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첨예한 갈등의 세상! 새로운 세계 시민이 필요하다.
Learner profile은 교육에 대한 장기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이것은 일반적인 교육목적을 통합하는 것으로 학교와 학생의 학업에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생각들의 집합이다.
138억 년 전 우주가 탄생했다. 지구 탄생은 45억 전 일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했을 때, 세상은 이미 많은 것을 갖춘 상태였다. 인류의 등장은 미약했다. 인류는 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듯 흔적을 남기며 살아왔다. 흔적은 모여 역사와 문화로 발전했다. 인류는 그 과정에서 지구 탄생의 근본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의문은 탄생의 과정으로 한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본 이성적 존재인 이상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스의 많은 철학자는 제작자가 세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플라톤은 이데아로 초월적 세상을 생각했다. 개인을 초월한 초월자 그리고 초월적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유는 서구 문화를 관통하며 종교적으로 조물주라는 개념으로 정착되었다. 기독교에서 창조주는 만물을 초월한 이상적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즉 신은 어떤 근본 목적을 가지고 세상을 창조한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모든 것에는 창조된 이유나 목적이 존재한다. 하지만 세상의 기원에 대한 다른 사유도 이미 고개를 들고 있었다.
로마 시인이자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는 세상의 기원을 그의 저서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에서 다른 방식으로 사유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세상이 형성되기 전에는 무수한 원자가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듯 평형을 이루며 직선으로 떨어졌다. 그 무수한 원자 중 어느 하나가 우연(casus)에 의해 미미한 정도의 각도 변화가 생겼다. 이 예측할 수 없는 원자의 기울어짐 즉 ‘클리라멘(Clinamen)’은 결국 원자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그 우연한 변화는 나비효과로 설명될 수 있는 연쇄 변화로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세상은 신이 아닌 우연에 기인한 우발적 결과물인 것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많은 원소는 저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미미한 움직임의 변화를 얻었고, 결국 마주침으로 이어졌다. 그 수많은 우연의 만남으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조합이 생겼다. 새로운 조합은 새로운 조합으로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가끔 새로운 조합은 서로 합쳐져 복잡한 단계로 넘어갔다. 우연한 원자 간의 접점에서 시작한 미약한 마주침은 어느 순간 생명의 시작점이 되었다. 생명은 또 생명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생물이 창발적으로 태어났다. 모든 생명이 살아남지는 못했다. 환경은 모든 생명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자연선택, 성선택의 진화 과정은 생물이 다양성을 가지도록 몰아갔다. 지구상에 사는 수많은 생물은 그들만의 역동성으로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2021년 세계 인구는 이미 78억 명을 넘겼다. 인류는 각자의 환경과 문화에서 다양하게 적응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 세계에는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개별 사건이 늘 발생하고 사라진다. 그 무수한 개개 사건이 어느 날 알 수 없는 우연한 기회에 클리라멘으로 서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 역동적인 마주침은 다른 접점으로 또 다른 접점을 낳는다. 우연한 작은 마주침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비효과로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문제 상황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최근에 코로나19와 지구 환경 위기가 그 좋은 예일 것이다. 우리는 세계적 문제 상황 안에서 그 원인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또한 알아낸다고 해도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한다.
불교 경전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는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고사에 관한 내용이 있다. 어떤 임금이 신하에게 코끼리를 가져다 맹인들에게 보이게 했다. 코끼리를 만진 맹인은 각기 자기가 만진 부위가 코끼리 전부인 것처럼 주장했다. 첫 번째 맹인은 상아를 만져 본 후 코끼리를 무와 같다고 하였다. 두 번째 맹인은 귀를 만져 보고는 곡식을 까부는 키와 같다고 했다. 코를 만진 맹인은 절굿공이, 다리를 만진 맹인은 나무통, 등을 만진 맹인은 평상, 배를 만진 맹인은 독, 꼬리를 만진 맹인은 동아줄과 같다고 주장했다. 왕은 신하에게 “저 맹인들이 코끼리 전체를 말하지 못하였으나, 말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만일 그 여러 모양이 모두 코끼리가 아니라면 그것을 떠나서는 따로 코끼리가 없으리라” 하였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세계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기존 세계 질서를 흔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예견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제가 우발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우발적 사태의 대비와 해결은 기존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또 다른 성격을 가질 것이다. 너무 많은 변인이 실타래처럼 심하게 엉키게 될 것이다. 기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세계적 문제를 이해하는 방식과 해결 방식은 모두 맹인모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구 한 모퉁이에 살면서 세계적 문제를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방식만으로 접근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관점과 사고방식으로 복잡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계 시민을 양성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작품 정보]
루크레티우스(1682/종이에 판화)
마이클 버거스(Michael Burghers/b.c. 1647/8~1727/네덜란드)
초판 Thomas Creech, T. Lucretius Carus, Of the Nature of Things , 2판 및 3판, Oxford 및 London 1682~3 [John Digby]의 판에서 재생산, 2권, London 1714.
[참고 자료]
1. https://www.ibo.org/benefits/learner-profile/
2. 강신주, 철학 대 철학, 오월의봄,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