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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나무 Apr 07. 2024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성인 아이'와 '아이 어른' 제제-

어린 시절,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이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나이대에 지금과 비슷하게 심각한 고민과 삶의 문제들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라는 점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무언가 잘못을 해서 회초리를 맞거나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나만의 세계에서 외로이 울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러한 고민과 함께 '제제'는 어느덧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있다.『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라는 책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무리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살면서 한번 쯤은 이 책을 읽어본 것이 확실할 정도로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한 책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책을 다시 읽고 있는데 예전에는 고민하지 않았던 부분과 생각들이 들면서 정말 명작인 것에는 이유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 책은 주인공 ‘제제’를 중심으로 한 작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적지 않지만 작가는 ‘제제’를 통해 자신의 어린시절을 조숙함과 예민함을 지닌, 어찌보면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고뭉치이자 남모르게 천사와 악마라는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과 고군분투하는 어린 아이를 다룬다. 본 책의 줄거리를 다루지는 않겠다.    

 

 내가 주목해서 본 것은 다섯 살인 제제의 사고와 상상력,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지만 자주 드러나는 조숙함이다. 이러한 특징은 제제의 친구 라임오렌지 나무 밍기뉴, 동생 루이스, 글로리아 누나, 마지막으로 뽀루뚜까 마누엘 발라다리스의 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제제의 재능은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상상력'에서 크게 부각된다. 동생 루이스를 놀아주는 장면에서 그는 마당의 작은 우리에 있는 암탉 몇 마리를 순식간에 검은 표범과 사자로 둔갑시키는 한편, 서부 영화 주인공들을 소재로 권총과 망아지 ‘달빛’을 빌려오겠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또한 친한 동네 아저씨인 에드먼드와 떠돌이 악사가 아리오발두, 발라다리스와의 대화를 통해 (식구들은 전혀 알 수 없겠지만) 다섯 살의 제제는 자신의 나이보다 두 배 혹은 세 배 조숙한 생각과 사고를 바탕으로 많은 나이 차를 극복하고 ‘대화’를 한다. 독자들은 제제의 대화를 통해 그 누구에게도 받지 못한 위로와 뭉클함, 인생 수업을 받게 된다.  나는 아직 라임오렌지 나무의 속편을 읽지는 못했다. 속편이 있는지도 몰랐던 것도 있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어 많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아직 ‘햇빛사냥’과 ‘광란자’를 읽지 못했지만 이렇게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제제가 어떻게 성장하게 되는지도 궁금하다. 모든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픔과 슬픔 그리고 기쁨을 느낀다. 다섯 살 제제는 뽀르뚜까를 잃은 충격에 휩싸여 슬픔에 잠긴 모습은 마치 우리의 인생이 즐겁고 기쁜 일들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암시해 주는 것 같아 복잡하지만 나의 라임오렌지만의 이러한 성장통은 사람의 나이와 사고방식이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교훈해준다고 생각한다. 마치 우리가 잘 아는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의 도입부와 중간은 일관되게 웃음으로 진행되다가 결말은 '세드엔딩'으로 끝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의 모든 제제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저마다의 꿈과 상상을 마음껏 펼쳐보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우리의 슬픔과 고통은 정말 힘들지만 그 나름대로의 성숙함과 조숙함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장의 양분’이라는 점에서 어떤 사람도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삶이 피곤하고 매순간이 고루하며 반복된 일상에 지친 이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제제'와 '밍기뉴'를 만남으로 위로와 격려, 그리고 따뜻한 온기를 다시 맛보는 게 어떨까? 제제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학교에서 가르침을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천진난만함과 조숙함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이미 마치고 상상력과 따뜻한 온기 속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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