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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연_잇다! 08화

친숙한 것은 가끔 낯설다.

- 루카스 크라나흐 <사과나무 밑의 성모자>

by 유노 쌤


대구는 사과로 유명하다. 대구에 유독 미녀가 많은 이유가 다 사과 때문이라고 해도 한때 온 국민이 받아들일 정도였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사과가 대구와 오랜 역사를 같이 한 과일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대구의 사과나무는 서양 선교사들이 1899년에 선교 목적으로 들여왔다. 사과나무 100년 기념비가 대구 동산병원 뒤 청라언덕에 효시목과 함께 세워져 있다. 우리나라와 사과의 인연은 그리 길지 않다는 말이다.


크라나흐의 작품 <사과나무 밑의 성모자>에서 예수는 오른손에 빵을 왼손에 사과를 쥐고 있다. 사과는 인간이 저지른 원죄를 상징하며, 빵은 그리스도의 몸으로 구원을 의미한다. 성모자 뒤 큰 사과나무에는 사과가 주렁주렁 많이 열려 있다. 인간의 이 많은 죄를 아기 예수가 사하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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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는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 먹는다. 이 나무는 사과나무였을까?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화에 미켈란젤로는 선악나무를 무화과나무로 묘사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사과가 선악 나무의 열매가 되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사과나무인지 무화과인지 성경 구절로는 알 수 없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2:17)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많은 것은 너무나 친숙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금만 반추해 보면 매우 낯선 것이 많다. 주 5일제가 그렇고 금융 실명제도 그렇다.


조선왕조실록의 연산군일기에는 전교하기를 "이번 성절사 편에 용안과 여지를 사 오게 하라." 하였다. 생소하게 들리는 용안과 여지는 각각 롱간과 리치다. 바로 우리가 지금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열대과일이다. 조선 시대 황실의 잔치에는 이런 과일이 빠지지 않았다.


전교하기를,
"이번 성절사(聖節使)편에 용안(龍眼)과 여지(荔枝)를 사오게 하라." 하였다.
- 연산군일기 21권, 3년 2월 20일 임진 8번째기사, 1497년 명 홍치(弘治) 10년


우리의 삶에서 친숙함에는 낯 섬이 들어있다.


<사과나무 밑의 성모자(The Virgin and Child Under an Apple Tree)>

예술가: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1472년~1553년)

국적: 독일(프랑켄 크로나흐)

제작 시기: ca. 1530년

크기: 87×59cm

소장처: 에르미타시 미술관(Эрмита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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