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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각 Oct 30. 2023

어떻게 유학을 갈 것인가

5. NCUK

     복무 중 6개월간 조사해 본 끝에 알게 된 NCUK라는 국내 영국 foundation과정. 이 과정만이 제가 영국으로 공부하러 갈 수 있게 해 줄지도 모를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유학에 관한 정보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워낙 큰 시간과 비용이 걸린 결정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이 NCUK라는 과정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과정을 통해 영국으로 가게 되는 것인지, 마의 시간과 비용이 드는지, 어떤 대학으로 진학이 가능한지, 그런 대학들은 좋은 곳인지 아닌지, 어떤 장학금의 기회가 있는지, 해당 영국 대학 졸업 후 어떤 미래를 그릴 수 있는지, NCUK 웹사이트에 적힌 정보가 모두 사실인지, NCUK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과정 후기들이 혹시 짜고 치는 거짓은 아닌지 등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찾고 또 확인함에 있어 NCUK 과정을 마치고 현재 영국에서 공부 중인 졸업생들과의 직접적인 연락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NCUK과정과 영국 유학에 관한 여러 생생한 얘기들을 들으며 막막하고 낯설기만 했던 영국으로의 유학이 점점 현실성 있게 다가왔습니다

    전역을 앞둔 7월, 휴가를 쓰고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NCUK 입학시험을 치르고 이듬해 초 시작하는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전역 이후 과정 시작 전 사이 비어있는 5개월 동안은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부모님 역시 해외라고 하면 전혀 다른 세상 얘기였기에 말씀드렸을 때 적잖이 충격을 받으시고 반대하셨습니다. 그래도 오래 조사하고 고민해 만든 계획표를 보여드리며 한국에 남는 것이 도리어 얼마나 안 좋은 선택인지를 말씀드리니 결국에는 한 번 해보라며 동의해 주셨습니다. 다만 비용은 여전히 제가 세운 가정대로 비용은 장학금 및 일을 통해 스스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러지 않고는 순전히 집에 돈이 없어 유학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을 설득하 동시에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단기 계약직으로 일을 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모아 학비 및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공장 일은 몹시 단순했습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을 그냥 사람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하며 더욱 향 화학자가 되는 꿈을 키웠습니다. 이런 의미 없는 단순 노동을 반복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현대자동차 공장 급여는 엄청났습니다. 상여금이니 퇴직금이니 까지 포함해 최대 단기 계약기간인 2년을 채우면 약 1억 3천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씁쓸하게도 지금 서른에 제가 버는 돈 보다 그때 더 많이 벌었습니다. 때문에 당시 2년을 채우고 큰돈을 모아 유학을 갈까도 생각했지만 계획을 실행 함에 있어 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5개월 후 제 나이 24살일 때가 바로 적기라고 생각했습니.

    공장 일을 하며 모은 돈에 아버지께 천만 원을 빌려 NCUK 비용을 냈습니다. 생활비는 그간 모아든 돈을 까먹으며 해결했습니다. 홍대 반지하 공동 주택에 있는 1.5평 남짓 방에 살며 하루 식비로 9천 원을 썼습니다. 매일 아침은 대량 구매한 칼로리 바, 점심 저녁은 한솥에서 3천 원이 넘지 않는 메뉴 혹은 버거킹 설문 조사 후 받은 쿠폰으로 3500원짜리 작은 세트 메뉴를 먹었습니다. 그렇게 10개월을 죽어라 공부했습니다. 먹고 자고 싸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진 공부만 했습니다. NCUK에서의 공부는 몹시 즐겁고 유익했습니다. 태어나 지금까지 그렇게 오래 공부를 해왔는데 처음으로 매일매일 스스로ㄱ 발전하는 게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모든 배움이 실질적으로 유익하고 꼭 필요한 내용들이었습니다. 과정을 하며 좋은 친구들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대게가 저보다 3 - 4살은 어렸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았습니다. 나이가 뭐 대수라고. 꿈을 찾아 혹은 향해 우리는 서로 돕고 의지하며 노력했습니다.

    어느새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제 영어실력은 비약적으로 늘어 How are you라고 물으면 대답도 못 하던 수준에서 영어로 대학 수준의 에세이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학 물리 화학도 충분히 영어로 대학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어를 제외한 전 과목을 최고 점수로 마치며 차석으로 과정을 마쳤습니다. 영어까지 최고 점수를 받은 지금은 인생 친구가 된 녀석이 수석으로 과정을 마쳤습니다. 수석 장학금 6000파운드는 그래서 못 받을 뻔했으나 다행히도(?) 그 친구가 NCUK 소속이 아닌 외부의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로 하며 6000파운드는 무사히 제가 받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가고자 했던 대학의 원했던 화학 4년 학석사 통합과정에 합격했고 연간 2500파운드의 성적 장학금을 추가로 대학교로부터 받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가장 중요했던 학비 50% 면제 장학금도 제 지원서가 뽑히며 끝내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계획하고 바랬던 가정이 모두 이루어졌, 영국으로의 유학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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