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이라 하면 어떤 생각이 들어? 중학교, 고등학교 때, 하기 싫은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려고 억지로 꾸역꾸역 했던 그런 봉사? 아니면 어려서부터 봉사활동에 흥미를 느끼고 꾸준하게 해온 사람도 있을까? 물론 그런 소수의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20대, 30대의 청년들은 중, 고등학교 때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했던 봉사활동이 대부분일 것이다. 억지로 했던 봉사일지라도 봉사 속에 의미를 찾아본 적이 있을까? 지역아동센터에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을 돌보거나, 사회복지관에서 나이 드신 분들을 케어해주거나, 단순히 학교 주변의 쓰레기 줍기, 지역 행사의 도우미 역할. 이런 봉사활동은 나의 기억 속에도 많이 남아있지 않다.
나도 대부분의 사람들 중 하나이다.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있었다. 이런 봉사활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봉사활동이라는 명목 하에 박스 포장 등의 단순 노동을 시키기도 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경험한 봉사라는 것이 정말 하찮고 의미가 없었기에 봉사활동이라는 개념, 그 속에 담긴 의미, 내 작은 손길을 받은 수혜자들을 느끼고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
처음으로 진정한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대학교 해비타트 봉사동아리를 통해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딱 맞게 친구 따라 봉사동아리 OT에 갔다가 그 속에 녹아들었다. 개인적으로 집고치기 봉사를 제일 좋아했다. 생긴 것과 다르게 몸 쓰는 것을 좋아하고 주도적으로 봉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참여했다. 특히나 봉사활동의 결과물을 하루 만에 모두 느낄 수 있기에 좋았다.
난 대략 30번 정도의 집고치기 봉사를 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집고치기 봉사를 꼽자면,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가정집에서 4개의 학교와 15명의 봉사자가 모여 진행한 봉사가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후회하는 봉사이다.
봉사는 한 가정집에서 진행했다.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사는 집으로 거실 하나, 방 두 개, 화장실로 되어 있었다. 낡은 주택으로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모를 벽지는 누런 빛을 띠고 여러 장의 벽지가 곂곂이 붙어 있었다. 거기에 바닥은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 깔려 있던 노란색 민무늬 장판이었기 때문에 집은 전체적으로 노랗게 보였다. 집 안은 곰팡이가 많이 핀 듯 곰팡이 특유의 냄새가 공기 중에 섞여 있었다.
그때는 8월의 여름으로 유난히 더운 날이었다. 더운 날씨 탓에 모두들 힘을 쓰기 힘들었고, 봉사하는 동안 흔한 선풍기조차 있지 않았다. 얼음물과 간식으로 먹은 아이스크림에 의존하며 봉사를 시작했다. 몇 명의 사람들은 도배용 풀과 본드를 섞으며 제단 된 도배지에 바르고, 몇 명은 안에서 기존에 낡은 벽지와 장판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또 몇 명은 화장실에서 곰팡이 제거제를 온 바닥과 벽에 뿌리고 있었다. 그때,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벽은 낡은 벽지가 세 겹, 네 겹씩 덧대어져 있었다. 속은 당연히 석고보드나 콘크리트로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낡은 벽지를 모두 제거한 후 초배지를 하나 바르고 새 벽지를 붙이는 간단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천장의 벽지를 뜯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그 속은 석고보드도, 콘크리트도 아닌 낡아 버린 나무판자였다. 순간 당황해서 어찌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미 뜯어져 버린 벽지는 돌이킬 수 없었고 최대한 가능한 부분까지 대처해야 했다. 낡은 나무판자를 위에 두고 벽지를 하나씩 붙이려 기를 쓰고 노력했지만 방 안은 나아지긴커녕 이전보다 못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난 봉사활동을 후회한다. 봉사랍시고 어설프게 진행한 집고치기 봉사는 더 이상 봉사가 아니었다. 민폐 그 자체였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죄송했다. 내가 해온 봉사로 인해 수혜자 분들이 느낄 수 있는 행복, 희망은 알았지만 고통, 괴로움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봉사는 그분들께 그저 고통만을 안겨주었다.
난 대학 4년 동안 500시간 정도의 봉사활동을 했다. 그중 한 해는 지역 우수봉사자로 선정되었다. 수백 시간에 달하는 시간 동안 난 왜 봉사를 했을까? 그 시간은 누굴 위한 시간이었을까? 그 시간이 정말 수혜자 분들에게도 유의미한 시간이었을까? 나와 수혜자 모두에게 무의미한 시간들을, 봉사활동을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