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휘슬러 <흰색 교양곡 1번:하얀 소녀>
예술가는 색에 민감하다. 우리 눈에 똑같은 색으로 보여도 작가들은 다른 감성을 가진 색으로 느끼고 작품에 사용한다. 그중 흰색은 특히 더 오묘한 색이다. 작가들은 여전히 자신이 요구하는 흰색을 찾기 위해 산화 티단, 산화아연, 황화아연, 산화납 등 다양한 안료를 사용한다. 그중 산화납은 우리나라 고대에서 현대 예술 작품에 많이 사용한 연백(lead white)이다. 연백은 반짝이며 깊이가 있어 바탕색으로도 사용한다.
휘슬러는 자신의 뮤즈인 조안나 히피넌을 모델로 <흰색 교향곡 1번: 하얀 소녀>를 그렸다. 이 작품은 영국왕립아카데키전은 물론이고 파리살롱전에서도 거부당했다. 하지만 그 유명한 1863년 낙선전에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이제 이 작품은 흰색이 가진 특성만으로 여성을 깊이 있게 표현한 걸작으로 휘슬러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명작이 되었다.
휘슬러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했다. 그런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1898년에는 미술 학교를 설립했지만, 건강 문제로 1901년 문을 닫아야 했다. 1903년 휘슬러는 69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말년 그의 건강을 괴롭혔던 것은 연백으로 인한 납 중독이었다.
그의 작품 역시 위협을 받고 있다. 납은 황과 만나면 황화납이 된다. 황화납은 검은색이다. 황은 다양한 안료에 사용되는 성분이다. <흰색 교향곡 1번>은 부분적으로 변색이 진행되고 있다. 완벽한 흰색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던 연백이 이제는 독이 되고 있다.
1916년 박가분이 상표 등록을 마치고 판매를 시작했다. 여성들은 깨끗한 얼굴을 만들어주는 박가분에 매료되었다. 박가분은 여성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박가분을 사용하면 할수록 피부가 푸르게 괴사하고 정신도 혼미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납 중독이다. 박가분의 원료 중에 납이 들어 있었다.
납 중독은 신경계를 손상으로 언어 장애, 운동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연백은 티나늄 화이트 등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일부 화가는 특정한 표현을 위해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흰색 교양곡 1번:하얀 소녀(Symphony in White, No. 1: The White Girl)>
예술가: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1834년~1903년)
국적: 미국
제작 시기: 1862년
크기: 213×107.9㎝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내셔널 미술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