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길고양이를 나를 싫어하듯 싫어한다.
나의 집에는 거실과 연결된 나만의 작업실이 있다. 그곳에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지나가는 이웃들과 대화를 하고 인터넷 강의도 하고 바느질도 하는 등등의 아주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어느날 부터인가 길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여 지금은 세마리가 매일 아침잠이 많은 나를 깨운다. 애옹애옹 소리에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고 그들에게 끼니부터 내어준다. 밤새 배가 고팠는지 흠냐흠냐 소리를 내며 먹는다.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나면 햇빛 샤워를 하느라 편하게 드러누워서 그들끼리 투닥토닥 놀고 있다. 그들의 한가한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 이보다 더한 맛이 있을까 싶다.
이웃들은 고양이를 싫어한다.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이유와 쓰레기 봉지를 뜯어놓아서 아주 성가시다는 이유다. 물론 나의 남편도 그러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 몰래몰래 고양이들의 끼니를 챙겨주었다. 그런데 어제는 드디어 난리아닌 난리가 났다. 남편은 길다란 대나무를 들고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고양이들을 내쫓기 시작했다. 세마리 중 한마리는 출산을 앞두고 있어 데크 울타리를 뛰어넘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고 수컷 한마리는 냉큼 데크 울타리를 뛰어넘어 도망을 갔다. 마지막으로 막내 아기고양이는 오른쪽 뒷다리를 다쳐 뛰지도 못하고 절뚝거리며 이리저리 피하는 모습에 나는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이웃몰래 고양이들에게 끼니는 내어주는건 가능한 일이지만 남편 몰래 끼니를 내어주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퇴직을 한 남편은 일주일에 거의 하루 정도만 외출을 하는 편이라 나의 머리에서 나올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고양이 밥그릇들을 챙겨서 쓰레기 봉투에 던져버렸다. 나는 돌아서서 울었다.
들판을 걸었다. 오늘 따라 바람이 세다. 내가 사는 방법이 많이 특이한가. 이런저런 생각에 5천보를 걸었다. 폐렴으로 입원하여 퇴원한지 며칠 되지 않아서인지 호흡이 가빠옴을 느끼고 집으로 와서 그대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번아웃된 느낌이다. 육체도 정신도.
아침에 일어났는데 여전히 몸도 마음도 무겁다. 작업실 문앞에 갔는데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밥그릇도 보이지 않는다. 커피를 한잔 마셨는데 아무런 맛이 없다. 마당에 버렸다. 천혜향을 하나 까서 입에 넣었다. 어제만 해도 새콤달콤한 이 과일이 오늘은 너무 쓰다.
오늘의 이 슬픔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중이다. 털어버려야 하나 아니면 계속 마음에 담고 가야 하나.