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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고씨 Aug 24. 2021

비건은 이렇게 먹는 것에 진심입니다.

채식인들의 단톡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저는 언리미트 스테이크 넣고 메밀 치아바타 샌드위치 먹었어요!”


“와........와...완전 금손..........”


“오늘의 천재는(?) ○○님이군요.”          



  하루에 여러 번 언부장님(언리미트unli-meat 서포터즈) 단톡방에 올라오는 식단을 보며 감탄을 한다. 저분은 어쩜 저렇게 요리 솜씨가 좋은지, 이 분은 또 왜 이렇게 아이디어가 좋은지 하며 말이다.


  모두 나날이 요리 실력과 플레이팅이 수준급이 되어가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제는 신제품이나 맛있는 걸 발견하면 얼른 공유해야지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걸 보면 매번 혼자 뭘 먹지 고민해야 했던 날들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매일 단톡방에 올라오는 하루 한 끼 채식 공유


  이렇게 함께하고 즐기며 성장하는 방법을 배운다. 아니 사회 속에서 어우러져 가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색한 초기와는 달리 이제는 단톡방에서 잡담도 제법 나눈다. 물론 여전히 채식에 관한 이야기지만.



      

  나이가 들면 마음에 맞는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는 말을 들어왔다. 어렸을 때의 친구가 진짜라는 말도 곁들여서.


  어느 정도는 맞을 수 있지만 그것은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던 시절의 옛말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몇 번의 클릭이면 우리는 원하는 이야기가 있는 곳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랜 친구들이 들으면 좀 서운하려나? 싶긴 하지만 비교할 수 없는 나름의 관계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회사 동료와 초등학교 시절 문방구 앞에서 게임하다 엄마한테 잡혀간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듯이.           







대표님 진짜 만수무강하시고 많이 버세요. 돈은 저희가 쓸게요!     


“예약 성공! ㅠㅠ”

     

  친구의 카톡 하나에 갑자기 약속 날짜가 잡혔다. 채소 친화적 레스토랑 ‘베이스 이즈 나이스(base is nice)’ 예약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날짜는 무려 추석을 앞둔 주말, 일찍 서둘러 백신을 맞길 잘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거의 수강신청 급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데도 귀찮음보다는 감사함이 크다.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아직 가보지도 않은 식당에 왜 이렇게 열을 내는가라고 한다면 모든 게 인스타그램 덕분이다. 사람들의 후기도 한몫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대표님의 채식을 향한 진심과 가치관, 행보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인 것 같다.


  단순히 먹고 마시며 끝나는 식문화를 벗어나
대표님의 철학이 담긴 공간에서 빚어진 작품을 즐기는 느낌이랄까.          


채식 공간 녹두(@nokdu35_35)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일반 음식점들과는 다르게 비건 식당은 대부분 대표님들이 SNS를 통해 직접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한 성향을 띄는 경향이 있다.


  식재료도 직접 키우시며 소식을 올려주시는 분도 있는가 하면, 가끔 이벤트성으로 팝업스토어를 열어 가까운 곳에 식당을 내주시는 경우도 있다. 거기다 요리사분들의 취향이 한껏 묻어난 공간에서 음식을 먹게 되니 단순히 ‘밥을 먹는다.’라는 말보다는 ‘식사를 즐긴다.’가 어울리기도 하다.      




  아무래도 ‘비건 문화’가 외국에서 들어오다 보니 이국적인 레스토랑들도 많이 있고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맛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식 요리기법으로 유명한 ‘씨젬므쥬르’, 캐나다 가정식을 기반으로 한 ‘셰발레리’, 남미 음식의 향과 맛을 살린 ‘남미플랜트랩’까지. 여기다 사찰 음식으로 대표되는 ‘두수공방’, 채식으로 한국식 해장국을 만드는 ‘제로비건’도 있다.     


  ‘채소’라는 식재료의 특수성도 한 몫한다. 육류, 해산물 등은 대부분 사시사철 공급이 유지된다. 냉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 식탁으로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지만 채소는 신선이 생명이다. 보약은 ‘제철 채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철마다 맛을 달리하는 채소들을 따라 식당의 메뉴들도 계속해서 변화한다. 가끔 맛있게 먹었던 메뉴가 사라진 것을 보면 속상할 때도 있지만 이것도 나름 한정판의 매력이 있다.     



  그렇게 우리는 어쩌다 보니 대표님들을 덕질하게 되었다. 흔한 채소들을 마성의 요리로 만들어주시는 금손의 능력을 말이다. 그들이 요리에 보내는 진심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면 정말 좋은 공존이 아닌가 싶다.


  동생이 매번 비건 식당을 다녀올 때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비건을 하려면 돈이 많아야 되겠다."      


  ‘비건’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아직은 일반 음식점들보다 가격이 높은 편에 속하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그렇지만 사장님의 번영이 곧 채식인들의 번영이지 않을까.




맛있는 걸 먹을 때마다 행복한 상상을 한다.      

언젠간 부자가 되어서 "여기부터 저기까지 다 주세요." 하는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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