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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아 Aug 29. 2023

자연에서 사랑을 피워내는 일의 중요

 ‘묻지 마 xx’이라고 불리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xx에는 ‘범죄, 사건, 폭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묻지 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이미 일어났다. 그런데 이유 없는 범죄가 있을까. 극한의 쾌감을 느끼기 위해 연쇄 살인을 저질렀을 때도 ‘살인의 쾌감’이 그 이유이다. 


 사람들은 알고 싶어 한다. 도대체 왜 끔찍한 일을 벌였는지에 대해서. 그 물음에 가해자들은 하나같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한다. 묻지 마 범죄 원인을 찾으려고 전문가들이 노력 중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어쩌면 자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와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어머니의 자궁을 빌어 세상의 빛을 보았지만, 인류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의 조상은 자연에서 태어났다. 그러니 인간은 자연과 분리될 수 없다.


 나는 자연이 그리우다 못해 고플 때가 있다. 사는 게 몹시 힘이 들 때, 마음 기댈 곳 하나 없는 것만 같을 때, 인생이 의미 없다고 느껴질 때, 주어진 삶의 무게가 버거워 내던져 버리고 싶을 때면 자연을 찾는다. 모래 위에 덩그러니 앉아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은 가지와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는 나무를 보며, 그 자리의 바다와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낀다. 그럴 때면 지친 심신이 괜찮아진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다시 한번 더 힘을 내보자는 마음이 되곤 한다. 이처럼 자연은 위안을 준다. 어디에서도 받지 못할 위로가 자연에 있다. 

 

 길을 거닐거나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우연히 만나는 청량한 하늘과 아름다운 구름은 또 어떠한지.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그 자연의 찬란함에 말문이 막혀 넋을 놓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웅장함을 자아내는 신비한 구름을 만나면 가슴이 뜨거워짐과 동시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매일 보는 하늘과 구름이지만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풍요롭다.


며칠 전, 우연히 만난 구름


 풍요의 선물은 자연의 어둠 속에서도 이어진다. 캄캄한 밤하늘에게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과 안락함을 받는다. 내 존재가 위대하고 광활한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하며, 이 세상에 태어난 소임을 되새긴다. 자연은 방황하던 나를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고, 일시 정지된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하는 동력을 준다. 사람을 너무 가까이하면 의도치 않게 마음이 다치기도 하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것을 모르고, 자연과 전혀 무관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자연이 주는 혜택을 알지 못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랑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자연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신과 무관한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 이 말은 자연을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이 인류애의 결여를 가져온다는 뜻과도 같다. 사랑의 오랜 부재는 부정을 낳기 쉽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타인을 혹은 사회를 탓하는 것 같다. 전부는 아니겠으나, 자연에 대한 사랑을 모르는 대부분은 불행하게도 사회악을 행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범법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의 병을 얻기도 한다. 인간과 자연은 하나라는 불변을 거스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을 줄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리 여기지 않는다. 사랑을 받아 본 적 없는 사람이어도 사랑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만물 중에서 인간만큼 창조적인 생명이 또 있을까 싶다. 자연을 가까이하고 그 속에서 사랑의 싹을 틔워야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사랑의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자연에 나를 맡기는 것으로 물을 준다. 자연에서 피워낸 사랑은 나와 타인을 그리고 이 세상을 사랑하게 하는 바탕이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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