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 인상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거리
9월 1일 서울시는 중형택시비 기본요금을 현재 3,800원에서 1,000원 오른 4,8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른바 ‘택시 대란’의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인데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땜질’에 불과하다는 의견과 택시비 인상은 시기상조였다는 의견 등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택시비 인상으로 서울시의 ‘택시 대란’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오늘 택시 대란을 둘러싼 각종 이해관계에 대해 얼라인 모빌리티와 함께 살펴봅시다.
2019년 12월 말 10만 2320명에 달하던 법인택시 기사는 23년 5월 7만 4536명으로 무려 27.2%나 감소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사들이 배달, 퀵서비스 업종으로 넘어가 다시 택시업계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법인택시의 사납금, 카카오택시 등의 플랫폼 가입비, 개인택시의 경우 면허를 높은 가격에 구매해야 하는 경우 등 택시기사의 공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코로나 19 전에 법인택시의 가동률은 50%대였으나 현재는 30%대까지 떨어졌는데요, 이렇게 택시 운영 대수 자체가 줄어드니 당연히 택시는 잡히지 않고, 택시를 이용하고자 하는 손님들은 그대로니 소위 ‘택시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요.
그렇다면 이런 택시기사의 공급을 위해 택시비를 올려 공급을 유도하겠다는 선택이 과연 주효할까요?
소비자 입장에선 이러한 택시기사의 감소가 ‘택시비 인상’으로 직결되는 점이 억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공급 부족 상황에서 소비자는 ‘우버’, ‘타다’ 등 다른 이동권을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들을 대신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억울한 건 ‘우버’, ‘타다’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기업들 입장에선 택시기사의 감소가 중형모빌리티 시장의 파이를 먹어갈 수 있는 기회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때문인데요,
타다는 위의 법 개정으로 인하여 일반 중형택시와 파이가 겹치는 ‘타다 basic’의 서비스를 2020년 10월 28일 부로 종료했습니다. 타다 basic은 개인택시 면허 없이 11인승 이상~ 15인승이하의 자동차를 렌트 해 택시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었는데요, 택시기사들의 면허가격 폭락에 대한 우려로 인한 정치권의 부담, 타다의 법 조항 과대해석이라는 이유로 결국 위법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타다는 실시간으로 택시를 잡을 수 있는 서비스 중에선 오직 ‘타다 라이트’ 와 ‘타다 플러스’ 이 두가지만 운영되고 있는데, ‘타다 라이트’는 일반 개인택시면허를 인수하여 운용되는 개인택시와 같은 궤를 가지는 서비스이며, ‘타다 플러스’는 사실상 모범택시로 운영되는 중입니다.
우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버는 6년전 한국에서 ‘불법 운송수단’ 딱지를 받고 사업을 철수했는데요, 다시 2021년 SKT와 손을 잡고 ‘우티’라는 서비스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타다 라이트와 같은 공급량이 한정된 개인택시면허를 택시공급의 근간으로 하기에 현재와 같은 택시대란 상황에서 택시공급을 늘리기 힘든 상황입니다.
윗글을 통해 어쩌면 택시기사들의 이득이 강력한 ‘정치권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들어올 때마다 택시기사들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자세를 보는 것은 우리의 뇌리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데요, 여긴 우리나라 택시산업의 특징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특징은 바로, 택시산업은 그저 ‘운수산업’이 아닌 '대한민국 고령층의 노후산업’ 이기도 하다는 점 입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택시기사들 10명 중 6명 이상은 60대 이상이었는데요, IMF또는 2008년 경제위기를 거치며 다른 기반기술 없이 운전기술만을 살려 일할 수 있는 택시업계에 뛰어든 사람들이 현재의 택시기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노인 빈곤율이 40퍼센트에 육박하고 평균 은퇴연령이 72.3세인 우리나라에서 고령층의 노동문제는 정치권에서 함부로 손대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그렇기에 운송서비스의 부족을 택시기사의 공급으로 해결하려는, 어찌 보면 땜빵이라고 생각 될 수 있는 이런 정책이 입법의 입장에서 ‘안전’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택시비를 올리는 것이 택시기사들의 이권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여기는 건 곤란합니다. 왜 일까요?
먼저 우리나라의 택시요금이 정말 값싼 편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서울 중형택시요금이 최초로 신설된 1988년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800원, 주행요금은 483미터당 100원 이였지만, 2022년 10월 현제 기본요금은 3,800원, 132미터당 100원으로 기본요금은 3,000원 인상, 주행요금은 151미터가 줄었습니다.
최저임금은 어떨까요?
1989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00원이였습니다. 현재 2022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 오르는 사이에 최저임금은 무려 8,560원이나 인상되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폭과 비교한 위의 글에서 택시비 인상에 대한 당위성이 느껴지실 수도 있겠네요.
또한 우리나라의 택시요금이 정말 값싼 편이라는 것은 다른 나라의 택시요금과의 비교에서도 잘 드러나는데요, 미국의 경우 택시 기본요금은 2.5달러로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1.6키로미터에 2.5달러의 주행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132미터에 약 160원(2022년 10월 환율 기준)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1.5배 수준입니다. 거기에 미국의 ‘팁 문화’ 로 인하여 4~5달러를 운임에서 추가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택시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유럽의 경우 공항에서 도심까지 택시 요금을 조사·비교한 결과 (1유로=1천305.99원 적용) 스위스 제네바공항은 km당 7,405원,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은 km당 6,530원, 프랑스 니스 공항은 5,968원 등으로 어마무시한 가격을 뽐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택시 기본요금이 인상되어 4,800원이 될 지라도 그 가격이 귀여워 보이는 유럽의 택시요금들은 충격이 아닐 수 없군요.
지금까지 택시비 인상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를 살펴보았는데요, 신생 모빌리티 기업 입장에서도 입법부의 입장에서도 해법을 찾는 것은 복잡해 보입니다.
필자는 어쩌면 ‘택시비 요금 인상’에서 보이는 이런 다양한 이해관계들의 집합이 더욱 먼 미래인 자율주행 택시 도입에서 벌어질 논쟁들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택시기사들의 이권 파이가 잡아 먹힐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위 글의 이러한 정책을 통해 이권 보호와 고용유인으로 소위 연착륙(soft landing)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택시기사들이 기계로 대체되어갈 수 있는 자율주행 시대에서의 택시기사를 둘러싼 논쟁 또한 많은 마찰이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레벨 4의 완전 자율주행이라 할지라도 ‘여객운수’의 카테고리 안에 있다면 ‘운송 관리자’로서 택시기사와 비슷한 분야의 직업이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새롭게 등장할 여객운송 서비스에서 기존 택시기사에 많은 고민들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음 주차에선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자율주행 택시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살펴보며, 그 사이에서 이용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Align MSR은 이동의 미래를 함께 꿈꾸고 실현해 나가는 대학생 모빌리티 솔루션 학회입니다.
작성자 : 안준택 (MSR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