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을 달리고 있는 지금,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왔다. 대학생은 방학을 맞이해, 직장인은 연차를 써서 이번 여름엔 어디를 놀러 갈지, 무엇을 하며 휴가을 보내야 할지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국내에도 갈 수 있는 멋진 장소가 아주 많다. 역시 국내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제주도를 빼놓을 수 없다. 현무암이 만들어 놓은 담벼락, 뜨거운 태양과 함께 빛나는 검은 모래사장은 제주도만의 특유의 감성을 만들어 낸다. 바닷가 앞에서 먹는 갓 잡아 올린 해삼과 멍게, 아기자기한 매력을 품고 있는 제주도의 맛집들이 제주도 감성에 한 스푼을 추가한다. 제주도 외에 남해 바다를 이루는 소매물도, 청산도를 비롯해 동해의 속초, 강릉에 이르기까지 여름휴가를 위한 멋진 장소가 있다.
다들 여행을 어디까지 가봤니? 국내 여행도 매력적이고 설레지만 해외여행만큼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진 못한다. 형형색색의 건물이 모여 하나의 마을 이룬 이탈리아의 부라노 섬, 스페인에서 시작한 순례자의 길을 걸으며 경험하는 소도시의 매력,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외딴섬을 탐험하며 느끼는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다.
짧은 인생을 살고 있지만 내가 처음으로 인천공항에서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국가 경계선을 넘어 해외로 나간 곳은 다름 아닌 몽골이었다. 첫 해외여행이라고 하면 흔히 친근한 중국이나 일본 아니면 동남아시아를 상상하겠지만 놀랍게도 몽골을 향해 날아갔다.
몽골이라 하면 어떤 나라일지 아는 게 있니? 나는 몽골이라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나라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아는 몽골이란 것은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나라 중 하나, 몽골로이드계에서 나타나는 몽고반점만 생각난다. 몽골에 대해 무지하지만 첫 여행이자 내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었다.
평상시 나의 모든 행동에는 계획이 있다. 아침에 일어남과 동시에 오늘 하루의 일정을 계획한다. 아침, 점심, 저녁 메뉴부터 언제 화장실에 갈지, 오늘 운동은 몇 시에 갈지, 퇴근하고 무엇을 할지 등 넓게 또는 좁게 모든 계획을 생각한다. 이렇게 계획적인 삶에 미쳐있는 나지만 여행을 갈 때면 심각할 정도로 무계획을 추구한다.
몽골 여행은 무계획에 끝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짜를 몽골 칭기즈칸 공항에 도착해서야 알았으니까. 게다가 몽골의 첫 날밤엔 공항에서 노숙까지 해야 했다. 숙소를 예약하긴 했지만 첫날이 아닌 다음날 날짜로 예약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돌발상황은 곤혹스러움과 당황스러움을 선사하지만 그 상황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내가 언제 노숙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 공항 화장실에서 세수와 양치를 해보겠어. 새로운 경험과 자극이 여행의 기억을 만들어 낸다.
몽골은 아주 신비로운 나라였다. 앞서 경험한 노숙은 곧바로 잊힌 기억이 되었다. 수도를 벗어나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사막, 유목민의 집인 게르, 낮에는 태양으로 밤에는 별의 위치를 보며 길을 찾는 몽골 사람들까지.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들로만 가득했다. 매일 밤 우리는 목이 아파올 때까지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바라보았다. 어떤 불빛도 찾아볼 수 없는 초원 속에서 빛나는 별은 우리에게 쏟아질 것 같았다. 가장 밝게 빛나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별들이 하나하나 보여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자리와 같은 별자리를 만든다. 그렇게 별은 한 곳에 모여 우리를 어딘가 이끌기 위한 길을 만든다. 별들의 길, 은하수를 봤을 때 뭐라 표현하기 힘든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전기도, 인터넷도 없는 곳에서 고작 10%의 배터리만을 남긴 핸드폰을 가지고 우린 고개를 들고 길을 수놓은 은하수와 함께 노래 한 곡을 들었다.
자우림의 '샤이닝'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 있네
이 가슴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바람 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 있네
이번 휴가엔 어디를 가니? 모두가 휴가 시즌이 오면 국내나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사실 온전히 여행이라는 걸 즐기지 못한다. 난 낯선 공간에 대해 많은 피로를 받고 익숙해질 때쯤 다시 한국으로 또는 집으로 되돌아온다. 집에 돌아와 느끼는 피로감은 그 어느 때보다 날 짓누른다. 그래서 여행 중에서도 여행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온전한 여행은 무엇일까? 여행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행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여행도 해본 사람이 잘한다. 여행을 즐기는 방법, 쉬는 방법을 모르는 나는 온전히 여행을 즐기지 못한다.
몽골 여행도 난 즐기지 못했다. 초원 속은 물이 없어 7일 동안 씻지 못했고, 화장실도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생활이 쉽지 않았다. 매일이 새로운 곳을 탐험했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낯선 공간이 버거웠다. 다음 숙소인 게르로 이동하는 6시간은 지루했고 답답했다. 여행은 나에게 너무나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여행을 가려고 한다. 여행을 연습하기 위해서?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고난이 더 크기 때문일까? 주변에서 부는 바람에 이끌려 가는 걸까? 아니면 여행이 주는 기억이 너무나 황홀하기 때문일까? 아마 이 질문이 곧 답이 되는 것 같다. 하루의 일상을 견디기 너무나 버거워서,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여행 사진으로 지금의 내 모습이 초라해서, 예전 여행 경험을 떠올리면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우울해져서 이다. 그래서 올해도 난 여행을 가려고 한다. 이번 여행은 온전히 즐기길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