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by 오 지영


생일 때마다 카드를 보내오는 이가 있었다. 집 우편함에 넣어 놓기도, 문 앞에 놓아두기도, 심지어 외국에 있을 때도 보내왔다. 멀리서 나를 지켜보던 이였는데, 내 SNS를 보고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네가 오늘 까눌레에 초를 불었다는 사실이, 어제 맛있는 치즈를 먹었다는 사실이 기뻐. 넌 그렇게 늘 밝기만 해.” 내 일상에 그 사람은 없었지만, 마주 할 수 없어도 여전히 지켜보고 있다는 그 말들이 좋아 읽고 또 읽었고 그 카드를 받기 위해 어서 내 생일이 왔으면 할 때도 있었다.


몇 달 전 서랍 정리를 하다가 어릴 때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발견했다. 그날은 결국 정리고 뭐고 그 편지를 하나하나 읽어보느라 시간을 다 썼다. 쪽지 모양으로 접힌 편지부터, 학생 때 종이에 갈겨쓴 편지까지. 편지들을 읽으며 그 시간으로 돌아가 서 있었다. 교복을 입고 하굣길에 웃기도 하고, 새벽에 놀이터에서 장난을 치기도, 친구의 이별에 대신 화를 내기도, 독서실에서 잠을 자다가 친구가 올려놓은 음료수를 먹기도, 모든 순간들이 그 글자들에 있었다.


나 역시 자주 편지를 쓴다. 누군가의 생일에나 결혼식 축의금 봉투에도 짧게나마 적는다. 단어를 조합해 다정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자, 좋아하는 애정표현의 방법이다. 나는 쑥스럼도 많고 말도 조리 있게 하지 못하고, 고의가 아니더라도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글로라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사실은,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그렇기에 더 나은 표현을 찾으려 고민한다. 너를 나타내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지금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이 편지가 우리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쓴다. 그러다 보면 어느 편지고 사랑 고백 같아서 마치 남자 친구가 서른 명은 되는 바람둥이 느낌도 나지만, 오해 없길 바란다. 나는 모두를, 다른 이유로 사랑하니까.


오늘은, 15년 지기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적어 SNS에 업로드했다. 10년 전만 해도 매일 보며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잘도 했는데, 이제는 약속 한번 잡기도 너무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꽃 같은 네가 내 메시지를 읽고 오늘 한번 더 웃었으면. 내 다정이 네게 닿았으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