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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몰입러 노랑 Aug 22. 2022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관극 후기

관극일 : 22.08.21

꼭 봐야지 벼르던 연극 중 하나인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원작 소설을 부지런히 읽고 무사히 관극을 다녀왔다. 숲길을 걸어서 도착한 극장, 파도가 가득한 캐스팅 보드, 그리고 그만큼이나 무한한 에너지를 가진 인간에 대한 이야기.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장기 이식에 대한 이야기다. 여차하면 '장기 이식은 중요합니다!' 하는 캠페인처럼 끝나버릴 수 있는 주제임에도, 그 주제를 굉장히 담담하게 풀어냈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몽 랭브르의 심장이 어떤 일을 겪고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닿았는지, 그 24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그 시간 속에서 정말 다양한 인물이 나오고 다양한 입장을 엿볼 수 있는 만큼 생각할 거리도 정말 많았다. 장기 이식의 경이로움을 담아내면서도 기증자와 가족이 겪을 마음에 대해서도 굉장히 존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장기 이식의 경이로움이 더 크게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1인극으로  명의 배우가 서술자로  24시간 동안에 숨을 쉬는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한다. 목소리, 몸짓, 표정, 눈빛   모든 것들을 동원해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를 보고 있으면 점점 빠져든다. 넓은 무대에 책상 하나, 그리고 배우  . 그럼에도 무대가 에너지로  채워지는 진귀한 경험을   있다. , 물론 영상과 조명  무대 장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연극은 연극+낭독회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청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파도 소리나 심장 박동 소리, 인체라는 미지의 영역을 표현해주는 조명  극에 주어지는 여러 요소에 나의  감각을 동원하고, 집중하게 된다. 파도 소리를 들을 때면 어디선가 바람마저 부는  같은 착각이 든다.


운이 좋아 사고를 당하지 않은 사람과 운이 나빠 사고를 당한 사람의 그 억겁의 마음의 거리, 사고 소식을 알기 전의 평화로운 세계에 있는 누군가를 현실로 끌어내려야 할 때의 그 마음, 듣는 사람의 마음이 무너질 것을 알지만 필요한 말을 해야 하는 그 마음, 존중을 거듭 되새기는 마음 등.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 만큼 각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여러 섬세한 순간들이 잘 표현되었다고 느꼈다. 그치만 생각거리 중 으뜸은 역시 인간은 무엇인가, 일 것이다. 장기 이식을 위해 필요한 장기들이 빠져나가면 그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게 되는가? 누군가에게 나의 심장이 갔다면 그 사람은 나인가? 나는 심장인가? 심장이 없어도 나인가? 나는 단순한 장기 보관소인가? 등. 극장을 가득 메우던 그 파도 소리를 들으며 했던 생각들이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극이 끝나고 나오면 캐스팅 보드의 사진이 바뀌어있고 천장에도 이렇게 파도가 친다. 극의 감동을 잘 갈무리할 수 있는 이런 섬세함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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