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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의 사진관 Jun 26. 2023

말없는 소녀 _ 사랑과 다정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침묵할 기회를 놓쳐서 많을 것을 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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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작품 '말없는 소녀'는 부모로부터 돌봄을 받지 못하고 만난 적도 없는 먼 친척 집에 맡겨진 소녀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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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클레어 키건'작가의 소설 '맡겨진 소녀'(원제 : 'foster')이다. 리뷰를 하기 앞서 소설 속의 문장들을 가져와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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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이른 아침, 클로너걸에서의 첫 미사를 마친 다음 아빠는 나를 집에 데려가는 대신 엄마의 고향인 해안 쪽을 향해 웩스퍼드 깊숙이 차를 달린다. 덮고 환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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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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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내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내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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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다정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 태어나 그것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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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인생 처음으로 마주했던 짧고도 찬란했던 여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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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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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가난한 집의 어린 소녀 코오트는 여름 동안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진다. 낯선 환경도 잠시 태어나 겪어보지 못한 사랑과 다정함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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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함이 묻어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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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미장센 또한 이번 영화를 꼭 관람해야 할 이유 중 하나이다. 예로 들면 뛰어오는 '코제트'의 머릿결을 바람이 가볍게 어루만지거나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포케 등에서 따스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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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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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제트'는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사랑을 받는다. 부모에게 받지 못했던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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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인지도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어렵다. 여기서 애이 설마?라고 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런 의미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때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살고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주는 만큼 돌려받기를 원하기에 받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사랑받는 것을 신경을 곤두세운 고양이 마냥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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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 돌아와 그녀는 이들에게 받는 사랑에 아파한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따스함과 다정함이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들의 사랑에 대가가 없다는 것을 이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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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었으면 낯선 사람 집에 안 맡겼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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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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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침묵할 기회를 놓쳐서 많을 것을 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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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이 끝날 동안 '코제트'는 이웃 아주머니와 함께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가던 길 '코제트'에게 묻는다. 버터를 쓰는지 마가린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죽은 아이에 대해 말한다. 여기서 말의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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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없는 말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작은 불씨가 되어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그렇기에 항상 말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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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파 낳아야만 가족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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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으로부터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편지에는 방학이 끝나가니 나를 다시 보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곳에서의 삶에, 사랑받는 삶에 익숙해진 나는 조금 더 있고 싶어 이야기하지만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 창밖을 보며 이곳에서의 생활을 돌아본다. 집에 도착했지만 나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슬프지만 말할 수 없었다. 부모님과의 대화 후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쫓아가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그를 부둥켜 앉고 "아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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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니어도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있다. 피가 이어져도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시대에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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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함과 상냥함이 묻어나는 '말없는 소녀'는 2023년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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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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