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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Nov 29. 2023

자본주의의 위기와 기본소득

1. 들어가는 글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말에 대해 한참 고민했다. 자본주의가 뭐지? 그것이 위기라고? 누가 그래? 혹시 내가 만든 말 아닌가 등등.     


그런데 자본주의가 아니라면 어디로 가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로 가나? 사실 1989년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함으로써 “역사는 끝났다”고 했고, 그게 여전히 맞는데 말이다.      


최근에 대우학술총서 『자본주의의 미래』라는 책이 있었다. (김병연 등, 아카넷, 2023.9월). 이번 글은 그 책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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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본주의는 계속되는가     


이 책은 지금이 전환의 시대라며 ‘자본주의는 계속되는가? 한계에 도달했는가?’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 경제체제: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할까?

- 민주주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상보적일까?

- 범용기술: 기술변화는 불평등을 심화시킬까?

- 기업: 자본주의와 기업은 어떻게 공진화할까?

- 노동과 여가: 일과 삶은 균형을 이를 수 있을까?     


무척 어려운 문제로서 제대로 감이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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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의 길 자유의 길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진실’에 대해 썼다는 하이에크의『노예의 길』이라는 책이 있다. (김이석 옮김, 자유기업원, 2018)     


중앙의 지시에 따르는 ‘노예의 길’은 빈곤으로, 스스로 자발적 협력에 의한 길은 ‘자유의 길’은 풍요로 간다고 했던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옳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만이 스스로 자기의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던가, 잘 모르겠다.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세상에 여러 정치체제, 경제체제가 있지만 이미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틀렸고, 지금의 중국이나 러시아도 이미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토마 피케티의 주장을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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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토마 피케티는 『자본과 이데올로기』(안준범 옮김, 문학동네, 2020)에서 중국에 대해 ‘권위주의적 혼합경제’라는 표현을 썼다. (666쪽~671쪽)     


중국은 1978년부터 전대미문의 정치경제체제 실험을 했다. 이것은 중국공산당이 지도적 역할을 유지(더 나아가 강화)하고,  공적 소유와 사적 소유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로서 공적 소유비율이 1978년 70%에서 2018년 30%로 하락하였다. (도표 12.6)       


다음 구절도 의미심장하다. (677쪽)     


2010년대 말 국민소득에서 상위 10%에게 가는 비율과 하위 50%에 가는 비율로 평가해 본다면, 중국은 미국에 비해 덜 불평등하고 유럽에 비해서는 분명히 더 평등하다. 그런데 1980년대 초에는 중국이 세 지역-대륙에서 가장 평등했다(도표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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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현재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있지만, 그들이 과거의 절대빈곤을 거의 해소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들의 정치경제학이 나름 성공한 것 아닌가. 인구 14억 2천만명을 먹여 살리고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2850달러인 나라를 우리가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가? 공산주의 어쩌고 몰아붙이는 것이 틀린 것 같다는 말이다.       


러시아는 이제 공산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권위주의)+자본주의이고, 북한 정도만이 그저 예전 공산주의 흉내를 내는 가장 원시적 무엇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전에 도식적으로 나누던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와 사회주의(공산주의)의 원형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거기다가 이념 어쩌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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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모습     


우리는 1980년대까지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권위주의) 외형에 (사이비) 자본주의였다가 1987년 이후 민주주의+자본주의로 바뀌었다. 그후 현재는 일종의 혼합형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다양하다. 그런데 이 체제는 공산주의(계획경제)와는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 및 시장의 가격기능 인정에서 확연하게 다르다.      


이 조합은 국가의 개입 정도, 자유와 평등에서 어느쪽을 중요하게 여기는 바에 따라 자유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로 나뉜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를, 인민민주주의는 평등을 강조하며, 그 중간 형태가 사회민주주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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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의 모습     


우리나라 헌법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있지만, ‘자유민주주의’라고 직접 명시한 조항은 없고, 국가가 필요시 관여 또는 개입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로서 일종의 혼합형이다.      


자유민주주의적 요소      


전문(前文) :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제4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      


제119조 ① 대한민국의 경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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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적 요소     


제23조 ②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제119조 ②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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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자유와 자율이 기본이지만, 재산권은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되어야 하고, 국가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 즉 간섭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중 국가가 개입하는 일종의 혼합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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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상형을 찾아서     


누구나 자신의 이상형인 정치 경제제도의 모습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나친 (신)자유주의는 가진 자와 힘센 자만 자유롭고 다수 못가진 자와 약자는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제3의 길로서 사회복지국가나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가 있고, 이것을 이상형으로 보고 있다.      


사회복지국가가 1987년 제정된 현재 헌법의 모습이라고 한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와 더불어 사회국가(복지주의)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 『사회복지국가 헌법의 기초』 강경선, 에피스테메, 2017      


그런데 사민주의는 무엇일까?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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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 『자본주의의 미래』 88쪽

(고려대 김선혁 교수의 글에서)     


민주국가가 불평등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를 차단하고자 예방적 차원에서 행하는 개혁, 즉 민주주의적 자본주의 개혁의 제도적 귀결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 또는 사민주의라고 부르는 사회체제이다.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적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증대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저감하고, 예방하고, 방지하여 폭발적 ‘혁명’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다소 수정된 경제체제와 다소 수정된 정치제제 간에 새로운 균형을 달성하여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양 체제 모두의 존속을 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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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3의길은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     


역사적으로 보면 정치 제도의 자유(민주)주의와 경제 제도로서 자본주의가 가장 좋은 제도였다. 여기서 두 제도의 모순을 수정하여,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보장하고 인간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바로 사회민주주의라고 본다. 


옛날이야기 하나 한다.    

* 나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막 통일된 독일의 연방경제부에 파견되었다. 독일연방경제부에 가자마자 내가 깜짝 놀란 것이 이것이었다. 기관의 안내 팸플릿에 사회적 시장경제 (social market economy, Soziale Marktwirtschaft)라고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 우리는 ‘자유시장경제’를 한다고 했다. 말뿐인 ‘자유’가 시장경제 앞에 붙어 있는---.     


사회민주주의의 정책수단으로 시민기본소득을 고민할 수 있다.     


앞서 『자본주의의 미래』의 5개 키워드에서 자본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토대로 하는데, 신(新)자유주의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다수의 반발, 즉 혁명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자유주의(자본주의)는 수정되어야 하고, 이 방법으로 기본소득이 검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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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


기본소득에 대해 처음에 나도 반대하였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현재의 정치경제시스템, 즉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하다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21세기 기본소득』이라는 책이 있다. 영어 제목은 『Basic Income』이다. 필리프 판 파레이스·아니크 판데르보흐트 공저, 흐름출판, 2018. (홍기빈 옮김).  이 책에는「자유로운 사회, 합리적인 경제를 향한 거대한 전환」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나는 2021년 『푸른 정치와 시민기본소득』(사진)을 썼고, 여기에다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행복한 나라’를 위한 제안」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두 책이 일맥 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제시된 5가지 키워드에 대한 생각을 일단 정리해 본다. (추후 바뀔 수 있음)     


① 자본주의는 인류가 창안한 훌륭한 제도로서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평등을 보완해야 한다. 중국 러시아는 전체주의(권위주의)에 자본주의를 혼합하였다. 자본주의에 반대되는 공산주의는 사멸하였다.      


②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사회체제를 정치와 경제 쪽에서 자른 단면이다.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강조하는 민주주의와 사유재산권과 시장을 인정하는 자본주의는 함께 있어야 제 역할을 한다.          


③ AI, 로봇과 범용기술은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적응하면 크게 성공하고(부자가 되고) 부적응하면 도태된다. 이로서 대량 실업, 구조적 실업을 유발하여 생계 곤란, 사회불안이 생길 것이다.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기본소득).     


④ 자본주의 체제로 기업이 유지되려면, 주주가 노동자, 사회에 초과분을 내놓아야 한다.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ESG가 그런 모양이다. 피케티가 주장하는 참여사회주의가 대안일 수 있다.        


⑤ 일과 삶의 균형(워라벨)은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적 요소다. 사회 시스템이 일이 여가와 균형을 이루도록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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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6일 ‘6편 돌봄과 연대의 기본소득’으로 계속 예정입니다.



(2021년에 쓴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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