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감의 의미에 대하여

한돌의 시

by 신윤수

꽃 피고 지고 바람 이리저리 불며 계절은 수레바퀴 타고 가고

우리 강아지 초롱이 열댓 살 할아버지 촐옹(翁)되어 세월이 갔다


사는 동안

가끔 산들바람 되어 대지 시원하게 하고

함박눈 되어 수북이 눈세상 한번 만들려 했는데

잘 못했다

그러나 다음 生 있다 해도

좇지 않으리라

그저 추억만 가슴 안고 이제에 머물리라


비 온 후 계곡물 흘러가듯 짙은 머리털이 반백 되고

안개구름 속 어렴풋하던 첫사랑 무지개 되어 사라졌다


사는 동안

산마루에다 파란 하늘 조각보 걸어 놓고

가끔 먹장구름 되고 큰 소나기 되어 내리려 했는데

못 잘했다

그러나 다른 生의 生을 위해

그만 여기서 멈추리라

내일 올 길손에게 넘기리라, 그대로


흘러간 건 머무는 자의 것

오는 건 오는 자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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