인수당)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      


현재 어르신 일자리는 일과 보수가 균형 잡힌 정상적 일자리라기보다 돈을 그냥 줄 수 없으니 무어라도 하라는 취지의 임시방편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이걸 받는 사람은 행복할까?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즉 일의 대가인 임금 명목과 근로 없이 나누어주는 기본소득(근로 없이) 중 어느 쪽이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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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기술발전이 힘든 일을 덜어주었지만, 자동화(로봇, AI)와 세계화, 디지털혁명과 고도 숙련노동자의 생산성 급증이 미숙련노동을 없애는 구조적 실업을 유발한다.      


기계, 로봇이나 AI전문가는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재산을 축적하지만, 나머지는 경제활동에서 소외되고 생존위기에 몰린다. 만약 사회가 이를 적절히 해결하지 않으면 폭동이나 혁명이 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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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로운 노동 현장     


최근 노동현장은 긱 경제, 미세노동 및 시장의 양극화 현상으로 특징 지워진다고 한다.  우선 용어 자체도 생소해서 여기저기서 찾아보았다. 그런데 이런 노동으로는 제대로 생활을 영위할 소득을 얻지 못한다.      


가. 긱 경제     


긱 경제(gig economy)는 주로 플랫폼 노동자로 구성된 임시직 위주의 경제를 말한다. 긱(gig) 경제에서 노동자는 일정 회사에 고용되어 있지 않고 자유롭게 일한다. 그런데 일정한 수입이 없을 텐데 어떻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나?       


긱 경제(gig economy)      

산업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경제 방식을 말한다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딘가에 고용돼 있지 않고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일을 하는 임시직 경제를 가리킨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형태의 임시직이 급증하고 있다택시는 물론 주차대행이나 쇼핑도우미 가사도우미 안마사 요리사까지도 모바일로 호출할 수 있다이들에 의해 경제가 주도되는 것을 (Gig) 경제라고도 얘기한다.

(한경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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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미세노동     


미세노동(micro work)은 푼돈을 받고 육체를 갉아먹는 노동, 난민촌이나 교도소 수감자들이 하는 노동을 말한다. 이들도 생계수단이 막연하다.     


미세노동자     

프리랜서,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 초단기 임시직 노동이 있다.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는 불안정한 노동자, 악성 취업(malemployment)이 있고, 우리나라의 어르신 취로 현장도 이것이다.     

- 『노동자 없는 노동』 필 존스, 롤러코스터, 2022     


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구조적 실업 문제     


점점 노동의 직업적·경제적 안정성이 없어져 간다. 노동시장은 고급 일자리와 미세 일자리로 양극화된다.     

고급 일자리는 로봇, AI 등 고학력, 고품질 숙련 노동, 미세 일자리는 허드렛일, 방청소를 하거나 아이나 병자를 돌보는 미숙련 서비스다.       


고급 일자리와 미세 일자리는 소득의 차이가 무척 크다. 그 중간일자리는 로봇이나 AI가 잠식하면서 점점 없어져 간다. 여기서 구조적, 마찰적 실업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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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로운 복지제도가 필요     


2022년 4월 서울 창신동의 한 주택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걸 ‘창신동 모자 사망사건’이라고 부른다. 거동이 불편한 80대 어머니와 평소 지병을 앓는 50대 아들의 소득은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기초연금 50만원이 전부였다.     


모자(母子)에게 사회적 도움이 절실했지만 그들은 자기들 명의의 작은 집이 있어서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심사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북한 이주민 모자 사망사건’이 있었다. 2019년 관악구 임대아파트에서 북한 이주민 한씨와 그의 여섯 살 아들이 굶주림으로 숨졌다.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보았지만 중국인 남편과 이혼 사실을 증명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2021년 현재 방문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은 평균 100곳이 넘는 위기 가구를 담당한다고 한다. 이런 형태로는 복지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누구나 조건 없이(나는 납세와 국방의무를 요구하지만) 기초생활 보장에 필요한 돈을 정부가 지급하는 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기본소득을 경험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본소득으로 국민에게 생활비를 지급한 결과로 국가부채가 1천조원을 넘었다는 비판을 받지만, 이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한 방법이었다.


코로나19에 대응하여 2020년 5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나도 35만원인가 받았다. 그런데 여기에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은 그 재원을 조성하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2024년 예산만 보더라도 최소한의 기본소득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현재 복잡다기한 제도를 단순화하고 이걸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로서 행정부담이 경감되고 공무원도 줄일 수 있다.      


* 2024년 예산안     


내년 예산안에서 복지(보건복지고용) 예산이 242.9조원이다. 이걸 전 국민 5,155만명에게 고루 나누면 1인당 471만원이 돌아간다(매월 39만원이다). 나는 기초연금 대상자가 아니지만 이 부분을 살펴본다.    


내년도에 어르신(65세 이상) 중 소득·재산 하위 70%에 해당하는 사람의 기초연금이 월 32.3만원에서 월 33.4만원으로 는다.     


어르신 일자리는 14.7만개가 늘어 103만명에게 적용된다. 공익사업은 월 27만원에서 29만원으로, 사회서비스사업은 월 59.4만원에서 63.4만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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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소득·재산을 하위 70%와 상위 30%를 나누는 것이 문제다. 복잡한 행정절차와  복지사각지대 발생이 우려된다. 모두(부자와 빈자 구분없이)에게 지급하면 간단한 데 말이다. 재원은 대부분 부자에게 걷고나서 부자에게는 주지 않겠다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전에 상위 30%에 속했다가 갑자기 파산한 사람은 복지혜택을 받기까지 시차(時差)가 있고, 자존감 때문에도 복지 신청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복지 신청에는 굴욕적 조사가 따르고 낙인효과가 생긴다. 실업자는 구직활동 기록을 제출해야 하고, 기초연금은 재산·소득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만일 전에는 잘 살았다가 갑자기 파산한 사람은 어떻게 되나. 바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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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본납세와 기본소득     


인류의 자연 유산, 공기, 물, 전자기스펙트럼, 빅데이터, 지적 재산권, 과거의 기록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공동의 것이다. 이것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할 수 있다.     

- 미국 알래스카는 매년 석유판매대금을 기본소득으로 배분한다.      


자동화, 세계화와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의 생산성 증가로 상위 1%는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재산을 모으지만, 나머지는 직업도 일도 없고 가난하다.      


현재의 공장에는 자동화와 디지털 혁명으로 노동자 대신 수천 대 로봇이 작업한다. 소수의 화이트 칼러와 로봇을 다루는 블루 칼러는 관계없지만, 대부분 노동자는 점점 직업을 잃어간다. 전문기술이 없고 희소성이 없으며, AI와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영역부터 실업이 발생한다. 이런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혁명을 유발할 수 있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주택, 부동산, 현금, 은행 예금, 주식 등 개인자산 전체에 부유세를 부과하자고 한다. 100만 달러를 넘는 자산에 대해 1.5%라고 했던가. 이 정도 부담으로 사회가 안정된다면 부자들도 동의하지 않을까.     


시민은 누구든지 소득이 있으면 소액이라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것이 기본납세(Basic Tax)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     


대신 국가는 국방·납세의무를 다한(어기지 않은) 시민(대한민국 국민과 5년 이상 합법적으로 거주한 외국인)에게 기본소득(Basic Income)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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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프랑스혁명의 박애(博愛)’     


1789년 프랑스혁명을 생각해 보았다.


프랑스혁명의 구호는 로베스피에르가 최초로 만들었는데 「자유, 평등, 박애」가 아니라 여기에 죽음을 덧붙인 「자유, 평등, 박애 아니면 죽음」이었다고 한다. 

      

자유(liberty)는 자유민주주의에, 평등(equality)은 공산사회주의에 친숙한데, 두 개념이 서로 충돌할 우려가 있으니, 양 극단을 조절하는 개념으로 박애(fraternity)를 생각하였고, 이런 갈등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으면 죽음(death)만 남는다는 뜻이 아니었을까(연구과제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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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박애를 실천하는 방안이 기본소득이다. 시민 모두의 기본납세와 부자의 누진세(누진소득세, 누진자산세, 누진상속세 등)로 재원을 모아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방식이다. 


내가 제안한 시민기본소득은 자유와 평등을 조절하는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 정책수단으로 현재  우리가 처한 여러 사회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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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20일 ‘8편 기본소득과 「행복한 나라」’로 계속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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