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안 카레뇨 데 미란다 <스페인 카를로스 2세>
역사적으로 세계 많은 국가에서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정략혼을 선택했다. 그중 600년 이상 유럽을 지배한 합스부르크는 근친혼으로 세력을 키우고 몰락한 가문이다. 하지만 합스부르크 가문의 정략적 근친혼은 너무 가까웠다. 6촌 이내 결혼은 물론이고 3촌과 조카 사이도 있었다.
후안 카레뇨 데 미란다가 그린 <스페인 카를로스 2세> 초상화에서 카를로스 2세의 얼굴을 보면 특별한 형질을 볼 수 있다. 초점 없는 큰 눈과 함께 턱이 유달리 돌출되어 있다. 바로 합스부르크 립이라고 불리는 하악전돌증이다. 이는 근친혼에서 오는 유전병이다. 주로 열성 유전으로 발현 빈도가 낮지만 근친혼이라면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어머니인 마리아나는 삼촌인 펠리페 4세와 결혼해 카를로스 2세를 낳았다. 카를로스 2세는 선대들의 근친혼으로 이어온 모든 유전병을 이어받았다. 팔다리가 약해 잘 서있지도 못했다. 30세에는 조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신병도 있어 이상한 말과 행동으로 왕권을 제대로 지킬 수 없었다.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유아 사망률은 높았다. 궁전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았지만 태반이 열 살을 잘 넘기지 못했다. 결국 스페인의 합스부르크 왕가는 카를로스 2세의 죽음으로 맥이 끊어졌다. 이후 스페인 왕위를 브르봉 왕가가 잡기까지 피 비린내 나는 전쟁이 있었다.
삼국지연의는 2세기 말에서 3세기 후한 말기 어지러운 상황에서 천하가 삼분되고, 결국 사마염이 건국한 서진이 중국을 통일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권력 찬탈을 위한 많은 전쟁과 모사들의 두뇌 싸움이다. 천하를 잡기 위한 피 비린내 나는 이야기다.
과거 권력은 목숨이든 유전병이든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제는 권력을 위한 전쟁과 정략혼이 사라졌다. 국가의 모든 권력도 국민에게 분배되었다. 개인이 가진 권력은 선거로 정치인에게 이양한다. 하지만 우리는 권력을 너무 쉽게 이양하고, 그들에게 복종한다. 정치인이 가진 권력은 원래 나의 권력이다. 내가 준 권력으로 그전 권력을 처단할 명분은 없다. 나의 권력을 사유화하고 원래 자신의 것인 듯 권력을 누린다면 우리는 그 권력에 강력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스페인 카를로스 2세(Charles II of Spain)>
예술가: 후안 카레뇨 데 미란다(Juan Carreño de Miranda, 1614년~1685년)
국적: 스페인
제작 시기: ca. 1677년~1679년
크기: 208×144㎝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세비아 시의회(City Council of Sevi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