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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Jul 21. 2022

걸작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평가에 수행평가가 도입된 지 한 참이 지났다. 반영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중간고사 이전에는 배운 내용이 많지 않다. 결국 수행평가는 중간고사가 끝난 후 시작해서 기말고사 전에 끝난다. 학생 입장에서 수행평가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열정적인 선생님은 수업 중에서 지속적으로 과정 평가를 실시한다. 이런 경우 학생은 그 과목을 듣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는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탐구하며 창의적 사고를 기를 수 없다. 개인이 성장할 기회를 주지 못한다. 급하게 이루어지는 수행평가는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한계에 갇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작품은 자타공인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다. 나도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관람했다. 생각보다 작품 크기는 작았다. 더군다나 유리벽 넘어 전시된 <모나리자> 주변에는 관람객이 넘쳐났다. <모나리자>를 가까이에서 감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루브르에 걸린 수많은 걸작 중 20호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 <모나리자>는 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까? 


다빈치가 초상화를 의뢰받고 작업을 시작한 시기는 1503년경으로 추정된다. 다빈치는 <모나리자>의 완성을 주문자의 기한에 맞추지 않았다. 결국 의뢰자에게 전달하지 못한 <모나리자>에는 다빈치의 새로운 실험 결과와 영감이 더해졌다. 실제 작품이 완성된 시기는 1517년경 프랑스에서다. <모나리자>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눈썹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 근거로 <모나리자>는 미완성 작품이라는 주장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헤밍웨이는 매일 일정한 분량만 글을 썼다. 그는 글쓰기가 우물에서 물을 기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한 번에 무리해서 물을 모두 길러 내면 우물은 금세 마른다. 새로운 물이 차오르지 않는다. 그러기에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듯 머릿속에서 매일 조금씩 글을 길렀다. 충분한 사고에 곰삭은 내용만 글로 옮겼다. 좋은 글에는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에 확 뱉어내는 글에는 깊은 맛이 없다.


우리 사회는 너무 급하다. 그러기에 우리 삶은 늘 고달프다. 빈둥거리며 사고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가지기에 사회는 너무 팍팍하다. 평가도 너무 성급하다. 빨리 성과가 나지 않는 장기 연구 과제는 수행할 수 없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이 창의성을 계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완성이지만 14년 간의 탐구가 반영된 <모나리자>에도 하루하루 조금씩 적힌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노인과 바다》도 새로운 맛이 성숙되는 충분한 발효 과정이 있었다.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동시 석권이다. 개인 성취가 사회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더 많은 소통과 공감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국가가 되려면 정치 민주화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 분야에서 민주 발전이 더 필요하다. 모든 발전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도 한 학기 평가 기간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개인 성장을 조금 긴 호흡으로 기다리고 지지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면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교육 현장의 교사에게도 긴 호흡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 눈앞에 성과만 봐서는 안된다. 


<모나리자(Mona Lisa)>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 1452~1519)

국적: 이탈리아

제작 시기: 1503년

크기: 53×77㎝

재료: 패널에 유화

소장처: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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