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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페이스

속마음을 나타내지 않고 무표정하게 있는 얼굴

by JJ Aug 26. 2022

 슬기로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길 줄 알아야 한다.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나 역시, 거짓 없는 사회에서 스스럼없이 감정을 표출하며 살고 싶지만, 우리 사회의 실상은 그러한 이상적인 분위기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못생긴 직장 동료에게 더럽게 못생겼다고, 면전에 대고 말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이를 뒷받침해주는 탄탄한 근거일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본인의 감정을 분출하며,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은 모두가 꺼리게 된다. 집에서 부부싸움을 했다고, 그 감정을 그대로 직장까지 끌고 와서는 부하 직원들을 눈치 보게 하는 상사가 있다면, 그 또는 그녀의 성숙하지 못한 언행으로 인하여 전문적이지 못하게 보일 확률이 매우 높다. 반대로 신입 사원이 하라는 일은 안 하고, 계속 울상을 짓거나, 실속 없이 웃고만 다닌다면, 개념이 없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통념의 옳고 그름은 무슨 논리에 의해 정해지는 것일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사회 구성원들 간의 암묵적인 합의에 의해 예의라는 것을 지키게 되었고, 그러한 규범들을 바탕으로 무례하다고 판단되는 행동을 원초적으로 배척하게 되었다.


 타인을 비교하고 판단하는 행위들을 지양해야 함은 우리 모두 잘 인지하고 있지만, 인간의 DNA에는 명석한 두뇌 덕분에 본능적으로 비교와 판단을 자연스럽게 하게끔 세팅이 되어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타인으로부터 그 비교와 판단을 최소한으로 받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을 숨기고, 조직 생활에 잘 스며들게끔, 잘 녹여내야만 한다. 사회생활은 포커 플레이와 상당히 유사하다.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감정을 숨기는 무표정은 기본이고, 뻥카도 잘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좋아도 싫은 척, 싫어도 좋은 척.


 그렇다. 


 인간 사회는 주변 사람 신경 안 쓰고, 내가 화가 난다고 마구 화를 내고, 즐겁다고 미친 듯이 웃어대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 그런 곳이다. 그렇게 은근한 감정 노동의 소용돌이는 우리네들의 에너지를 시나브로 갉아먹으며, 행복이라는 단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끔 만든다. 스스로의 감정 속박은 우리들을 매우 지치고 힘들게 하겠지만, 그 감정 노동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사회생활을 그만두는 방법 외에는 크게 없다. 사회생활은 현대인들이 생계를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삶이다. 이것을 포기한다면, 생계를 포기한다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감정 소모의 극심한 고통을 견뎌가면서도 사회관계를 함부로 청산하지 못하고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나의 감정 숨기기는 감정 거짓말에 미숙한 사람일수록 그 대미지가 크다. 흔히들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명명되는 그 사람들이 그러한 부류이다. 현대인에게 포커페이스는 비단 포커를 치지 않더라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의 도구이다. 감정은 전이되고, 그 감정이 좋건 나쁘건, 전달받은 당사자들은 감정 전달자로 인해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합류된다. 그 소용돌이는 시시비비와 상관없이 또 다른 비교와 판단을 일으키고, 여러 가지 감정들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킨다. 나에게는 좋은 감정도 남에게는 나쁜 감정이 될 수 있고, 상대에게 일어난 나쁜 감정은 때때로 나에게 기분 좋은 감정으로 승화될 수도 있다. 그만큼 복잡하고, 오묘한 각개인의 감정들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파생되는 감정 폭격의 피해도 추정할 수 없다. 그러한 연유로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감정을 최대한 표출하지 않도록 무언의 사회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이렇게 포커페이스를 강요받고 있는 사회 구조이긴 하지만, 대인관계에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패를 보기 위해서는 자신의 패를 오픈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에만 급급해하다 보면, 상대방의 감정 역시 꽁꽁 숨겨져서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상대방에 대해 더 심도 있게 알고 싶다면, 나 자신을 먼저 오픈하여 손을 내밀고, 상대방이 천천히 따라와 줄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마음을 열어서 보여준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얻는 길임을 인지하자. 항상 그 열쇠를 받아낼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진심이 통한다면 그 열쇠는 자연스럽게 당신의 손에 쥐어져 있을 것이다. 때로는 숨기고, 때로는 드러내는 게 우리네들 인간사 아니겠는가?


감정이 메마른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거야.
숨겨 놓고는 다시 찾지 못해서 헤매고 있는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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