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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Dec 13. 2022

인생은 턱걸이 운동과 닮았다

꽤 많은 남자들이 턱걸이 1개를 하지 못한다. 한 번도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놀라운 점은 다른 남자가 턱걸이하는 것을 볼 때 멋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나는 2018년 12월까지만 해도 턱걸이를 해본 적이 없었다. 생후 무려 28년이나 말이다. 턱걸이를 혐오했는가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턱걸이하는 사람을 동경하고 멋있어했다. 하지만 철봉을 28년 동안 한 번도 잡고 당기지 않았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28살 회사를 그만두길 마음먹으며 3가지 목표를 잡았었는데, 첫 째는 반년 동안 600만 원을 모으는 것이고 둘째로 아침을 먹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턱걸이 1개를 성공시키는 것이었다. 당시엔 내 인생을 통틀어 턱걸이 1개를 성공시키면 만족할만한 인생이라 생각했다. 놀랍게도 지금은 턱걸이 15개도 가뿐하다.


처음엔 당연히 몸이 들리지 않았다. 이대로 운동이 전혀 안될 거 같아서 매달리며 어떻게든 등을 쪼였다. 점프해서 올라가기, 매달려 버티기를 반복하는 나날이 2주 정도 되었을까 드디어 1개에 성공했다. 28년 동안 동경하던 턱걸이 1개 성공이 겨우 2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많은 것들을 하지 않은 채로 둔다. 분명히 할 수 있는 것인데, 동경만 하며 결코 하지 않는다. 인생의 많은 부분을 턱걸이처럼 그대로 둔다. 턱걸이를 성공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1개에 성공하면 2개는 금방 성공한다. 우리의 가능성은 본인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턱걸이는 특이한 운동이다. 턱걸이 운동은 하면 할수록 등 근육이 발달되지만 등 근육이 발달할수록 몸무게가 늘어 난이도가 스스로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생긴다. 실력이 늘 수록 그 자체의 난이도가 올라간다. 5개까지는 쉬웠는데 6 ~ 7개가 되는 게 너무 힘들다. 아니 오히려 5개 조차도 힘들게 느껴진다. 나의 근육(체중)이 늘며 난이도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더닝 크루거 효과처럼 독서 초반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 지식의 근육이 늘며 난이도가 상향 조절된 것이다. 이처럼 인생 대부분의 것들이 이러한 턱걸이 과정처럼 이루어져 있다.


더닝 크루거 효과(우매함의 봉우리)

턱걸이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내가 이제는 15번을 할 수 있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내가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은 것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한다. 인생은 턱걸이 운동과 닮았다. 당장 나가서 봉을 잡아보자.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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