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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연 May 04. 2023

나의 강아지

 


나의 강아지. 

개를 그토록 좋아하던 나였는데, 유독 너에게는 이름을 지어주지 못했구나.

그래서 강아지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주인을 용서해주길 바래.

너에 대한 모든 것들이 죄스러워 기억 저편에 있는 너를 꺼내 볼 엄두를 내지 못했어.

그리고 아직도 생각한단다.

내가 좀 더 어른이였다면 아니 결단력 있는 사람이였다면 이라고 말이야.



 

기억나니? 

네가 우리 집에 처음 오게 된 날 말이야.

학교 후배가 너를 키울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분양을 하고 있었지. 

일전에 키운 강아지를 잃고 힘들어 하던 차에 나는 집안 그 누구의 동의도 없이 너를 입양하겠다고 말했어.

강아지를 잃은 허하고 슬픈마음의 빈자리를 네가 메꿀 수 있다고 생각을 했던 거 같아. 


해가 쨍쨍했던 여름 오후, 

너를 분양받기 위해 허름한 정류장 앞에서 땀을 빼질빼질 흘리며 서있었어. 

저 멀리 고동나무 털색을 가진 네가 천천히 나에게로 왔어. 

가까이 왔을 때 생각보다 큰 몸집에 실망했었어. 

생각했던 작은 아기 강아지가 아닌 성견인 듯 한 너의 모습에 분양을 취소해야할까? 고민을 했었어. 

결국 바들바들 떨던 네가 가여워 아무 말 못한 채 내 품에 안아들었지. 

그리곤 버스표를 예매하고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너를 바라 봤을 때 너의 눈은 참 슬퍼 보였어. 

살던 집을 떠나 새 주인에게 안겨졌음에도 반가운 표를 내지 않는 이 사람이 얼마나 무섭고 미웠을까. 

그럼에도 품에 안겨 가만히 집까지 따라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할머니의 역정에 며칠 고생했지만 그래도 우린 잘 견뎌냈어. 그지? 




나의 강아지. 

너를 만나고 반년 뒤 고등학교 진학으로 할머니 집을 떠나게 되었지. 

집에 자주 내려가야겠단 나의 다짐은 친구들과의 놀이가 즐거워 어느새 마음에서 잊혀진지 오래였어. 

그러다 할머니의 건강이 악화되고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시골집에는 너 혼자 남겨졌어. 

변명 같겠지만 그때는 할머니가 더 걱정되어 네 생각은 하지 못했어. 

동네 어른들이 챙겨 주겠거지라는 철없는 생각에 너를 방치했어. 

얼마 지나지않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나는 한동안 시골집에 내려가지 않았지. 

텅 빈 시골집을, 

온기 없을 그 집에 가고 싶지 않았어.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거든. 

.

.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너의 생각이 나더라. 급히 직행버스표를 끊고 시골집으로 내려갔어. 

동네에 발을 내딛자마자 네가 있을 시골집으로 한걸음에 달려갔지. 

내가 만들어준 플라스틱 개집은 텅 비어 있었어. 

목에 걸어 줬던 초록색 목줄도 온데간데없었지.

나는 목이 터져라 너를 불렀어. 

이름 없는 너를 부를 겨를이 없어 혀를 굴리거나, 동그랗게 오므린 입술을 춉춉거리며 너를 불렀지. 

사실 네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동네 어른들이 너를 돌봐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주인 없는 개를 언제까지 봐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마음 한편에 있었거든. 

주인은 난데. 돌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사람이 주인이라니…….



 

나의 강아지. 

그날 너는 나의 부름을 듣고 달려왔어. 

어디서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지만, 이름도 지어주지 않은 못난 주인의 곁으로 달려왔어. 

내가 메어준 초록 목줄을 하고선 말이야.

눈물이 터져 나왔어.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과는 다르게 갈비뼈가 훤히 드러난 네가 반짝이는 눈을 하고선 나에게 달려왔지. 

나를 반기는 너의 꼬리가 붕붕붕 반가움을 격하게도 표현했어. 

거침없이 나에 대한 애정을 뿌려대는 너를 품에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무책임한 주인이 뭐가 좋다고 한달음에 달려왔을까. 

죄책감이 한꺼번에 밀려왔고 눈물은 멈출 생각을 안 하더라. 그런 내품에 안긴 너는 곤히도 잠을 잤어. 

외로운 시간 속 고단함이 그대로 느껴져서 마음이 아려왔어. 

얼마나 오랜 시간 혼자 두려움에 떨었을까. 

얼마나 나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나의 강아지. 

그날도 결국 너를 데려가지 못했던 나를 용서해주겠니? 

나는 뭐가 그렇게 두려웠는지 모르겠어. 

마음 졸이며 몰래 버스에 태워야하는 상황이 무서워서? 

버스 아저씨에게 걸려 혼이 날까봐? 

잠시 함께 살던 엄마에게 상의 없이 너를 데리고 갔다가 꾸중을 들을까봐?

집 주인이 동물은 안 된다며 집에서 나가라고 할까봐? 


나는 무척 후회해. 

너를 두고 온 죄책감에 쉽사리 눈물을 흘리지도 못해.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너를 데려 와야 했는데……. 

사랑만을 내비치던 너를 내 옆에 두고 행복하게 해 줘야했었어. 

그렇게 하지 못함에 나는 앞으로도 영원히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며 살아갈 거야. 




언젠가 다시 찾은 시골집 앞집 아주머니께서 니 소식을 전해주셨어.

윗동네에서 마음씨 좋은 어른께서 너를 거둬주셨다고 말이야.


내 강아지.... 

이젠 편히 쉬고 있니?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모자란 이 사람은 벌써 잊었지? 

.

.

.

모든 걸 잃고 삶의 의미마저 희미해지던 그날, 

잊지 않고 나에게 달려와 줘서 고마워. 네 덕에 이렇게 살아있단다. 

살게 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정말 많이 사랑했어. 그 말을 못해줘서 미안해. 

사랑한다. 나의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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