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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된다는 것

새 식구를 기다리며

by 박언서

얼큰한 것을 먹고 싶단다.

작은 며느리가 임신 8주 차인데 평소에 매운 음식을 못 먹었는데 매콤하고 얼큰한 음식만 찾는다. 매운 떡볶이, 얼큰 육개장, 매운 김치볶음밥, 새콤하고 칼칼한 나박김치 등이 입맛에 당긴단다. 입맛이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싶다. 하긴 아직까지 그렇게 심한 입덧은 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저녁때가 되면 오늘은 또 무엇을 먹는지 걱정이다.

엊그제는 돼지비계 김치찌개를 먹으려 갔다.

얼큰하고 국물이 많은 김치찌개를 맛있게 하는 식당이다. 이 식당은 해외여행에서 느끼한 음식으로 잃어버렸던 입맛도 살려주는 시원 칼칼한 돼지비계 김치찌개를 잘하는 집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가끔 시원한 국물에 소주 한 잔 생각이 나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김치찌개도 두 부류가 있다.

국물이 자박자박하고 묵은지 냄새가 어우러진 김치찌개가 있는가 하면 이 식당같이 국물이 많아 국인지 찌개인지 착각할 정도로 시원한 김치찌개가 있다. 물론 김치찌개에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김치의 익은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나는 자박자박한 것이나 국물이 많은 것 다 좋아해서 자주 먹는다.

가까이에 살다 보니 마음이 쓰인다.

작은 아들 내외는 차로 5분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작은 며느리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우리 작은 아들만 바라보고 시집을 왔으니 낯선 곳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이고 늘 걱정이지만 며느리와 시댁의 관계가 관계인만큼 너무 신경을 쓰면 간섭하는 것으로 받아들일까 봐 항상 조심스럽다. 아들은 직장에 다니고 며느리는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입은 그저 그렇고 소일거리로 하고 있다. 아내는 임신한 며느리 걱정에 밑반찬을 만들고 점심을 혼자 먹을까 봐 연일 바쁘다.

임산부의 입맛은 알 수가 없다.

금방 먹고 싶었다가 먹으려면 냄새 등 입맛에 맞지 않아 먹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직까지 입덧이 심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잘 먹어야 할 텐데 두루두루 걱정이다. 그저 바람이라면 앞으로 출산 때까지 잘 먹고 산모도 아기도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아이를 잉태해 힘들어하는 며느리를 얼굴을 보면 가족으로써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새 식구가 생긴다는 기쁜 마음에 고맙고 또 고맙다.

오늘 저녁에는 시원하고 매콤한 무생채를 해서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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