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찾은 여유
입사한 지 아홉 달 째다. 취업을 준비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까?', '어떻게 하면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며 일적인 생각들이 가득했다. 여름휴가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 대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여행을 가고자 했다. 물론, 21세기에 지금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이 어딨겠냐만은 나이대마다 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난, 몽골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몽골을 선택한 이유는 사막을 보고 싶었다. 유튜브나 교과서에서 사막을 볼 때면 아무것도 없지만 광활한 풍경이 믿기지 않았다. 자연 그 자체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잘 씻지 못하고 밖에서 자기 때문에 몸이 힘들 수도 있다는 리뷰들은 나에게 확신을 더했다. 지금 시기가 아니면, 또 언제 용기를 내어 갈 수 있을까?라는 마음과 함께 결제를 했다.
몽골은 땅이 넓기 때문에 차로 이동해야 해서 6명이 동행이 되어 가이드와 함께 투어를 떠난다. 운이 좋게 카파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훕스골로 떠났다. 동행분들은 방송 PD,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 유치원 선생님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몽골에서 사막과 자연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들과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 정말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지금까지 어쩌면 내가 살아온 세상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고등학교를 다니고 수능 성적에 맞춰 전공과 학교를 선택하면 그 선택이 곧 직업으로 이어졌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모두가 동일한 코스를 가기 때문에 이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들은 나의 사고방식을 깨 부셨다.
대학교를 가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과가 맞지 않아 퇴학을 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 사람도 있었다. 또, 나는 앉아서 개발만 하지만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힘들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움직이면서 일하는 게 부럽기도 했다. 프리랜서를 보면 자유롭게 시간을 쓰면서 여행을 다닐 수 있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만의 세상에 갇혀 살았구나,,
별을 보며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잠을 참았다. 새벽 2시가 되니, 참았던 눈에 생기가 돌며 "나가자!"라고 속삭이며 다 같이 와다다 뛰어 나갔다. 나이가 많이 들지는 않았지만, 어른들이 말하던 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은하수를 찍기 위해 위치를 옮겨가며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노력했다.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노는 게 제일 재밌었다. 속세를 잊고 걱정 없이 놀다 보면 이게 인생이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여행을 다녀와 동행들과 다시 한 자리에 모여 몽골에서의 추억을 회상했다. 동행분이 추억을 기념하자며 찍었던 사진을 출력해오셔서 선물로 건넸다. 사진을 돌려보니 짧은 편지가 있었다.
서울에서 자유를 사유해 본 적 없는 사람이 몽골 대초원에서 기마체험을 한다고 자유로워질까.
떠남으로써 빛날 수 있는 사람은 떠나지 않았을 때도 빛나던 사람이다.
몰랐지만, 내가 몽골이 좋았던 이유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가 아닐까?? '여유를 쫌 가지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