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를 버티게 해 준 한 권의 책 ‘마음 챙김의 시’
넘쳤던 패기와 자신감은 얼마나 갔을까. 3개월? 한 달? 아니다. 딱 일주일 행복했다. 그리고 바로 엄습해온 불안감과 초조함. 분명 난 퇴사 후의 계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서실 오픈까지의 4개월을 아주 큰 불안함과 마주하며 보내게 되었다. 이게 맞는 길일까? 하루 종일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퇴사를 결심한 게 단순히 물질적인 목표 때문만은 절대 아니었다. 내가 살아있음을,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목말라 있었다. 그 당시 살아가는 방식에 강한 의구심이 들었고, 난 또 한 번 내 방식대로 내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도 그때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아니 난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문제는 그 마음을 자꾸 까먹는다는 것이었다. 또다시 ‘너무 많은 소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아침마다 했던 루틴은 책 필사였다. 책은 나에게 위로와 조언을 해주었고 이후로도 힘들 때마다 책을 펼쳤다. 그중 ‘마음 챙김의 시’는 내 상황에 대해 생각정리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시를 읽으며 위로받은 몇몇의 문장과 그때의 내 감정들을 공유해본다.
혼자만의 시간이 편하기도 불편하기도 불안하기도 한 요즘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세상과 멀어질 것 같은 느낌에 불안함이 솔직히 더 크다. 바빠야 할 때지만, 바쁘고 싶지만 인생이 언제 한 번이라도 내 마음대로 흘러간 적이 있나. 그저 현재의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왕이면 조금 더 기쁘게, 여유롭게 말이다.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 조여진 마음의 나사를 잠깐 풀고, 주위를 살펴보자. 그럼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저 멀리, 또는 내 바로 가까이에 있던 새로운 무언가를 마주할 수 도 있을 테니.
적어도 20대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남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게 정답이며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해왔다. 지금은 아니다. 남들과 다른 나를 다른 사람과 같은 틀에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내 모습 이대로, 나만의 장점을 살려 사랑하려 한다. 나 자신은 진짜 혼돈이다. 불완전하고 부족하고 부서지기 쉬운 모습만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나를 사랑해줘야 한다. 내가 가장 많이!
연약한 모습도, 못난 모습도 난 다 알고 있으니 이런 나도 사랑하며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다독이며 세상을 두드려야지!
그때도 지금도 나는 '나'가 되기 위해 참 열심히 고민이다. 돌이켜보면 이렇게까지 절절하게 힘들어했을 이유가 있었을까 하지만 당시의 나는 지금이 봄인지 겨울인지 몰랐을 테니까. 사계절의 구분은 어쩌면 상대적인 게 아닐까. 당시의 나는 분명 너무 추워서 한겨울의 한파를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봄의 꽃샘추위도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먼 훗날 나의 이십 대, 그리고 삼십 대가 어떤 계절이었을지 참 궁금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지난날이 반드시 봄일 필요도, 겨울일 필요도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