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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남의 방향

타인 주도적 삶과 뒤늦은 깨달음

by JJ Aug 01. 2022

 한 현자가 자신의 강의에 참석한 한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 인생이라는 배가 있다면, 그 배의 선장은 누구입니까?"


 물음을 받은 청중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곤 한참을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글쎄요. 제 인생이라면 제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이 결정한 대로 인생을 항해하여 왔다고 이해해도 좋습니까?"
"그.. 그건.."


 그 청중은 말끝을 흐리며 또 다른 고민에 휩싸였다. 왜냐하면 본인의 인생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 인생은 제가 주체자로서 살아왔으니, 제 결정대로 항해하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누가 대신 제 인생을 살아줄 수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 말의 의미는 당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되는군요. 당신 부모님은 당신에게 당신 삶에 대한 조언을 전혀 안 했습니까?"
"음.. 제 부모님께서는 여느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제가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전문직에 종사하라고 종종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저는 공부를 하기 싫어했기 때문에 그런 부모님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았죠. 그래서 지금은 비록 부모님의 말씀대로 전문직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동네에서 제일가는 상인 중 한 명이 되었답니다."
"당신의 부모님께서는 당신이 상인이 되는 것을 지지하셨나요?"
"아닙니다. 상인으로 살게 되면 많이 고달플 것이라며 완강히 반대하시곤 하셨죠. 하지만 돈을 많이 벌게 된 지금은 저를 매우 자랑스러워하시며 행복해하신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온전히 당신이 원해서 상인이 된 것입니까? 아니면 세상살이에 치여 진로를 고민하다가 우연찮게 지금과 같은 상인이 되신 겁니까?"
"......"


 그 상인은 또 한 번 사색에 잠겼다.


'내가 선택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내가 정녕 상인을 하고 싶어서 지금껏 살아왔던 것일까?'


 머리를 갸우뚱거린 끝에 그 상인은 말을 이어나갔다.


"다시 생각해보니, 저는 제 인생에 대해서는 선택을 제대로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많은 사건, 사고가 비일비재했으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니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것 같네요. 찰나의 순간들은 제 결정에 의해서 행동했던 것이 맞지만, 삶이라는 큰 관점에서 본다면 남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느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후회하십니까?"
"후회한들 뭐가 달라집니까? 그냥 남들처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지요."
"남들처럼 산다는 건 무엇인가요?"
"학교를 다니고, 직장에 취업하거나 돈을 벌어서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지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거나 아이를 낳아서 부족함 없이 키우는 것 등등이 있지 않을까요?"
"남들처럼 산다는 건, 본인이 인생의 주체자로 산다는 말로는 들리지 않는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상인은 현자의 반문에 말문이 또 막혀버렸다. 현자가 말을 이어갔다.


"남들과 비슷하게 산다는 것은 절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그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집단의 법칙을 따라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다만 너무 남들처럼만 살려고 하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에 큰 혼란을 가중하여 큰 괴리감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을 드린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당신의 인생이 본인의 것인지, 타인의 것을 모방한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게 순서 아닐까요?"
"네?"


 현자는 그렇게 여운을 남기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유유히 강의장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열심히 살아오던 어느 날, 나의 자의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왜 맨날 남들 눈치만 보면서, 남들과 비슷하게 살려고 노력하니?"
"글쎄, 생각을 안 해봐서 모르겠네? 다들 그렇게 살잖아. 그래도 나는 still 나인걸?"
"근데 나는 왜 갇혀 있는 거니?"
"........."


모두 똑같은 길을 가기엔, 이 길이 너무 좁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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