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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연_잇다! 11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얀 스텐 <마을 학교>

by 유노 쌤


20년 넘게 고등학교만 근무하다 중학교로 발령을 처음 받았다. 처음 중학교에 인사 차 방문한 날 교장선생님이 걱정스러우신지 당부 말씀을 주셨다. 고등학교와 달리 중학교에서 업무 중요도가 첫째 보육, 둘째 행정, 셋째 교육이라는 내용이 골자였다. 중학교에서는 모든 사안을 교육보다는 보육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얀 스테인 작품 <마을 학교>는 17세기 시골 마을 교육 상황을 잘 보여준다. 교실에는 소박한 책걸상 그리고 조금의 교구가 벽에 걸려있다. 학생은 작은 아이에서 모자를 쓴 큰 소년까지 다양한 학령기 아이가 함께 수업을 받는다. 무엇보다 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소재는 의자에 앉은 교사가 학생의 손바닥을 때리는 장면이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에서 공부시간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낙서를 한 모양이다. 엄한 표정으로 때리는 교사와 눈물을 훔치는 학생의 모습은 김홍도의 작품 <서당>과 겹쳐 낯설지 않다. 바로 사랑의 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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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교사로 발령받은 후 나도 학생에게 엄격했다. 공부보다 행동에 더욱 엄격했다. 아마 맞은 기억에 억한 감정을 풀지 못해 여전히 가슴에 한편에 응어리로 남겨둔 제자도 꽤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교사였던 나도 성장과정에서 매우 엄하게 교육받았고, 많이 맞았다. 나 또한 마음의 감정을 털어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기 체벌은 가장 적절한 교육 방법 중 하나였다.


학교 교육 분위기는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급격히 바뀌었다. 이제는 어떤 종류이든 폭력에는 강한 제재가 뒤따른다. 교사 체벌도 당연히 불법적 폭력이다. 이런 환경 변화로 수업도 바뀌게 되었다. 암기 중심의 강압적 수업은 점차 사라지고, 학생 중심 협력학습이 유행하게 되었다.


최근 코로나19로 학교는 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방역 문제로 등교 중지 사태도 자주 일어났다. 이에 수업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상시 준비 상태다. 학교는 1인 1태블릿 PC 시대가 되었다. 이제 꼭 학교 수업을 듣지 않아도 학생 의지만 있다면 다양한 경로로 배울 수 있다. 학생은 스스로 배우는 즐거움을 알고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에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일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마을 학교(The Village School)>

예술가: 얀 스테인(Jan Steen, 1626~1679)

국적: 네덜란드

제작 시기: 1663~1665

크기: 110.5×80.2㎝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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