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 (1)
한풀이 16 (정·경 7)
1. 들어가는 글
그동안 ‘통일한국의 지정학’의 마무리로 ‘독일처럼 통일하자’는 글을 쓰려하다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를 간과했다고 느꼈다.
지금 큰일이 났다. 이 정부 들어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한다는데, 전쟁위험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팽배하고 우리나라의 세계 경제순위도 10위권을 벗어나 14위로 떨어졌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1990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14번이나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한미동맹 70년, 한미역사 140년』 337쪽에서).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는 철군이나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할 거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미군 28,500명이 주둔하는데 전시(데프콘3 상황)에는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며, 올해 방위비 분담금이 1조 4천40억 원이다(내년까지 매년 6.1%씩 증가하고, 후년 이후는 현재 협상 중).
이 문제에 대해 2023년에 출간된 『한미동맹 70년, 한미역사 140년』 과 『벌거벗은 한미동맹』이 있다. 뒤의 책에는 「미국과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이유」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차례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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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미동맹 70년, 한미역사 140년
- 김열수, 법문사, 2023.1월
이 책의 ‘책머리에’서 다음 구절을 인용한다. 대개 알고 있지만, 전체 맥락을 잡는 데 필요해서다.
한미동맹을 거슬러 올라가면 1882년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이 보인다. 140년 전에 조선과 미국이 맺은 최초의 조약이다. 쇠락해진 조선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했다. 그러나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이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자 일본은 청과 러시아에게 일본의 조선 지배권을 전리품으로 요구했다. 정세를 간파한 미국은 태프트-가쓰라 밀약을 통해 미국의 필리핀 지배와 일본의 조선 지배를 맞교환했다. 이로써 미국에 걸었던 조선의 기대와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조선과 미국의 첫 관계는 흑역사로 끝났다. (책머리에 ⅲ)
미국이 다시 한국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소련이 한반도를 석권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미국은 38도선을 일본군 무장해제선으로 제시했다.---미국은 한반도에서 합법적인 정부 수립을 지원하고 빨리 떠나는 게 목표였다. 한국 주둔을 통해 미국이 얻을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49년에 해방군으로 진주했던 미군이 모두 떠났다. (책머리에 ⅳ)
6·25전쟁에서 미국은 36,754명이 전사했고 10만여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8,000여 명이 실종되었다. 미군 장성의 아들 142명이 한국전에 참전했으며 이 중 35명이 전사 또는 부상했다. 미국은 피를 통해 한국을 지켰다. 한국은 미군 주도의 유엔군 참전으로 풍전등화의 위기를 넘겼지만, 문제는 미래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미동맹 체결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또다시 한국전에 연루될 가능성 때문에 이를 거부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는 반공포로 석방이었다. 결국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에 동의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정전협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맞교환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3년 10월 1일 워싱턴에서 정식 조인되었다. 이로서 한미동맹의 시대가 열렸다. (책머리에 ⅴ)
미국이나 북한, 그리고 주변국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보수정부와 진보정부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떤 정부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려 하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민주화 이후 등장한 정부들은 한미동맹 강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노무현 정부는 포괄적·역동적·호혜적 동맹을, 이명박 정부는 포괄적 전략동맹(다양한 분야 협력, 협력의 글로벌화, 가치/신뢰 동맹)을, 문재인 정부도 포괄적 전략동맹(다양한 분야 협력, 협력의 글로벌화, 균형적/호혜적 동맹)을 구축하고자 했다. 윤석열 정부도 포괄적 전략동맹을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의 포괄적 동맹의 핵심은 안보동맹, 경제·기술 동맹, 대외적 협력 및 가치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 (책머리에 ⅵ ⅶ)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안보동맹을 더 강화하는 가운데 과학·기술동맹과 가치동맹으로 진화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9월 25일 FOX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대북억지력으로서 큰 역할을 하지만 나아가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만들어내는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한국안보에도 도움 되지만 동시에 미국의 세계전략하고 맞닿아 있다”고 했다. 따라서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난 후에도, 심지어 남북이 통일을 이루고 난 후에도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필요하다”고 했다. (책머리에 ⅶ ⅷ)
나머지 부분은 다음 글에서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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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벌거벗은 한미동맹
- 김성해, 개마고원, 2023년 9월
이 책에는 「미국과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이유」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런데 미국과 헤어진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사진: 책 표지)
뒤 표지에는 “미국은 부모와 같은 존재이고 한미동맹은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천사다!”라는 글과 ‘한미동맹 중독 70년이 만든 대한민국의 상식과 통념, 그 찌그러진 신화의 실체를 까발리는 도전적 질문들’을 열거하였다.
- ‘황국신민’에서 ‘미국 해바라기’로의 급변침엔 어떤 내막이 있었던 건가?
- 미국이 한국을 ‘미국 아바타’로 만들려 엄청나게 공들인 건 무엇 때문인가?
- 한미동맹이 정말 좋은 거라면 그 좋은 것을 왜 다른 나라는 안 하는가?
- 동맹은 적이 없으면 지속할 수 없으므로, 이로 인해 한반도에는 새로운 적이 계속 등장하는 것 아닌가?
- 미·중 신냉전 국면에서 한국이 충돌의 최전선에 또다시 서는 게 불가피한 선택인가?
- 한반도 중립화는 왜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가?
책의 머리말에 저자가 7월에 쓴 글이 있었다. 그의 생각이 여기에 요약되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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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한미동맹은 뜨거운 감자다. 윤석열 정부와 우리 사회 다수는 ‘영원한 동맹’을 칭송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대세를 거역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이들은 한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고 걱정한다. 이 책도 문제가 많다고 보는 쪽이다. 특히 눈여겨보는 부분은 2023년 한국의 풍경이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과 닮았다는 점이다. 분명 한미동맹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데, 그래서 벌거벗은 게 맞는데, 누구도 선뜻 그 얘기를 안 한다. (4쪽에서)
한국에서 미국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남북관계가 잘못돼도, 전시작전권을 못 받아도, 마음대로 핵전쟁을 계획해도 한국은 꿀먹은 벙어리다. 왜 그럴까? 미국이 무서워서? 북한이 무서워서?---만약 한미동맹이 ‘벌거벗었다’는 게 맞는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무엇일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살 길은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일까? 둘 다 택하거나, 둘 다 거부하면 안될까? 한반도의 중립화는 터무니없는 생각일까? (11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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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5장 〈박수칠 때 떠나자!〉의 마지막 부분 ‘중립화’부분을 눈여겨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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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자 / 중립화
만약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남과 북이 공동으로 중립화를 선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과 중국 등 외부 세력이 가장 격렬하게 반대할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하고 싶어도 못 한다. 유엔을 통해 한 약속 때문이다. 제1조 2항의 “평등권 및 자결의 원칙을 존중”한다는 것과 제2조 7항 “본질상 어떤 국가의 국내 관할권 안에 있는 사항에 간섭할 권한을 국제연합에 부여하지 아니하며”란 내용이다. (343쪽에서)
내부의 갈등이 훨씬 더 무섭다. 북한은 최고지도부에서 결정하면 되니까 내부 분열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한국이다. 북한과 미국에 관한 국론 분열 수준이 장난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는 유례가 없는 ‘남남갈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344~345쪽)
원광대 평화연구소 이재봉 교수의 다음 발언에 잘 압축되어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데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이용하려고 북한을 자극하며 ‘도발’을 부추기는데, 남한은 북한의 핵·미사일 때문에 한미동맹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나 사용하지 않거나 못 하게 하려면 전쟁 끝내고 평화협정 맺어야지, 종전선언조차 반대하고 한미연합훈련 증강하며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하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는가요?” (한겨레 2023.5.3.) (346~347쪽)
일본의 이노우에 코와시는 중국과 일본의 상호불신을 해결할 방안으로 중립화를 꺼냈다. 그가 제시한 「조선정략의견안(朝鮮政略意見案)」에는 “일본, 청, 미국, 영국, 독일의 다섯 나라는 서로 회동하여 조선의 일을 의론하고, 조선을 하나의 중립국으로 삼아, 즉 벨기에·스위스의 예를 따라 그를 침략하지 않고 타국으로부터 침략받지도 않는 나라로 하여 다섯 나라가 함께 이를 보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변국 누구도 조선에 대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조선은 하나의 독립국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도 분명히 밝혔다. (348쪽에서)
유길준의 생각도 같았다. 조선인 최초로 미국과 일본을 다녀온 유학파 출신으로 관료 생활도 했던 인물이다. 1885년 ‘항구(恒久) 중립’ 방안을 밝히면서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한 나라의 위치가 각국의 요충지를 차지하고 부강하지만 후세 사람들이 스스로 지킬 수 없고 형세가 급박해져서 강대국의 수중에 들어가면 시국의 큰 방향을 뒤흔들어 이웃나라에 화가 미치므로 여러 나라가 협정하여 그 나라를 중립으로 만든다.---이것은 우리나라의 입장만 위한 것이 아니고 중국에게도 이익이 되며 여러 나라가 서로 보존하는 계책이기도 한 것인데 어찌 근심만 하면서 이를 행하지 않는가. 유럽의 대국들이 러시아를 막아 자국을 보존할 계책에 급급하다가 벨기에와 불가리아 양국의 중립이 한번 제창되자 모두 동의하여 잠깐 사이에 성취되었는데 어찌하여 아시아 지역의 대국들은 단지 우려만 할 줄 알고 이를 꾀할 바를 알지 못하는가.’ (348~349쪽)
독자 생존의 길을 찾았지만 ‘못’한 것 아니냐는 반문도 가능하다. 한 예로, 고종은 1891년 6월 일본, 러시아, 영국과 미국정부에 대한제국을 스위스 같은 중립국으로 하자고 제의했다. 일방적으로 ‘영세중립국’이 선포된 건 1904년 1월 26일이다. 만일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을 하더라도 조선 땅에서 하지 말라는 요구사항도 내걸었다. (352쪽에서)
결국 일본 식민지가 되면서 필요 없는 일이 됐다. 그렇지만 소멸하지는 않았다. 틀린 얘기가 아니라서 한국전쟁 직후에도 되살아났다.
중립화를 꺼낸 장본인은 뜻밖에도 미국이다. 1953년 대통령에 당선된 전직 장군 출신의 아이젠하워가 관심을 보였다. 잇따른 전쟁으로 여론이 좋지 않을 때였다. 국방비만 해도 전쟁 초반과 비교했을 때 무려 200% 정도가 늘어났다. 무려 5000억 달러를 넘었고 GDP의 10%수준이었다.---한때 국무부에서 검토했던 것처럼 한반도를 다시 중립지대로 두는 방안을 찾았다. 특정 진영에 속하지 않으면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던 것이다. 합동참모본부에서도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미군 배치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면서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352~353쪽)
2021년 3월 1일 발표된 ‘한반도 영세중립화 선언’에도 같은 주장이 나온다. “우리 민족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한다”는 문장이 맨 앞에 있다. 이제는 강대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약소국에서 국제질서에 정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역량이 준비된 상태라는 게 바로 뒤이어 나온다. ---“한반도의 중립화를 통해 이 지역에서 적대적 관계를 지양함으로써 미국은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모색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았다. (355~356쪽)
한국에서 남남갈등은 뇌관이다. 잘못 건드리면 내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중립 문제를 성급하게 꺼내면 곧바로 심리전의 사냥감이 된다. 언제든지 소환될 수 있는 국가보안법도 문제가 된다. 북한은 여기서 반국가단체다. 한반도 평화와 중립화를 위한 논의 자체를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 법을 고칠 생각을 않고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건 바보짓이다. 헌법 제21조의 ‘언론과 출판의 자유’와 제22조 ‘학문과 예술의 자유’와도 충돌한다. (357쪽에서)
분단질서가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 전시작전권을 회수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동맹을 유지하는 비용이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등을 보여줘야 한다. 유럽에서 성공적인 중립국으로 남아 있는 스위스의 전략은 무엇인지, 중립국으로 어떤 생존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 등도 소개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중립화가 주변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100년 전에 러시아·일본·중국이 조선의 독립을 보장한다고 한 이유가 뭔지 공유하면 된다. (357~358쪽)
나중에 KBS 사장을 지낸 박권상이 『시사저널』 1990년 8월 23일에 「NO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이어야」라는 글이다.
“한국은 옛날의 그 못나고 무기력한 ‘은토(隱土)의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어느 정도 ‘노’라고 말할 힘이 있는가. 남북이 갈라져서 세계적인 긴장 완화의 기류를 거스른 채 대결구조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 강국에 대해 남북이 한민족으로서 단결된 힘을 가지고 ‘노’라고 말할 힘이 없는 구조적인 취약체질”을 극복하자는 얘기였다. (358~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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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중립국 문제를 생각해 왔지만, 이 책처럼 ‘한반도 중립화’를 본격적으로 주장한 책을 처음 보았다. 저자는『천사 미국과 악마 북한』 (공저, 2019)라는 책을 썼다고 한다. 반어법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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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넘어야 할 벽, 이루어야 할 꿈: 남북관계의 새로운 도전과 통일 전략의 비전”
지난 5월 3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세미나가 있었다. 세미나 제목인 ‘넘어야 할 벽, 이루어야 할 꿈’이 바로 평화와 통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 동족상잔의 전쟁을 하고나서 70년 넘게 지나가고, 아직도 분단되어 있으면서 서로 주적이라 부르는 이상한 곳, 이상한 민족 아닌가?
처음 주제가 〈북한의 공세적 핵전략과 ‘일반 핵강제’’, 김태현〉라는 제목이었다. 다른 주제로 〈김정은의 적대적 투 코리아 노선과 북한의 대남·통일전략 변화, 정성장〉,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유용성과 개선점, 정대진〉, 〈대한민국의 통일방안 개정: 분석과 제언, 김인한〉 등이 있었다.
세미나 주제를 떠나, 지난 정부 때에는 평화와 통일을 논하더니,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전쟁을 이야기하는 게 슬프지 않나? 1945년부터 따져보니, 79년째 분단된 같은 민족이 평화와 번영은커녕 전쟁을 논하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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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우에서 고래로
- 라몬 파체코 파르도, 열린책들, 2024년 2월
올해 나온 책 중에 〈세계의 눈으로 본 한국의 어제와 오늘〉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이 있다. 저자는 한국에 유학 와서 한국에 빠진 외국인(스페인사람인데 영국, 벨기에 등에서 활동)이라고 한다.
외국에서 “한국은 큰 고래야”하는데, “아냐, 나는 작은 새우야” 하고, 그도 남북으로 허리가 잘려있다며 주변 나라 중 미국·일본을 붙잡고 “북한이 무서워, 북한과 친구인 중국·러시아도 무섭고”하며 움츠려 있는 것이 우리의 현재 모습이 아닌가 싶다.
좁은 땅에 오랫동안 살아온 언어·역사가 같은 민족끼리, 서로 주적이라며 대치하고, 70년 동맹이라는 미국의 대통령 후보가 자기네 군대를 철수하느니, 주둔비를 올리느니 하는데 우리가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 세계인의 웃음거리 아닌가.
윤석열 정부가 ‘GPS’라던가,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가 되겠다더니 남한 국력의 2~3%인 북한이 무서워(?) 미국·일본과는 같은 편, 중국·러시아와는 등지다가 세계 경제순위가 10위권를 벗어난 14위가 되어 버렸다. 이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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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가는 글
이 글은 책 두 권을 소개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우리 정치 경제 안보에 중요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를 어떻게 하지? ① 그대로 있어달라고 해야 하나? 돈은 충분히 낼테니 ② 우리가 원하면 그들이 그대로 있을까? ③ 아니면 무얼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 등등을 생각하고 있다.
내가 보기로는 (통일은 나중에 하더라도) 우리가 평화를 선언하고 (다른 나라처럼) 북한도 돕겠다고 하여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발언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 글로 미룬다.
* 다음 글 ‘통일,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 (2부)’는 2024년 5월 15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